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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정왕본동에 내 애정을 불어넣고 싶다"

이문섭 시흥시 정왕본동 동장

토요일 오전. 공무원들은 쉬는 날이지만 그는 자주 자신의 업무실에 나와 지역에 대한 고민을 한다. 올해 1월 정왕본동 동장으로 부임한 이문섭 동장(55)은 이곳으로 오면서 지역에 대한 애정이 더 커진 사례라고 말한다.

 

이 동장은 1990년도부터 시흥시에서 근무하기 시작해 올해로 23년째를 맞고 있다. 도시적인 모습으로 변화하는 시흥시 역사의 산증인이기 하다.

 

타 지역 군 단위 공무원 생활을 하다 시흥시에 왔을 때는 오히려 군 보다 못한 시청사의 모습에 살짝 놀랐다고 한다. 수도권 도시인데 이렇게 낙후된 도시가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단다.

그런 시흥시가 갑자기 성장하기 시작했고, 현재까지의 발전상을 보고 있으면 가끔은 놀랄 때도 있다고 전한다.

 

"처음 정왕본동 동장으로 발령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솔직히 좋은 마음보다는 어딘가모를 씁쓸함이 다가왔다. 시흥시에서도 다양한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는 곳의 동장으로 부임한다는 것이 영 마뜩치 않았다. 그런데 막상 이곳에서 일하다보니 변화를 시도할 수 있다는 생각이 더 커지면서 지역에 대한 애정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그가 처음 정왕본동 동장으로 부임하기 전까지 정왕본동 주민자치센터는 이런 저런 일들로 주민들의 신뢰가 많이 떨어진 상태였다. 하지만, 그는 주민들의 신뢰회복을 위해 주민들과 함께 동정을 이끌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했다.

 

'지역 주민이 함께 힘을 모아야 마을이 좋게 만들어진다'는 신념으로 주민들과 대화에 나선 것이다.

 

"정왕본동은 현재 그나마 좋아진 상태지만 아직도 통장이 없는 지역도 있다. 거주인구의 상주기간이 짧고 이주 외국인이 특히 많은 지역이라 일반적인 생각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곳이 바로 이곳이다. 아파트 하나 없는 동네일 정도니 요즘 세상에선 좀 찾아보기 힘든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동장은 정왕본동은 처음 도시 조성 때부터 관리의 허점을 노출했다고 밝힌다. 한국수자원공사가 처음 도시를 계획할 때는 1건물 당 3가구 개념으로 계획했지만 실제 나타난 것은 1건물 당 30여 가구가 될 정도로 원룸촌을 이루게 된 것이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이러다보니 정착민보다는 일시 거주자들이 늘어나게 됐고, 행정적인 관리 역시 어렵게 되는 원인이 됐다. 또한, 이런 상황 속에서 치안문제도 대두됐다.

 

현재 정왕본동에 거주 등록돼 있는 주민수는 약 23천여 명. 하지만, 이 동장이 생각하는 인구수는 5만여 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정왕본동에 하루 평균 민원인수는 시흥시 은행동 민원인 수에 육박하고 있다. 단순히 민원인만 많다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사실 이 동에 거주하지만 주소 등록을 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드러내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이주 외국인뿐만 아니라 내국인들 중에서도 거주지 등록을 꺼리는 사람들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동장은 부임 후 살기 좋은 마을로 만들기 위해서는 주민자치가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부분을 강조하고 제일 먼저 주민자치위원회 구성부터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는 현재 운영되고 있는 주민자치위원회 위원들은 단순히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것이 아닌 실제 마을을 위해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 주를 이루고 있다고 자신했다.

 

"주민자치위원들을 되도록 젊은 사람들로 구성하려고 노력했다. 실제 역동적으로 일할 수 있고, 자리에 연연하는 것이 아닌 순수 봉사정신을 가진 사람들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또한, 정왕본동에서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에게도 '나는 이곳에 일하러 왔다'고 부임 초부터 강조해 왔다. 그러면서 동장 혼자서 일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직원 여러분들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직원들이 정왕본동에서 거주하고 있기에 자신이 사는 동네의 부가가치를 스스로 높일 것을 주문했다."

