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도시들의 공원 조성을 보면 생태라는 것을 고려한 공원인가를 되묻게 된다. 잔디만 심어 녹색으로 보이면 녹지공간이 확충된 것으로 여기는 것은 분명 잘못된 것이다.“
도시환경연구소 안만홍 대표(49)는 도심에 위치한 시민 쉼터 등의 설계가 지나치게 미관 위주로 되어 있다고 꼬집는다. 특히, 공원 내 광장을 비롯해 산책로 등이 콘크리트와 대리석 자재 등으로 만드는 것은 오히려 녹지공간의 기능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고 전했다.
안 대표는 향후 설계되는 도시는 '에코폴리스' 형태로 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에코폴리스는 에코(Ecology: 생태)와 폴리스(Polis: 도시)의 합성어로 자연 생태계를 충분히 고려한 미래형 도시로 자연생태도시를 말한다.
독일 베를린은 도심지 내에 야생동물의 이동로를 만들어 줘 동물이 도시 속에서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는 등 자연친화적 모습을 갖추려고 노력하고 있다.
콘크리트 건물 등으로 도시를 형성하고 있는 기존의 도시형태를 거부하고 동·식물이 살아 숨쉬는 생태도시를 조성하는 것이 '에코폴리스'다.
이러한 도시의 특징은 녹지비율이 50%에 육박할 정도로 자연 친화적인 공간 비율이 높다는 것이다.
안 대표는 시흥시의 경우 이러한 에코폴리스의 성격을 지닌 도시로 만들어가기 좋은 도시라고 설명한다.
"요즘 도심에 위치한 공원 중에는 분수대를 설치한 곳들이 많다. 그 분수대 주변은 대리석 등을 깔아놓은 공간이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여름철에는 이곳에 물만 솟아오를 뿐이지 기온을 낮춰줄 수 있는 제대로 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한다. 더구나 주변에 내리쬐는 태양을 피할만한 공간 찾기도 쉽지 않다. 이런 모습이 오히려 반환경적이 아니고 무엇인가."
그는 미관에 충실한 녹지공간을 만드는 것이 아닌 자연 순환형 녹지공간 창출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잔디를 심는 것이 녹지를 확충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잔디가 눈에는 정돈된 모습을 보일지 모르지만 생태적 기능을 수행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어쩌면 녹지로써의 기능을 거의 수행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자연·생태를 생각하는 녹지라면 나무를 최대한으로 많이 심고, 그 나무들이 생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생태계가 조절되는 모습이 되어야 한다. 곤충과 동물이 과연 잔디밭에서 얼마나 살겠는가. 낙엽이 떨어지고 그것이 거름이 되어 다시 땅의 생명이 움트는 형태로 되는 것이 진정한 녹지가 아닌가 한다."
안 대표는 도시 열섬현상 등 과도한 도시화로 인해 발생되는 각종 환경적 폐해에 대해 이젠 경각심을 갖고 기능성을 갖춘 녹지 비율이 필요함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과거야 어떻게 진행됐건 간에 앞으로 진행될 도시 조성은 충분히 생태라는 것을 고려해 진행했으면 하는 바람을 나타냈다.
"최근 시흥시는 보금자리지구, 군자배곧신도시 등 각종 주거공간을 창출하기 위해 광범위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아마 수도권 내에서 시흥시만큼 대형 주거공간 확충 사업이 벌어지는 곳도 없을 것이다. 물론 최근 지어지는 아파트 등은 녹지공간을 최대한 배려해 만들어지고 있지만 이미 이야기했듯이 의미없는 녹지를 만드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나무가 많아야 사람들이 쉴 공간이 생긴다. 그리고, 흙이 있어야 땅이 숨쉬고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질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는 것을 간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최근 그는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시흥이 가진 자연을 최대한 활용해 그것을 소개하고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다.
그런 프로그램들을 진행하면서 시흥시가 가진 자연적 유산 등의 소중함을 더 크게 느끼고 있다고...
인터뷰 도중 갯골생태공원 주변에 있는 골프장 건설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안 대표는 이에 대해 시 집행부가 적극적인 반대 의사를 보이지 않은 아쉬움을 피력했다.
"갯골생태공원 자체는 순천만 습지에 버금가는 우리나라의 자연 유산이다. 그런 곳에 골프장이 들어선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다. 결국 이 부분은 시가 어느 정도 방관했기에 사업이 추진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본다. 개발제한구역 내에서 할 수 있는 사업들은 한정돼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골프장이다. 시흥시 입장에서는 골프장이 생겼을 때 발생하는 경제적 이득에 소중한 자연을 내놓는 우(愚)를 범했다."
안 대표는 대학에서 환경정책을 전공했다. 자신이 현재 도시환경연구소를 운영하는 것도 전공에서 기인한 부분이다. 도시환경연구소는 연구용역, 위탁, 교육 등의 사업들을 진행하고 있는데 시흥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특히, 최근 벌이고 있는 각종 교육프로그램들은 자신이 연구했던 부분들을 시민과 청소년 등을 상대로 시범적으로 적용하고 시민들이 자연을 통해 힐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그는 대학과 사회 초년 시기에 학생운동과 시민단체 활동으로 보냈다고 한다. '시흥의제21'의 조직을 구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한 사람도 안 대표다.
연구소를 운영하면서 가끔은 자신이 사업적인 역량에서는 조금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연구소 운영도 사실 넉넉하지 못한 살림살이다. 아무래도 난 사업적인 머리는 조금은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한다. 전공이 환경정책이라서 그런지(웃음). 하지만, 시흥의 생태도시로의 발전을 위한 다양한 고민과 아이디어 창출은 꾸준히 할 생각이다. 또, 나 하나가 아닌 생태강사 발굴·육성은 미래를 생각하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흙이 있어야 땅이 숨쉬고 사람과 어우러진 공간 창출이 가능하다“
그는 인터뷰 내내 '에코폴리스' 건설이 망가진 환경을 되돌릴 수 있는 대안이라고 반복해 강조했다.
하지만, 문제는 언제나 경제적인 관점에서 어느 정도 부합할 수 있느냐라는 것이다. 개발 당사자 입장에서는 최대한 이윤을 창출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늘 부딪히는 논리이기는 하지만 대승적인 부분에서 환경을 보전하려는 노력은 꼭 필요한 부분이기에 이에 대한 고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어쩌면 도시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동물과 어우러져 사는 모습은 이상에서만 가능한 모습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의 최초의 모습은 이런 모습부터 시작됐다는 것을 생각할 때 '에코폴리스' 역시 먼 이야기로 돌리는 것만이 전부는 아닌 것처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