[시흥타임즈=대표/편집장 우동완] 다양한 이유로 학업을 중단한 청소년들이 기댈 곳은 그리 많지 않다. 다행히 시흥시는 학교밖 청소년 지원센터가 있어서 이들의 자립을 돕고 자체적으로 교육도 벌이고 있다.
그런데 올 8월 이곳을 이용하는 청소년들에게 지급되는 급식이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문제는 이번에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작년 7월과 8월 이미 동일한 일을 겪었다. (▶관련기사: 시흥시 학교밖 청소년들, "8월 한 달 라면으로 끼니 때웠다")
이유는 예산 부족. 이 같은 일은 이미 예견 되어 있었다. 학교밖 지원센터는 센터를 이용하는 청소년들이 늘어나면서 예산 소진이 빨랐고, 이에 따라 급식이 중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정부에 예산 증액을 요구했었지만 동결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사이 기관을 이용하는 청소년들에겐 8500원짜리 밥 대신 컵밥과 라면이 제공됐다. 그것이라도 고맙다고 했을 아이들에게 마음이 쓰인다.
2024년 세계 경제순위 10위권인 대한민국에서 아이들에게 밥 한끼 줄 돈이 없다는 게 참담하다.
2024년 세계 경제순위 10위권인 대한민국에서 아이들에게 밥 한끼 줄 돈이 없다는 게 참담하다.
더불어 정부나 위정자들이 학교밖 청소년들을 대하는 태도가 불편하다. 취재를 하면서 만난 한 시민은 "학교 안에서 급식 중단 사태가 벌어졌다면 나라에 난리가 났을 것"이라고 했다.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청소년이 있는가 묻고 싶다.
이곳을 찾는 청소년들 중엔 시대에 뒤처지는 공교육 속 지루한 교육보단 자신만의 미래를 위해 학교를 이탈한 청소년들이 있을 것이다. 또 반대로 불우한 환경에서 학업을 이어나가지 못하는 아픈 사연도 있을 것이다. 기관에서 지급하는 한 끼가 하루의 전부일 수도 있다는 것은 짐작 가는 상황이다.
정부나 지자체의 "예산이 없어서"라는 말이 참으로 개탄스럽다. "표가 되지 않는 이들에겐 쓸 예산이 없다"는 말로 들린다.
근래에 들어 시흥시는 없던 철도가 놓이고 장대 같은 아파트가 곳곳마다 올라갔다. 또 바이오 첨단 산업단지와 해양레저 클러스터를 통해 대한민국 제일 도시를 꿈꾸고 있다.
시흥시의 이 같은 비전은 시민으로서 응원하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얼마 전 거북섬에선 폭죽을 쏘아 올리며 축제도 벌였다. 많은 시민이 기뻐했다.
그러나, 그러나, 그 뒤편엔 밥 대신 라면과 컵밥으로 끼니를 때우는 청소년들이 있었다. 그 나라, 그 도시의 수준은 가장 약한 이들에게 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고 했다.
임병택 시흥시장에게 부탁한다.
‘백 명을 기쁘게 하는 일과 한 명을 외롭지 않게 하는 일이 나란히 있을 때 후자를 선택하는 용기’를 보여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