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타임즈=박경애 문화예술 전문기자] 전통연희단 꼭두쇠가 창작연희극 「미얄뎐」을 통해 복음자리 마을 설립 50주년의 의미를 무대 위에 되살린다. 공연은 오는 7월 24일 오후 7시 30분 시흥시청 늠내홀에서 열린다. ▶[관련기사: 복음자리 마을 50주년, 창작연희극 「미얄뎐」으로 되살아난다]
1976년 서울 양평동 판자촌에서 쫓겨난 철거민 170세대가 시흥시 신천동에 새롭게 터를 잡으며 세운 복음자리 마을은 국내 최초의 자조적 주거공동체로 꼽힌다. 도시빈민운동가 제정구 선생과 정일우 신부가 주민들과 함께 일군 이 마을은 가난 속에서도 서로 다른 처지의 사람들이 어우러져 살아간 ‘비빔밥 공동체’로 불려왔다.
꼭두쇠는 복음자리 마을의 지난 50년을 전통 가면극 속 인물인 ‘미얄’의 여정에 빗대어 무대에 옮겼다.
시흥타임즈는 꼭두쇠를 이끄는 젊은 대표 김관형 씨와 꼭두쇠 창단자이자 이번 작품의 극본과 연출을 맡은 원로 예술인 김원민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를 만나 작품에 담긴 이야기를 들어봤다.

버려진 여인, 이야기를 이끄는 존재가 되다
전통 가면극에서 미얄은 대개 남편에게 버림받고 끝내 죽임을 당하는 수동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그러나 꼭두쇠는 이러한 미얄의 모습을 정반대로 뒤집었다.
김원민 연출은 “미얄은 단순히 남편을 찾아다니는 인물이 아니라, 마당마다 만나는 사람들의 아픔에 직접 개입해 위로하고 중재하며 이야기를 앞으로 이끌어간다”며 “늙고 가난한 여성이 오히려 공동체의 화해와 치유를 이끄는 존재로 서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상의 출발점은 복음자리의 실제 역사였다.
김 연출은 “남편을 찾아 이 마을 저 마을을 떠도는 미얄의 여정이 삶의 터전을 잃고 낯선 땅을 헤맸던 복음자리 사람들의 여정과 겹쳐 보였다”고 설명했다.
그가 특히 주목한 장면은 둘째마당과 셋째마당이다. 둘째마당에서는 양반들에게 저항하다 쓰러진 말뚝이와 미얄이 서로의 처지를 알아보고 다시 일어설 힘을 나눈다. 셋째마당에서는 세금 수탈로 남편을 잃은 아낙을 위해 미얄이 씻김굿을 올리며 “산 사람은 살아야 하지 않겠나”라고 다독인다.
넷째마당 ‘집짓는 거리’에서 이주민들이 “서러움을 헐어서 짓자, 벽돌마다 마음을 담자”고 노래하는 대목에는 제정구 선생과 정일우 신부가 강조했던 ‘함께 살아냄’의 정신이 짙게 배어 있다.
작품에는 날카로운 풍자도 담겼다. 양반들의 입을 통해 “국격”과 “지역경제 활성화” 같은 익숙한 개발 논리를 비틀며, 판자촌 철거를 정당화하는 논리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웃음으로 짚어낸다.
극은 왁자지껄한 소극으로 시작해 씨름과 풍물이 어우러진 놀이 대결을 거친 뒤, 모두가 하나로 어울리는 대동굿판으로 마무리된다.

“뿌리를 기억하되, 두려움 없이 너희만의 신명을 펼쳐라”
이번 공연은 ‘2026 시흥시 문화예술지원사업 지역세대융합’의 하나로 마련됐다. 꼭두쇠 창단자인 김원민 교수와 20대 젊은 단원들이 한 무대에서 호흡을 맞춘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김 교수는 “복음자리 마을에서 태동한 꼭두쇠는 50년 전 주민들이 맨손으로 벽돌을 찍어 터전을 일구었듯, 문화적 기반이 빈약했던 시흥에 작은 연희의 씨앗을 심어왔다”며 “그 씨앗에서 이제 푸른 어린잎이 돋아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무대는 젊은 단원들이 복음자리의 상생과 연대 정신을 자신들만의 창의적인 호흡으로 녹여내는 자리”라고 덧붙였다.
창작 과정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김 교수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끝까지 땀 흘린 젊은 단원들에게 “우리가 딛고 선 판의 뿌리를 기억하되, 두려움 없이 너희만의 신명을 펼쳐라”라고 당부했다.
그는 “복음자리의 옛 모습은 대부분 사라졌지만, 그 땅에서 피어난 연대와 존엄의 정신만큼은 끊임없이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왜 지금, 왜 시흥인가
김 교수는 오늘날을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워졌지만 개인화와 양극화 속에서 단절과 소외가 깊어진 ‘각자도생의 시대’라고 진단했다.
그는 전통연희의 힘을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꿈꾸는 협화(協和)의 대동 신명”에서 찾았다. 이어 “이번 무대를 통해 서로를 가로막은 벽을 허물고 위로와 화해의 온기를 나누고 싶었다”고 말했다.
시흥에서 이 작품을 선보이는 이유 역시 복음자리의 역사와 맞닿아 있다.
김 교수는 “1976년 삶의 터전에서 쫓겨난 철거민들이 새로운 희망의 터전을 찾아 도착한 곳이 시흥의 복음자리였다”며 시흥을 “척박한 땅을 개척하며 희망을 일구어낸 이주와 개척의 역사를 품은 도시”라고 평가했다.
복음자리의 역사를 잘 모르는 젊은 세대에게는 “미얄 할멈이 포기하지 않고 희망의 세상을 찾아 나아가듯, 시흥 역시 수많은 이들의 연대로 다져진 곳”이라며 “우리 지역에 이처럼 자랑스러운 역사가 있었다는 사실을 느끼고,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새로운 공동체의 불씨를 품어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50년 전 심은 씨앗, 다시 무대에 오르다
연습 현장의 풍경은 이번 공연이 왜 ‘세대융합’인지를 말없이 보여준다.
대본을 맞추는 20대 단원들, 손인형에 옷을 입히는 손길, 북과 장구를 조율하는 모습, 그림자극 장면을 반복해 맞춰보는 리허설까지 원로 연출자와 젊은 단원들은 한 공간에서 각 마당의 장면을 하나씩 쌓아 올리고 있었다.
50년 전 복음자리 사람들이 맨손으로 벽돌을 쌓아 마을을 지었듯, 지금 꼭두쇠의 연습실에서는 다음 세대가 자신들만의 언어로 그 정신을 다시 쌓아 올리고 있는 셈이다.
「박첨지뎐」에 이어 「미얄뎐」을 무대에 올리는 꼭두쇠는 라틴 음악과 전통연희를 결합한 ‘라틴풍류’ 시리즈와 오는 10월 국립국악원 ‘연희판판’ 무대에서 선보일 「아름다운 동행2」 등으로 창작의 영역을 꾸준히 넓혀가고 있다.
미얄 할멈이 그러했듯, 포기하지 않고 다음 마을을 향해 걸어가는 꼭두쇠의 여정에 시흥시민들을 초대한다.
창작연희극 「미얄뎐」은 7월 24일 오후 7시 30분 시흥시청 늠내홀에서 만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에도 실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