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살에 시흥에 온 후 41년이 지났다. 그동안 시흥시의 변화는 직접 몸으로 느끼면서 살아왔다. 그러면서 누구보다 이 도시에 대한 애정이 강했고, 남들보다 시흥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한다. 그런 그가 최근 시흥시의 독단적인 행동에 강한 어조로 비판하고 나섰다.
시흥시민의 힘 임승철 대표(51)는 현재 시흥시에서 활발한 시민단체 활동을 벌이고 있다. 시흥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행동이라고 말하는 그는 현재 시흥시의 개발 정책에 대한 강한 불만을 가지고 있다.
"시흥시 현 집행부가 도시의 디자인을 바람직하지 않은 길로 인도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아니 비단 현 집행부뿐만 아니라 역대 집행부 역시 시흥시가 갖고 있는 정체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운영했던 것이 아닌가 한다. 분명 우리 시는 생태적인 정체성을 세워야 하는 도시다. 그럼에도 현재와 과거 집행부들은 이런 모습을 간과하고 개발에만 목적을 두고 사업을 진행해왔다. 아마 개발제한구역이 전체 도시 면적의 70%가 넘는 것을 단순하게 생각한 것 같다. 도시의 전체적인 그림을 그려가고 불균형한 사고를 그만 접어야 하는 것이 맞지 않나 싶다."
임 대표는 현 시흥시 집행부의 행정이 주먹구구식이고 쇼윈도 행정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선거공학적이고 문제가 곪아가고 있음에도 이제는 어찌할 바 모르고 앞만 보고 달려가는 느낌에 답답함을 느끼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미 오래 전 일이 되었지만 시화산단을 계획할 때부터 시흥시는 뭔가 단추를 잘못 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이제는 시화산단은 변화를 모색해야 하는 시기가 도래했고,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군자배곧신도시 역시 그렇다. 부동산 시장이 내리막길을 걷는 시점에서 충분한 고민없이 현 시장이 무리하게 추진한 것은 문제가 있다. 처음 추진할 당시 단순히 서울대가 온다는 추상적인 기대감에 대중의 여론몰이를 해 진행한 감이 있다. 전문가들의 충분한 고민이 있어야 할 부분이었다. 특히, 시흥시민의 혈세가 투자되는 대형 사업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더욱 그렇다."
그는 2010년 민주노동당 지역위원장을 맡으면서 지역문제가 예전보다 잘 보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한 사람의 눈으로 바라보던 시각이 지역주민들과 많은 대화를 하면서 다양한 모습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흔히 일반인들이 생각하던 민주노동당의 활동 모습과 비교해서 임 대표의 활동이 약하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이에 대해 그는 시흥시 지역의 특성과 연관이 깊다고 설명한다.
"현재 중앙정부는 새누리당이 여당이지만 시흥시는 그동안 민주당이 여당이고 그 외의 정당이 야당의 성격이 강했다. 그렇다보니 지난 선거에서 새누리와의 연합을 하는 상황이 벌어졌고 민주노동당 역시 독단으로 행동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
하지만, 단순히 그런 이유로 단순히 임 대표의 활동이 부드러운 이미지가 됐던 것은 아니다. 그동안 그는 투쟁, 캠페인 등은 자제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다만, 언론 등을 통해 지역 현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다.
활동적 모습에서 이러한 기조를 유지한 것은 임 대표 스스로 자신의 오랫동안 살아온 지역이라는 이유가 컸다.
"조금만 돌아다녀도 다 아는 사람이고, 연결된 사람인데 강성으로 일관하는 것은 지역적 정서에도 맞지 않았다. 최대한 지역주민들과 생각을 공유하고 공감하는 모습의 기조를 유지해왔던 것 같다."
그는 군자배곧신도시 문제에 대해서는 시흥시 집행부가 보다 열린 마음으로 접근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최근 그와 시흥시 시민단체 등은 군자배곧신도시 서울대 국제캠퍼스 무상 제공 의혹과 관련된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이 자리를 통해 시 집행부가 진행하고 있는 이 사업에 대한 심도있는 고민이 이뤄져야 한다는 부분을 강조했다.
