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오피니언

[인터뷰] 탈선 청소년에게 과감하게 손 내밀어야

남재수 한마루 태권도 체육관 관장

 

"어쩌면 제가 하는 일이 사회에서 어떤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적은 없었습니다. 단지 청소년들에게 그 것이 올바른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을 뿐입니다.“

 

시흥시 정왕동 정왕시장에 위치한 한마루 태권도 체육관 남재수 관장(41).

 

인터뷰 약속 시간이 되자 체육관 안에 어린이들이 우르르 문을 열고 들어왔다. 들어오는 어린이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기자에게 "안녕하세요"라고 씩씩하게 인사를 해댔다. 아이들이 모두 들어오자 마지막으로 남재수 관장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요즘 개학시즌이라서 그런지 아이들의 하교 시간이 일정치가 않네요."

 

태권도복 차림의 그는 초등생 이하 어린이들이 수업을 마치고 체육관으로 올 때 직접 차량을 몰고 가 등원시킨다.

 

체육관 안에 다른 사범이 있기는 하지만 어린이들을 직접 맞이하는 것에 더 즐거움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남 관장은 정왕본동에서 청소년들의 올바른 길잡이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사람 중 하나이다.

 

사춘기 시절 또는 청소년기에 좋지 않은 길로 들어선 아이들에게 직접 다가가 그들이 바른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요즘 자식을 둔 부모님들은 자기 자식만 최고인 줄 알아요. 남의 아이들도 소중한 데"

 

남 관장은 청소년들의 탈선 등의 문제에 있어 가정의 책임이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하나 또는 둘 정도만 낳아 키우는 풍토에서 자식들의 행동에 너무 관대하게 대한 것도 청소년 탈선의 원인이라고 이야기했다.

 

"요즘 40대 이상이 학교를 다닐 때만 하더라도 한 학급당 학생 수가 많아 그런지 몰라도 비행 청소년들이 크게 보이지 않았고, 다른 아이들 역시 휩쓸리는 경향이 드물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한 학급당 학생 수가 크게 감소했고, 소수의 학생들이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도 금방 휩쓸려서 집단을 이루는 경우가 생기기도 합니다."

 

남 관장은 학급당 학생 수 감소가 청소년들의 탈선을 통제하는 힘을 잃게 하는 데 어느 정도 연관 관계가 있다는 생각이다.

 

가정에서 아이들에 대한 관대함, 학교에서의 잘못된 군중심리 등은 올바른 가치관이 형성되어야 할 시기에 오히려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다.

 

그가 시흥시에서 생활을 시작한 것은 38개월 전부터다. 그 전에는 고양시 행신동에서 체육관을 오랫동안 운영해 왔다. 그 곳에서 그는 청소년 문제에 대해 접근하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체육관 뒤쪽으로 학교가 하나 있었는데 문제아들이 좀 있었어요. 학생들 사이에도 문제 학생이 다른 동급생을 괴롭히는 모습을 지역 주민들이 목격하는 경우도 많았죠. 하루는 지하 주차장에서 흡연을 하는 학생들을 보고 그들과 대화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남 관장은 지하 주차장에서 흡연하는 청소년들과 대화를 해보자는 생각으로 몇 마디를 나눴다.

 

그 때 그는 '이 학생들 하나하나가 모두 착하다'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어느 하나 천성이 못된 아이들이 없는 데 순간의 일탈이 탈선으로 이르게 된 것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청소년 선도를 하는 발단이 됐다. 사실 청소년 선도라는 표현에 대해 그는 '거창한 표현'이라고 손사래를 쳤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사회적인 관점에서 잘못된 부분을 일깨우는 데 조금 도움을 주는 역할이 자신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흡연을 일삼는 아이가 있어 그 아이의 어머님에게 그 상황을 이야기했더니 '내 자식은 그런 것 없다'며 오히려 저한테 면박을 주더라고요. 그 아이의 모습을 봤을 때 조금만 가정과 주변에서 관심을 가지면 올바른 길로 갈 것이라는 생각에 이야기한 것인데 일단 자식부터 감싸고 돈 것이죠. 저 역시 답답한 마음에 어머님께 상담을 하고자 했지만 그 이야기를 한 날은 들을 생각조차 하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그 다음 날 아침 일찍 연락이 오더라고요. '내가 내 자식에 대해 모르는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고'. 그리고, 아이를 잘 가르쳐달라고 부탁까지 하더라고요."

 

그 후 그 학생은 남 관장이 운영하는 체육관에서 태권도를 배우고 생활 속에서 갖춰야 할 인성에 대해 서로 대화를 나눴다. 현재 그 학생은 특별한 문제없이 학업에 열중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저런 문제를 가지고 있는 청소년들과 상담하면서 체육관 안에서 같이 운동하는 학생 수만도 14~15명 정도. 남 관장은 이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 "너는 이제 성인이다. 너의 행동에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한다"는 말로 졸업(?)시킨단다.

 

남 관장은 이러한 문제 학생들을 체육관에서 같이 운동하면서 건전한 정신으로 만들겠다는 이야기를 전했을 때 '저 사람 태권도 체육관 영업하는 거 아니냐'는 시선을 받기도 했다. 애초에 그럴 의도를 갖고 있지도 않았지만 막상 그런 말을 들을 때는 섭섭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고.

 

"학생들과는 운동 끝나고 잠깐씩 대화를 합니다. 1주일에 3~4회 정도 짧게 이야기하고 고민이나 어떠한 문제가 있으면 11 상담을 하기도 하죠. , 부모님과 수시로 이야기를 하면서 체육관과 가정과의 역할에 대해서 충분히 고민합니다. 특히, 학생들에게 체육관 안에서 만큼은 너희들 몸을 확실하게 책임진다고 말해 믿음을 심어주고 있습니다."

 

남 관장은 현재 정왕본동 자율방범대 소속으로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이 활동에 대해서도 아쉬운 점은 있다고 전한다.

 

"야간에 우범지대 등에 있는 청소년과 사람들에게 자율방범대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일시적인 계도 역할 밖에 없습니다. 그들에 대한 원초적인 접근이 수월하지는 않다는 이야기죠. 가끔 교육지원청이나 주민자치센터, 경찰서 등에서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는 하는 데 이벤트성 이상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잠시 탈선한 청소년들이 제 자리로 돌아올 수 있는 적극적인 프로그램 마련이 시급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남 관장은 이와 관련해 시흥시태권도협회의 앞으로의 활동에 기대를 하고 있다. 올해 새로운 집행부가 출범하면서 올바른 청소년 양성을 위한 지속적인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협회가 적극적으로 나서면 어떻겠냐는 의견을 개진한 것이다.

 

새 집행부 역시 남 관장의 의견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고, 충분한 고민을 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소년기는 인생으로 봤을 때는 아주 짧은 시간이기는 하지만 그 당시의 행동에 대한 책임은 남은 평생을 좌우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기성세대가 보다 더 적극적이고 현실적으로 다가서는 것이 청소년이 올바른 길로 가는 데 보탬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탈선 청소년들에게는 가끔은 기성세대가 자신에게 관심을 갖고 손을 내미는 것을 기대할 때가 있다.

 

자신이 엇나가는 모습에 누군가가 잡아주기를 바라는 기대심리일수도 있다. 남 관장의 활동들은 순간의 잘못된 생각으로 탈선의 길에 들어선 그들에게 큰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배너
배너


배너


미디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