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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아동학대, 미리 막을 수 있는 ‘사회적 참사’

[글: 허범석/시흥아동보호전문기관 사례관리팀] 지난 9월 인천에서 발생한 라면형제 사건은 수차례 막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사회적 참사’라는 비난과 함께 전 국민의 안타까움을 샀다. 사고 이후 이를 막기 위한 다양한 대책이 쏟아지고 있으나 필자는 사건 이후 흘러가는 일련의 상황들이 마치 ‘데자뷰’와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2019년 아동학대 주요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아동학대 건수는 2015년 1만1천715건, 2016년 1만8천700건, 2017년 2만2천367건, 2018년 2만4천604건, 2019년 3만45명으로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2013년 발생한 울산 동거녀 살인 사건과 칠곡 계모 아동학대 사망사건은 아동학대 문제에 대한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고 결국 아동학대에 대한 처벌 강화와 주변인들의 신고 의무를 강화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의 통과에 영향을 주었다. 

하지만 특례법 시행 후에도 국민적 공분을 샀던 수많은 아동학대 사건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이후 이어지는 수많은 전문가들의 지적과 그에 따른 대책 발표는 필자가 금번 발생한 라면형제 사건 이후 흘러가는 일련의 상황들이 ‘데자뷰’처럼 느껴진다고 생각한 이유다.

아동학대로 인해 참혹한 결과가 있었다는 언론 보도가 있을 때마다 많은 사람들은 아동학대 조사 혹은 사례관리 과정에서 발생했던 인적 차원의 실수 혹은 부족한 부분에 대하여 지적하고 인적 차원의 실수나 부족한 부분에 대한 지적은 조사나 사례관리를 담당했던 일부 기관에 대한 책임으로 흘러가는 경우가 많다. 

필자가 아동학대 현장에서 근무하며 느낀 것은 우리 사회가 이러한 책임론 보다는 아동학대 사건과 관련해 보다 원론적인 문제에 대해 접근하고 이에 대한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다.

2019년 아동학대 주요 통계에 따르면 2019년 3만 45건의 아동학대 판단 건 중 75.6%가 부모에 의한 아동학대 사례였으며 79.5%의 사례가 가정 내에서 발생했던 것으로 확인된다. 이는 아동학대가 주로 가정 내에서 발생하고 있어 조기발견에 어려움이 있음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아동에 대한 접촉 빈도가 높은 직군을 신고의무자 직군으로 법에서 지정하고 있으나 실제 신고율은 23% 수준으로 그리 높다 할 수 없다. 이는 아동학대와 관련한 인식의 문제로도 해석할 수 있겠으나 필자는 이와 관련하여 보호자에 의한 학대 사실을 신고함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민원의 문제에서 기인할 수 있으며 더불어 신고자에 대한 실질적인 보호가 부재한 것 또한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현장에서 만나는 학교의 교사들은 학교에서 신고할 경우 보호자가 학교에 민원을 제기하거나 실제 신고자에게 지속적인 폭언·협박 등의 실질적 위협으로 인해 신고에 대한 어려움 호소하곤 한다. 필자는 이러한 실효성 있는 보호 방식의 부재가 보다 빠른 발견을 저해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며 이와 관련한 실효성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동학대 발견률이 높아진다 하더라도 부모에 의한 학대가 많은 아동학대의 특성 상 피해아동을 조치하는 것에도 어려움이 있다. 피해아동들에 대한 조사를 통해 아동학대로 판단한다 하더라도 행위자인 보호자와 분리되는 것을 희망하지 않는 아동의 수가 많고 시설 입소 후 적응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아동들이 많아 불가피하게 분리보호가 어려운 상황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는 원가정에서 보호되는 피해아동의 비율이 83.9%에 이른다는 통계를 통해 확인가능하며 이를 통해 아동학대 사례에 대한 사례관리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지난해 5월, 정부는 아동학대 대응 체계 개편을 위해 현재 민간에서 담당하는 아동학대 조사 기능을 공공에서 담당하고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사례관리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을 밝혔으며 2020년 10월 필자가 근무하는 시흥지역에서는 공공이 조사 기능을 담당하고 민간의 시흥아동보호전문기관은 사례 관리에 더욱 집중하는 구조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이에 따라 사례관리의 전문성을 높이고 개별사례관리의 질을 높이고자 굿네이버스에서 개발한 ‘아동보호 통합지원 전문서비스’에 따라, 아동뿐만 아니라 가족에게 대상자별 맞춤형 서비스를 지원하는 등 사례 관리에 힘쓰고 있다. 

이러한 민간의 노력 외에도 정부 차원에서 사례관리의 질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이 1인당 담당하는 사례 수는 2018년 29건에서 2019년 41건으로 41% 급증했으며 이는 2019년 3만여 건의 아동학대 사례를 730여 명에 불과한 상담원이 담당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에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의 평균 근속 연수는 3.3년으로 다른 사회복지 종사자의 절반 수준이다. 이를 위해 예산과 인력 지원에 대한 정부의 해결 방안 검토가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매년 들쭉날쭉한 복권기금으로 운영되는 아동학대 예산을 별도 편성해 운영할 수 있도록 하려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필자는 이를 통해 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최근 5년 간 아동학대를 위해 정부는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제는 보다 원론적인 측면에서 아동학대를 사회문제로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접근이 필요하다. 2020년 10월부터 아동학대에 대한 조사를 공공에서 시행하는 것은 정부가 아동학대를 사회문제로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좋은 변화라 할 수 있다. 

필자는 정부가 보다 원론적인 측면에서 아동학대 발견률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사전에 아동학대를 예방할 수 있도록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고민하는 것을 기대하며 우리 모두 좋은 어른으로 기능하며 아동학대가 사전에 예방할 수 있던 ‘사회적 참사’임을 잊지 않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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