"서울대 국제캠퍼스가 들어오는 것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일부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1조 원에 이르는 시민의 혈세가 그 곳에 투자되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시민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지난 기자회견에서 주민들의 의견을 묻는 주민투표를 하자는 주장을 한 것도 이것과 같은 맥락이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것이 1조 원이지 앞으로 그 이하가 들어가게 될지 아니면 더 이상이 들어갈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그런 부분에 있어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합의를 이끌어내야 하는 것이 시 집행부가 할 일이 아닌가 한다. 현재까지 시 집행부가 서울대에 끌려가는 느낌을 받게 했다. 작년에 서울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서울대 측이 거의 공짜로 부지와 건물을 투자하라는 이야기를 했을 때 시민들을 시 집행부가 어떻게 협상할지 주의 깊게 지켜봤었다. 결국은 무상 제공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서울대 입장을 수용했다. 이건 아니지 않는가. 만일 지역주민들이 서울대의 무임승차(?)를 반대한다면 시는 재협상 카드를 꺼내들어야 한다. 정부에서는 국민의 뜻과 반한다는 이유로 FTA도 재협상을 하는 마당인데…"
"정부는 FTA 협상도 다시 하는 마당인데 서울대와 협상 왜 못하나“
임 대표는 시 집행부가 서울대에 끌려가는 모습을 보이면 보일수록 시민들은 의혹의 눈길만 더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내년 선거를 앞두고 이 문제가 좋지 않은 쪽으로 흘러갈 것을 우려한 나머지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사실 현 집행부가 8년이나 이 문제를 가지고 가는 것은 너무 우려먹는다는 생각마저 든다. 내가 주장하는 것은 아직까지 논란이 있는 만큼 공정한 절차를 거치자는 것이다. 군자배곧신도시가 망하면 시흥시도 망한다. 군자배곧신도시와 마주보고 있는 송도신도시를 봐도 그렇다. 결코 송도신도시가 성공한 도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곳도 연세대, 인천대 등을 유치해 교육적인 효과를 거둘 것으로 봤지만 사실 드러나는 효과는 미미했다. 오히려 부동산 경기 침체와 맞물려 미분양 사태 등의 직격탄을 맞았다. 군자배곧신도시 역시 최초의 계획은 국제적인 교육도시의 이미지를 만들려고 했겠지만 상황이 인천보다 그다지 좋지 않은 시흥시에 그 사업이 성공을 거두리란 보장이 없다. 이 부분은 공청회 당시에도 많은 전문가들이 우려했지만 정작 시 집행부는 듣지 않았다. 분명 시흥시는 현재의 구도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차선책이라는 여지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대형 개발 사업 실패 후 한 지자체가 부도 위기에 몰리는 상황은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오히려 시흥시는 그런 도시보다 지역 재정 역시 충분한 상태라고 보기 어렵다."
임 대표는 서울의 뉴타운 건설도 사업성이 없다면 취소하는 상황이라며 현실에 맞는 사업을 펼칠 것을 주문했다.
또, 임 대표는 시 집행부의 근시안적 행정도 문제라고 지적하며, 방산하수종말처리장 민자사업 추진을 꼬집었다. 충분히 시에서 감당할 수 있는 부분인데 시가 너무 쉽게 민자사업으로 돌려놨다는 것이다.
"하수처리장은 시흥 시민의 생활과 직결된 문제다. 시는 민자사업으로 한 후 나중에 돌려받겠다는 구상을 하는 것 같은데 오히려 시의 손실만 커질 뿐이다. 만일 시가 가스안전공사 부지 매입을 조금만 뒤늦추고 하수처리장 문제를 우선 사업으로 했다면 굳이 민자사업으로 돌리지 않아도 될 문제였다. 가스안전공사 부지 매입은 어차피 시가 나서야 해결될 문제인데 시가 너무 급히 나섰던 경향이 있다. 특히, 시 의회 역시 이 문제에 대해 온전히 넘어간 부분은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충분히 시가 감당할 수 있는 사업을 민영화로 돌리는 것은 공공성 강화 등에 역행하는 행동이다."
임 대표는 그동안 시의 각종 문제 언론 기고를 통한 이야기 전달 등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이제는 행동으로 나설 생각이라고 밝혔다. 주민들에게 현 실상을 제대로 전달하고 그들의 뜻을 시 집행부에 전달하는 역할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시흥은 수도권이지만 변방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그동안 개발이라는 부분에 있어서도 철저히 배제됐던 곳이 이곳이다. 하지만, 그런 부분이 오히려 이 지역의 기회가 되고 있다. 개발하기 좋은 땅이기도 했지만, 오히려 개발로만 치우치기엔 아까운 땅이 바로 시흥이다. 이제는 시흥시도 그린, 복지, 문화가 어우러지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 부분이 어쩌면 생명·생태 도시에 어울리는 부분일 것이다. 현재 국정 화두로 환경, 문화, 복지 등을 거론하고 있는데 우리 시가 그런 부분의 선도 지자체가 되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지역에 대한 관심이 행동하게 만들었다는 임승철 대표. 그가 어떠한 모습으로 활동할지 앞으로 지켜볼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