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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청소년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

[인터뷰] 시흥시 정왕본동 청소년지도협의회 권영근 회장

시흥시에 거주한 지 10여 년. 현재 그의 눈에 비친 탈선 청소년들의 모습은 안타까움으로 다가왔다. 자신의 가치관 정립 등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채 탈선의 행동이 당연한 듯 받아들이는 그들을 보면서 '이대로 두어선 안되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4년 전부터 시흥시 정왕본동 지역의 청소년 선도활동을 하고 있는 권영근 시흥시 정왕본동 청소년지도협의회 회장(34)은 현재의 지역 상황을 개선할 방법을 기성세대가 심도있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최근 청소년들의 가정을 보면 자식을 하나 둘 정도만 나아서 키우는 집이 대부분이다. 그렇다보니 아이들을 강하게 통제하는 경우도 드물고, 그러면서 아이들의 탈선의 길에 들어서는 상황에도 부모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권 회장은 정왕본동의 지역적 특수성도 지적했다. 다문화가족, 외국인근로자, 한 부모 자녀 등이 다른 지역에 비해 많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가정으로 돌아가 부모들과 소통하면서 있어야 할 시간이 분명히 필요한 데 정왕본동에 거주하고 있는 적지않은 청소년이 집에서 가족과 있는 시간이 현저히 부족한 실정이다. 결국 이런 청소년들이 밖으로 나와 잘못된 길로 들어서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권 회장은 청소년들이 주변의 관심에서 멀어질 때 탈선의 길로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이어서 최근 사회적으로 문제되고 있는 '학교폭력' 문제에 대해서도 단순히 피해자의 안타까움을 느낄 것이 아니라 왜 그들의 '폭력 가해자'가 됐는지 충분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교폭력의 가해학생들의 가정환경이나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면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부분이 있다. 바로 그들이 주변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는 아이들이라는 것이다. 결국 잘못된 모습이기는 하지만 '폭력' 행위 역시 주변으로부터 관심을 받고 싶은... 그들 사이에서 돋보이고 싶은 생각에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마치 '내가 이 아이를 괴롭히고 있으니 나한테 관심을 가져달라'라고 외치는 것처럼"

 

권 회장은 기성세대와 주변인들이 이들의 이러한 심리를 보듬어 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그들 눈높이에 맞춰 그들과 대화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노력 또한 필요하다고 말한다.

 

협의회는 매월 두 차례에 모임을 갖고 정왕본동 청소년 계도 활동을 벌인다. 주로 원룸촌 등 방범 취약지역을 위주로 다니면서 탈선 청소년들을 상대하고 있다. 그러한 활동을 할 때마다 권 회장이 느끼는 것이 정왕본동 지역의 건물관리가 상당히 허술하다는 것이다.

 

원룸 건물이나 상가 건물 옥상이 개방된 곳이 많고, 그런 곳에는 어김없이 청소년들의 탈선장소로 이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흡연, 본드흡입 등 청소년이 해선 안 될 상황들이 건물 옥상에서 이뤄지지만 잠금 장치로 닫힌 옥상이 의외로 없다. 결국 그 곳이 학생들이 탈선장소로 이용되기 때문에 협의회 회원들은 건물주들과 협의를 통해 그 곳이 청소년들의 탈선장소로 이용되지 않도록 이야기한다. , 최근 어린 청소년들이 원룸 등을 계약해 아예 그 곳에서 생활하며 잘못된 길로 빠지는 경우도 있는 데 이를 막기 위해 지역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사람들과도 무분별한 계약이 이뤄지지 않도록 협조를 부탁하고 있다."

 

권영근 회장은 자신이 청소년 보호 활동에 참여하게 된 데는 자신의 젊은 시절에 대한 아쉬움이 발단이 됐다고 한다.

 

이런 저런 상황으로 자신의 청소년 시절이 평범하지만은 않았고, 그 시절을 생각하면서 스스로 청소년들의 멘토로 활동할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한다.

 

"요즘 청소년들의 생각을 보면 과거 우리가 생각하던 부분과 많이 다른 점을 느낄 수 있다. 계도활동을 나가서 탈선 청소년들을 만나 잘못된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면 그들은 흡연을 하거나 본드를 흡입하는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닌데 왜 그러느냐고 따진다. 그 것 자체가 자신들의 권리라고 주장하면서 간섭받기 싫다고 표현하는 모습을 보면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부분을 극복하기 위해 권 회장은 절대 기성세대의 권위적인 입장이 아닌 형의 입장으로 청소년들을 대화하며 그들의 눈높이를 맞추려고 노력한다. 그래야 그들을 이해시킬 수 있고,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협의회는 시흥시와 함께 매년 길거리 청소년 농구대회를 개최해 오고 있다.

 

건강한 정신을 이끌어내기에는 운동만큼 좋은 프로그램이 없다는 생각에서다. 몸으로 직접 부딪히며 한바탕 친구들과 어울리는 즐거운 모습이 그렇게 행복해 보일수가 없다고...

 

협의회는 최근 정왕본동 지역에 위치한 학교들과도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청소년들이 올바른 활동을 펼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더불어 상하반기에 나눠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등 청소년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청소년을 위한 다양한 활동이 우리 단체 말고도 이뤄지고는 있지만 지속성에 있어서는 아쉬움이 드는 부분이 있다. 이벤트 성격이 짙다는 것이다. 이런 부분을 보고 있으면 차라리 각종 청소년 선도 단체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이 더 큰 협의체를 이뤄 일정 등을 조율하고 활동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그렇게만 된다면 중복적인 활동을 피할 수 있고, 지속적인 관리도 역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협의회에서는 조만간 사무실을 개소할 예정이다.

청소년들이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쉼터 개설과 청소년 선도 사업 외에도 정왕본동 지역에서 소외된 계층을 도울 수 있는 방안을 그 곳에서 찾을 예정이다.

 

처음 몇 명의 사람으로 시작된 일이었지만 이제는 약 40여 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고, 그들 스스로 십시일반 금액을 모아 청소년들의 올바른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올해는 '사랑의 쌀독' 행사와 '무공해 탄소운동' 등 지역사회와 연계한 사업도 다양하게 추진할 예정이다.

 

그는 현재 정왕동 지역에서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다.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소년들을 상대하다보면 그들을 이해하는 데 조금은 더 도움이 된다고 전한다.

 

"요즘 청소년들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유를 듣다보면 단순히 용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고가의 전자기기,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서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 친구들에게 돈을 써야 왕따를 당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을 때는 씁쓸하기까지 하다."

 

그는 하나의 청소년이 올바로 자라기 위해선 마을 자체가 올바르게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이유로 마을 내 유해환경 등을 꾸준히 정화하는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청소년은 바로 미래의 우리의 자산이다. 시흥시나 지역 주민 모두가 그러한 생각으로 한 발 더 동참하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한 부분이다."

 

권 회장의 생각처럼 건전한 청소년 문화를 위해 모두가 노력하는 분위기 조성이 기성세대들의 숙제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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