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로컬의 시대, 프랜차이즈의 종말"

  • 등록 2025.08.02 22:4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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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크리에이터 & 로컬브랜드가 바꾸는 도시의 미래

[시흥타임즈=글: 김경민] 한때 상권활성화 공식은 간단했다. 유명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입점하면 유동인구가 늘고, 그에 따라 주변 상권도 살아났다. 카페, 베이커리, 편집숍까지 유사한 브랜드가 전국의 거리를 덮었다. 그러나 그 현상은 끝났다. 똑같은 브랜드가 어디에나 있는 시대에, 사람들은 오히려 여기만 있는 무언가를 찾는다. 시대가 변했고, 대중은 더 본질적인 가치를 찾는 것이다. 이 변화의 중심에 ‘로컬브랜드’와 ‘로컬크리에이터’가 있다.

과거는 외연 확장의 시대였다. 본점을 전국 각지에 복제하고, 브랜드의 개수를 늘리는 방식으로 규모를 키웠다. 그러나 이제는 ‘내면 확장’의 시대다. 진짜 로컬의 정서와 이야기를 담은 로컬브랜드(지역브랜드)가 전국, 아니 세계에서 찾아오는 이유가 되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포틀랜드의 카페브랜드 스텀프타운(Stumptown)다. 이곳은 단순한 커피전문점을 넘어, 지역 내 카페, 레스토랑, 마트 등과 협업해 커피 교육, 바리스타 양성, 문화 프로그램 등을 함께 기획하며 지역 생태계와 동반성장하는 로컬브랜드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커피 한 잔을 파는 것이 아니라, 도시의 정체성과 가치를 함께 나누는 방식으로 전 세계 커피 애호가들을 끌어들였다.



한국에서도 이러한 대표사례가 있다. 바로 대전의 성심당이다. 성심당은 단 몇 개의 직영점만으로, 전국 수천 개 매장을 가진 뚜레주르와 파리바게뜨의 연간 영업이익을 앞지르며 로컬브랜드의 경제적 파급력을 증명했다. 지역 내 고용 창출, 브랜드 신뢰도, 팬덤 형성 등 프랜차이즈와는 다른 방식의 지속가능한 성장 모델을 만든 것이다. 이 사례는 프랜차이즈화를 통한 수익화가 아닌 로컬브랜드화(지역브랜드화)를 통한 수익화가 실질적인 수익을 일으킨다는 것을 입증한다.  


또 다른 사례로 인천의 개항로 프로젝트는 도시재생과 로컬브랜딩이 만나는 독특하고 차별화된 사례로 인정받고 있다. 낙후된 개항로 일대에 로컬크리에이터의 기획을 기반으로 지역의 디자이너, 예술가, 청년 창업가들이 모여 오래된 상가를 리모델링하고 특색 있는 콘텐츠를 입힘으로써 거리 자체를 ‘브랜드’로 만들었다. 단순한 점포 지원이 아닌, 지역의 정체성과 감성을 입힌 문화기반 상권재생(도시재생의 작은 단위) 모델로 자리잡은 것이다.

이처럼 지역에 뿌리내린 로컬브랜드는 하나의 매장을 넘어 도시의 얼굴이자 상권 활성화의 원동력으로 기능하고 있다.

이런 로컬브랜드들은 단순히 한 사람의 창업이 아니라 도시재생의 해법이 된다. 특히 공실률이 심각한 지역이나 쇠퇴한 상권에서는 더욱 그럴 것이다. 로컬브랜드는 하나의 가게를 살리는 것이 아니라 골목과 거리를 나아가 도시 전체를 활성화하는 파급력을 지닌다. 

이런 흐름은 이제 국가정책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로컬브랜드 사업’을 통해 지역성과 창의성을 갖춘 소상공인과 로컬크리에이터를 발굴하고 지원해왔다. 한두 명이 주도하는 로컬크리에이터 사업, 여러 점포와 인프라를 연계한 로컬브랜드 상권사업, 그리고 세계적인 문화·관광 콘텐츠로 확장되는 글로컬(Glocal) 사업까지 점점 정교한 구조로 진화하고 있다. 이 사업이 단계별로 체계화 되고 지속되는 이유는 글로벌트렌드의 반영과 실제 경제적 효과 때문일 것이다. 



필자는 올해 2025 중기부 로컬브랜드 사업에 지원했으나 3차에 걸친 과정 가운데 최종 선정에는 이르지 못했다. 하지만 그 과정을 통해 확신하게 된 것이 있다. 바로 로컬브랜드가 지금 심화되는 지역 공실을 채울 가장 창의적인 해답이라는 점이다. 지역의 정체성을 담은 지역맥주, 지역커피, 지역상품이 전국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도 사랑받을 수 있고, 그 유통의 주체가 지역 내 소상공인이라면, 이익은 다시 도시경제로 환원된다. 지역명을 딴 수제맥주나, 지역브랜드의 커피원두, 굿즈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로컬브랜드는 지속가능하고 진정성 있는 콘텐츠, 그리고 그것을 운영하는 ‘사람’을 중심에 둔 브랜드전략이 필요하다. 로컬브랜드는 결국 사람이 만든다. 이야기를 만들고, 공간을 채우고, 지역을 가꾸는 크리에이터들이 있어야 한다. 로컬브랜드는 로컬크리에이터라는 사람이 만드는 것이다. 기계적으로 복제하는 프랜차이즈시대는 이미 끝났다. 


필자는 대학에서 창업과 트렌드를 가르치는데 지난학기 강의의 핵심내용이 바로 로컬브랜드였고, 프랜차이즈의 종말이었다. 

시흥의 로컬크리에이터들과 소상공인들이 함께 새로운 상권 모델을 만들어간다면, 공실로 방치된 공간들이 하나둘 ‘브랜드가 된 장소’로 탈바꿈할 것이다. 로컬의 시대는 이미 시작되었고,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 흐름을 읽고 연결하는 전략이다. 

핵심은 정책을 위한 인위적인 로컬브랜드 만들기가 아닌, 진정한 로컬브랜드의 탄생이다. 이미 수많은 지차체에서 많은 로컬브랜드를 시도했고, 시도하고 있지만 로컬브랜드를 위한 로컬브랜드를 만들다 애물단지가 되기도 한다. 반대로 로컬브랜드의 본질적 의미를 이해하고 이행하면서 최소한 도시에서 몰리는 로컬브랜드가 탄생했다. 이 과정이 로컬브랜드에서 세계에서 찾아오는 글로컬브랜드로 더 성장하는 것이다. 

글쓴이: 김경민은 세종사이버대학교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교수로 창업과 소비트렌드를 가르치고 있으며, 세계커피콩축제 감독, 세계커피연구소장, 아마츄어작업실 대표 등을 맡고 있다. 경기도 인재개발원 등에서 커피인문학, 커피트렌드, 브랜딩 강의 등을 진행하고 있다.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단국대 문화예술대학원에서 커피학 석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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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타임즈 기자 est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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