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타임즈=홍성인 기자) 강의실에 사람들이 모이자 여기저기서 웃음꽃이 피어올랐다.
경기도장애인복지회 시흥시지부에서 진행하는 ‘장애인문화예술교육 서예교육’에 참여한 수강생들은 교육에 시작하기에 앞서 요즘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들을 하면서 친교의 시간을 가졌다.
이 곳에서 수강을 하고 있는 학생들은 약 20여 명. 평균나이가 거의 70세에 가깝다. 그럼에도 이들의 모습에는 활기가 넘쳤다.
경기도장애인복지회 시흥시지부 이종탁 사무국장은 “장애인들의 상당수가 집안에 있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들에게 밖으로 나와 다양한 경험을 제공함과 동시에 정서적으로 안정을 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됐고, 서예교실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서예교실은 지난 4월 7일부터 시작해 매주 목요일마다 시흥시평생학습관에서 진행하고 있다. 올 연말까지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도 이제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이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유무남(82) 어르신은 “매주 한 번 있는 시간이지만 교육이 있는 날에는 무척이나 기대가 된다”면서 “우리 또래의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다. 매번 즐겁게 교육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말하는 유무남 어르신은 이날 교육에 참석한 사람들 중 최연장자이다. 최연소 수강생이 50세일 정도로 활발한 노년을 보내는 이들로 가득차 있다.
서예라는 것에 대한 매력에 대해 김백합자(71) 어르신은 “처음에 붓으로 글을 쓸 때는 내가 보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어색한 글씨가 종이 위에 새겨졌는데 이제는 내가 쓴 글에 아름다움까지 느껴지기도 한다”며 환하게 웃었다.
또, 박용희(79) 어르신은 “서예라는 것이 정서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마음이 차분해지고 글을 쓰는 순간에는 그 것에만 집중할 수 있어 좋다”라고 말했다.
수강생들은 지난 7개월 동안 같이하면서 둘도 없는 친구들이 됐다. 정기적으로는 매주 한 차례 정도 마주치는 것이지만 이제는 교육이 없는 날에도 서로 모여 친목도모를 하는 사이들로 발전했다.
물론 그 사이 안타까운 일들도 있었다. 교육생 중 한 명은 노환으로 세상을 떠난 일도 있었던 것.
오랜 시간은 아니지만 같이 있다보니 가족같은 분위기가 형성됐다. 수강생 중에 감기라도 걸린 사람이 있으면, “감기에는 이런 것이 좋다.”라면서 빠른 쾌유를 위한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 또, 가정사에 대해서도 서로의 속 마음을 이야기하며 대화의 장을 열기도 한다.
최근 수강생들은 자신들이 만든 서예작품들을 교실 벽면에 걸어놓기 시작했다. 어색했던 처음 교육 때와 달리 멋스러운 글씨들은 이제 액자로 제작해서 집에 걸어놓아도 될 만큼 훌륭한 모습을 보였다. 그럼에도 자기가 쓴 글이 벽에 걸릴 때는 “창피하다”며 자기 것은 걸어놓지 말라고 하는 수강생들.
이들은 서예라는 것을 배우기 위해 참여했지만, 단순히 그 것만을 배우는 것이 아닌 강의실 안에서 그 외의 많은 것을 얻어가고 있었다.
작은 강의실이지만 이 안에서는 정서적 안정, 삶에 대한 고찰 등이 함께하는 서예 하나로 국한될 수 없는 큰 것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