 

이 동장은 주민센터가 주체가 되어 할 수 있는 것부터 찾았다. 치안문제 등은 감당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기에 지역 경찰서 등에 협조를 구했다. 다만, 지역 내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는 쓰레기 문제는 주민센터에서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주 외국인들은 쓰레기 분리수거 등 우리나라의 청소행정 시스템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주민센터 공무원이 일일이 쫓아다니면서 개선해나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다. 그러면서 고안한 것이 거점분리수거의 날이다. 정해진 날에 구간별로 분리수거함을 놓고 그 곳에서 수거를 실시하는 것이다. 처음에도 이 부분 조차도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아 정착까지 시간이 소요됐지만 지금은 그럭저럭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특히, 지역 내 부동산 업주의 참여가 많은 도움이 됐다. 그들이 임대차계약서를 쓸 때 세입자들에게 거점분리수거에 대한 홍보를 많이 해줬다."

 

그는 무엇보다 정왕본동 주민자치위원회와 청소년선도위원회 등 주민자치 활동 참여자들에게 많은 고마움을 느낀다. 상당수가 실제 정왕본동에 거주하지 않으면서도 정왕본동의 안정적인 발전을 위해 봉사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 6월에는 지역 내 14개 단체가 참여한 가운데 '희망마을 추진단 본동생각'의 선포식이 열렸다. 이 선포식에 참여한 단체는 지역 내에서 자생하고 있는 단체로 사실상 모든 단체가 참여했다고 볼 수 있다.

 

이 동장은 머지않아 정왕본동이 하나가 되는 날이 올 것이라고 믿고 있다. 특히, 지역을 위해 봉사활동이나 기부활동을 지속적으로 하는 이들도 많아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마을로도 성장할 것으로 기대했다.

 

"정왕본동 동장으로 부임하면서 가장 눈에 보이는 아쉬움이 노인들이 마음 놓고 쉴 공간이 없다는 부분이었다. 주변을 돌아보니 공원 시설이라고 해봤자 손에 꼽을 정도로 턱없이 부족했다. 현재 지속적으로 고민 중이지만 앞으로 여건이 닿는 대로 지역 내 노인들의 쉼터 조성에 적극 나설 생각이다. 특히, 동 주민센터 옆에 조성된 녹지공간도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이 동장은 지역 내 노인문제는 다각도로 접근할 문제라고 이야기한다. 정왕본동 내에 거주하는 노인들 중 적지 않은 사람들이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고, 폐지를 줍는 노인들 중에는 생활폐기물 봉투를 훼손해 팔 수 있는 것들만 습득한 후 어지럽혀진 봉투는 그냥 방치하는 경우도 발생해 또 다른 문제점을 양산하고 있다고 전한다.

 

"가끔 생활폐기물 봉투를 훼손하는 어르신들에게 과태료가 부과된다고 행위를 중단할 것을 이야기를 하지만 연로한 그 분들에게 강하게 어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늘 단속할 수 있는 부분도 아니라서 걱정이 되는 부분이다."

 

이 동장은 그러면서도 지역 내 노인들의 건강을 살피기 위해 인근 의료기관과의 협약을 하고 무료 의료봉사 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현재 2개의 의료기관과 협약을 맺고 월 2회에 걸쳐 의료봉사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직원들에게 항상 일로 승부하라"라는 말을 강조한다. 공무원으로써 책임감 있게 일을 추진하는 모습을 보여달라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정왕본동 주민센터의 이미지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동장으로써 임기라고 해봤자 1~2년 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재임 기간 동안 새로운 사람이 오더라도 이어서 할 수 있는 사업들을 적극 추진하고 싶다."

 

정왕본동은 현재 긍정적인 변화를 이루어 가고 있다. 이문섭 동장은 이러한 변화의 초석을 다지며 현재도 늘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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