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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납득할 수 있는 이유를…”

문정용 정왕동상인연합회 회장

 

"시와 세무서에서 실수를 해놓고선 이제와 모든 상황을 상인들에게 전가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다. 그런 부분을 지속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데 어느 누구하나 책임지려고 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더 충격적인 부분이다.“

 

정왕동상인연합회 문정용 회장(60). 그는 정왕본동 지역 휴게음식점 주류판매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자 그동안의 아쉬움을 쏟아냈다.

 

애초 문정용 회장에 대한 인터뷰 요청은 지난 13일 저소득 독거 어르신 250여명을 대상으로 따뜻한 식사를 대접한 내용을 기초로 이뤄졌다.

 

인터뷰 초반만 해도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면서 지역 거주민과의 관계에 대해 대화를 풀어나갔지만 역시 '정왕본동 휴게음식점 주류판매' 문제는 문 회장에게 있어 중요한 화두였다.

 

시흥시 정왕동 정왕시장 인근과 동네 골목 음식점들은 1993년 도시계획 당시 제2종 근린생활과 대로변을 제외한 주택가 골목은 술을 팔 수 없는 1종으로 지정됐다.

 

하지만 세무서는 휴게음식점으로 분류된 이곳에 음식점에서 술을 팔아도 된다는 납세자 번호를 부여했고 상인들은 별 문제없이 영업을 해왔다.

 

1993년 이후 시흥세무서가 휴게음식점 사업자 등록증을 잘못 부여한 주류 판매신고 번호는 모두 300여개.

 

세무서 측은 잘못된 주류판매번호 부여를 뒤늦게 취소하고 정정 사업자등록증을 재교부 했다.

또한 이를 근거로 시흥시는 2010년부터 제1종 근린생활 휴게음식점에서는 주류 판매를 할 수 없다며 단속을 시작했으며 이때부터 상인들과 마찰이 시작됐다.

 

상인들은 이와 관련해 지속적인 집회 등을 열었고,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문 회장은 이와 관련 시흥시장과 지역 정치인들에게 아쉬움을 피력했다. 자기 목적에만 연연치 말라는 것이다.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순수한 의미로 사업을 했던 사람들에게 상처를 입히지 말라는 것이다. 지금 이와 관련된 업주들만 하더라도 수백 명이다. 공무원 담당자들이 실수라고 하면서 이야기하는 것들에 수백 명 이상의 생존권이 달려 있다. 정작 정치인들과 시 집행부가 이러한 것들을 올바르게 바로잡아야 하지 않는가."

 

그의 말은 차분하게 이어졌지만 단호함의 묻어났다. 하지만, 시의 입장은 내년에 지구단위계획 변경 협의가 있을 예정이라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변호사 등 법조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시 집행부가 이런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게 이해가 안간다고 한다. 지자체장의 의지만 있으면 충분히 검토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지역 상인들은 이와 관련 지난 2010년 말 시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거부당했다. '수요인원 충족미달'이라는 이유에서다.

 

문 회장과 지역상인들은 민원조차 거부당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해 111일 수원지방법원 제1행정부는 업주들의 승소 판결을 내렸다.

 

그럼에도 시흥시는 민원 거부에 대한 소송에서 패소한 것이지 지구단위계획 자체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며 애초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곳에서 장사를 하다 술을 마신 손님과 시비가 붙으면 업주는 무조건 주눅이 들 수밖에 없다. 또한 손님이 폭행을 휘둘러도 대응조차 못한다. 이런 시비가 커져 경찰서에라도 가게 되면 결국 최대의 피해자는 업주다. 폭력을 휘두른 손님이야 폭행죄로 문제가 되지만, 업주는 술을 파는 불법영업을 했다는 이유로 시에서는 과징금을법원에서는 벌금을 맞는다. 신고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우리도 시흥시민인데 시에서 우리 권익을 챙겨주지 않으면 누가 챙겨주겠나."

 

이야기를 하던 문 회장은 전일 판매한 매출 내역을 가져왔다. 그는 최근 매출이 대부분 카드 매출이라면서 엄연히 부가세가 신고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세무서에 정상적으로 신고하고 있고, 세금도 납부한다. 그런데 우리가 불법 영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 코미디 아닌가. 주류를 공급하는 업체도 다른 업체보다 비싼 가격에 공급한다. 우리 업소들의 특수성 때문이다. 그렇다고 업주들이 그것을 뭐라할 수 없다. 술을 팔기 위해서 일반 매장에서 구하면 그것조차 불법 아닌가."

 

애초 이곳에 들어선 업소의 수에 비해 현재는 줄어든 상태다. 각종 민원과 벌금 등으로 영업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하다보니 결국 부채 등이 생기고 그것을 견디지 못한 사람들이 떠나가고 있는 것이다.

 

시는 현재도 민원이 있을 때마다 수시로 단속을 벌이고 행정조치를 내리고 있다고 한다.

 

문 회장은 이와 관련해 시가 융통성을 발휘했으면 하는 바람을 나타냈다.

 

내년 지구단위계획 변경과 관련된 검토가 이뤄지는 시점까지라도 단속 등을 보류하는 유예기간을 둬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이곳 상인들이 불법영업으로 내몰린 가장 큰 이유는 공무원들의 행정적 실수부터 비롯된 것이다. 그것을 당장 바로잡은 것도 아니고 한참을 장사를 하던 중 바로잡겠다고 강수를 두면 누가 납득을 하겠나. 시에서도 내년 지구단위계획 때까지 기다려보겠다는 입장이라면 그 때까지라도 행정적인 제재를 유예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당시 공무원의 실수에 대해 어느 누구하나 책임지지 않고 있는 데 그들보다 훨씬 다수인이 피해를 본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되는 것 아니냐."

 

지역 어르신이 내 부모같이

 

문 회장은 시흥에 자리를 잡은 후 2008년부터 20128월까지 매달 마지막주 화요일에 지역에 저소득층 노인들에게 식사를 대접했다.

 

그가 이런 봉사활동을 하게 된 것은 일찍 부모를 여의다보니 어르신을 볼 때마다 자신의 부모와 같은 생각이 들어서다. 하지만 그는 이런 봉사활동이 남들에게 노출되는 것을 원하지는 않았다고 전한다.

 

"어차피 내가 좋아하고 원해서 하는 일인데 남들에게 알려진다는 것 자체가 그랬다. 하지만 상인회가 결성되고 이래저래 활동이 사람들에게 보이다보니 노출된 것 같다."

 

하지만 그의 활동은 작년 8월에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 그의 부인인 김선자(54) 씨가 신장투석으로 인해 봉사활동을 지속하기에 어려움이 따랐던 것.

 

음식장만, 현장 봉사활동에 있어 부인의 도움이 크기에 부득이 활동을 접었다고 한다.

 

올해 정왕동상인회 주최로 진행된 식사대접은 그동안 중단된 것을 다시 살리겠다는 의지이기도 했다.

 

"주변에서 그러더라고. 정치에 관심 있냐고. 아니면 장사 잘되게 하려고 홍보하는 것이냐고. 그런데 앞으로도 지켜보면 알겠지만 정치 같은 거 애초부터 관심없어. 그냥 부모님에게 못한 거 동네 어르신 볼 때마다 생각나서 하는거지."

 

그의 마음은 어쩌면 순수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자신의 이익이나 그런 부분에 얽매이는 것이 아닌 주변을 돌아보고 그들과 함께 어우러져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그에게는 작은 소망이기도 했다.

 

그의 순수한 생각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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