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타임즈 대표/편집장=우동완] 태양은 뜨거웠다. 건물마다 쉼없이 뿜어대는 에어컨의 열기가 더해져 거리는 그야말로 ‘불’이었다.
5분만 걸어도 셔츠가 땀에 젖었다. 30일 시흥시의 낮 최고기온은 37도까지 올라갔고 폭염경보가 내려졌다. 휴가철이기도 하고 너무 뜨거운 탓에 거리는 한산했지만 생업을 이어가야 하는 서민들과 갈 곳 없는 노인들은 동네를 지키고 있었다.
▲신천동 신천변 거리 나무그늘 아래 7~8명의 노인들이 모여 음료를 나눠 마시고 있었다. “에어컨이 있는 무더위 쉼터나 경로당 같은 곳으로 들어가지 않냐”고 묻자, “아파트 같은 곳이나 그런 게 있지 우리 동네엔 없어” 라고 잘라 말한다.
그러면서 “경로당엔 가는 사람이나 가지, 회원 가입도 해야 하고 불편해서 그냥 여기 앉아 있는 거지” 라며 “에어컨은 바라지도 않고 이렇게 그늘에서 쉴 수 있는 정자 같은 거나 있었음 좋겠어”라고 말한다.
이들이 앉아 있는 곳은 나무그늘 아래다. 시가 신천천 공사를 하면서 보기 좋게 데크와 벤치를 만들어 놨지만 그곳은 그늘 없는 땡볕이다.
▲같은 날 목감동 국민임대아파트 경로당엔 노인 10여명이 폭염을 피해 모여 있다. 이곳은 아파트 단지에서 운영하는 경로당으로 에어컨이 설치돼 있다.
아파트 관리실에선 “더우면 경로당으로 나와 쉬라”고 계속 방송을 내보내지만 경로당으로 찾아오는 노인들의 수는 적다. 몸과 마음 이것저것이 불편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경로당으로 오지 않는 노인들 중 집안에 에어컨이 없는 경우가 절반이 넘는다고 경로당을 찾은 한 노인이 말했다. 실제로 에어컨이 없어 아파트 그늘에서 더위를 피하는 모습은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광경이었다.
또 에어컨이 있다 한들 전기세가 아까워 켜지 못하는 노인들도 다반사다.
▲이 아파트에서 홀로 사는 현모 할머니(81) 집에도 에어컨이 없다. 푹푹 찌는 집안은 그야말로 용광로에 있는 느낌이었다. 현 할머니는 “자식들이 있거나 돈이 좀 있는 사람들은 에어컨을 사서 달겠지만 나같이 혼자 사는 사람은 무엇으로 그걸 달고 감당하냐”고 하소연 했다. 없는 자에게 더 혹독한 폭염이었다.
다시 뜨거운 거리로 나와 인근 공사장을 지나고 시장을 지난다. 공사장 인부, 노인, 상인, 등 저소득층 서민들은 재난급 폭염으로 심각한 고통을 겪고 있지만 그들은 여기서 또다시 불평등을 겪고 있다.
없어서 못 켜고, 있어도 켜지 못하는 것이 지금 서민들이 겪는 고통이다. 29일 기준 경기도내 폭염관련 온열질환 발생자 수는 274건. 작업장, 실내, 길가에서 일하는 저소득층들이 대부분이다.
가난하고 취약한 이들이 별다른 대책 없이 혹독한 재난에 더 많이 노출되고 그로 인해 더 심각한 위협을 받는다면 그 사회는 건강하지 못하다.
폭염은 재난이다. 무엇보다 근원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을 세우기 위해서는 ‘재난도 불평등 하다’는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