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시흥시가 역점적으로 추진했던 해양레저 복합단지 ‘거북섬’.
수변상업, 해양레저, 관광시설이 어우러진 해양문화의 중심지로 조성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던 이곳은, 최근 ‘유령 상가’, ‘실패한 개발’이라는 조롱 속에 위기를 맞고 있다.
실제 공실률은 90%에 육박하며, 개점하지 못한 상가들이 곳곳에 방치되어 있다.
과연 이 사태는 단순한 실패인가, 아니면 조급함이 자초한 침체인가 묻고 싶다.
거북섬이 처한 현실을 들여다보면, 이는 단지 민간의 시장 실패나 외부 여건 탓만은 아니다. 계획 단계부터 나타난 행정의 성급함과 구조적 문제가 중요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계획된 기반시설이 충분히 갖춰지기도 전에, 화려한 청사진과 분양 성과에만 매몰돼 상업시설이 과잉공급된 점은 가장 뼈아픈 대목이다.
상가 분양은 마치 개발 성공의 지름길처럼 여겨졌지만, 실상은 기반 없이 지어진 모래성이었다. 실제 입지, 유입 수요, 접근성, 상권 연계성 등에 대한 고려 없이 공급만 앞섰고, 그 구조는 외부 충격에 속수무책이었다.
여기에 2020년 이후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팬데믹, 이어진 고금리, 경기 위축, 소비 둔화는 이 허약한 구조에 결정타가 되었다. 하지만 이는 거북섬만의 문제가 아니라, 공공개발이 ‘속도전’과 ‘단기 성과’에만 의존했을 때 얼마나 쉽게 붕괴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경고다. 그래서 성공이라는 간판은 미리 거는 것이 아니라고들 한다.
그렇다고 지금의 상황을 ‘실패’로 단정짓는 것은 무책임하다. 실패란 끝이지만, 침체는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상태다.
거북섬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성공이라는 못을 박으려면, 끈질김이라는 망치가 필요하다.”는 말처럼, 지금 이 순간 거북섬에 필요한 건 비난이 아닌 끈기와 성찰, 그리고 공동의 재설계 노력이다.
우선 시정부는 초기 추진의 무리함을 솔직히 돌아보고, 인프라 보완과 유입 수요 창출을 위한 실효성 있는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
시민과 민간 또한 이 공간을 지역의 미래자산으로 살릴 수 있도록 관심과 참여의 힘을 보태야 한다. 지방정부의 역할은 거버넌스를 설계하는 것이며, 도시의 미래는 시민 모두의 선택과 의지로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로마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안다. 거대한 성취는 그에 걸맞은 인내와 협력이 필요하다.
이제는 ‘반쪽짜리 개발’이라는 현실을 냉정히 받아들이고, 도시와 시민이 함께 망치를 들고 못을 다시 박을 차례다.
그 끈질김이 거북섬을 해양관광의 거점으로 일으켜 세우리라 믿는다. 우리는 지금, 그 ‘두 번째 기회’의 출발점에 서 있다. 다가오는 대통령 선거와 지방 정책 논의 속에 다시금 뜨거워지고 있는 이 논란이, 단지 공방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전환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