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타임즈=우동완 기자) 지난 4일 MBC 시사프로그램인 시사매거진 2580에서 서울대 시흥캠퍼스와 관련한 학내 갈등과 이에 따른 지역의 우려 등을 보도했다.
이날 2580은 내년 3월 1차 개교 예정인 시흥캠퍼스가 학내 갈등 등으로 사업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언제 개교 할지 모르는 상태에 있다고 지적했다.
또 프로그램에 출연한 배곧신도시 입주자는 “(실시협약이) 철회된다면 모든 법적 투쟁을 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여 입주민들의 불안한 분위기를 내비쳤다.
▲서울대가 신규 캠퍼스 설립을 처음 계획했던 건 10년 전인 2007년이다. 2년 만인 2009년엔 신규 캠퍼스 부지로 시흥시가 선정됐고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보였던 사업은 2013년 10월 첫 제동이 걸렸다.
학교가 시흥캠퍼스에 의무형 기숙사(RC) 설립을 검토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학생들의 반대에 부딪힌 것이다.
학생들의 불만이 커지자 학교는 의무형 기숙 대학을 추진하지 않겠다며 진화에 나섰고, 이후 시흥캠퍼스 문제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러다 지난해 8월 시흥캠퍼스를 둘러싼 학교와 학생 측의 갈등이 다시 불거졌다. 학교가 시흥시, 한라건설과 시흥캠퍼스 설립을 위한 실시협약을 맺은 것이다.
시흥시는, 관악캠퍼스의 실제 사용 공간인 순환도로 내부면적의 절반 정도인 66만 제곱미터의 부지를 서울대 측에 무상 제공하고, 한라건설은 4천5백억 원 상당의 건물을 지어 기증하기로 공식적으로 약속했다.
학생 측은 계약에 법적 구속력이 생기는 중대한 사안임에도 학내 구성원들과 전혀 논의가 없었다는 점을 문제로 제기한다.
▲시흥캠퍼스가 들어설 곳은 '배움터'를 뜻하는 우리말 '배곧'에서 이름을 딴 시흥시 배곧신도시다.
신도시 조성 과정부터 서울대 캠퍼스 유치를 광고하며 교육 도시를 표방해 왔고, 학교 부지를 중심으로 대단지 아파트촌이 형성됐다.
서울대에 건물을 지어주기로 한 한라건설이 분양한 아파트는 시흥캠퍼스와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맞붙어 있어 아파트 브랜드도 '캠퍼스'로 정해졌다.
인근 아파트 단지에 비해 평당 100만 원 가까이 높은 가격에도 100% 분양됐고, 분양권은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되기도 했다.
▲학생들은 서울대 브랜드를 팔아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고, 그 차익으로 대학 재원을 조달하는 방식은 대학의 '공공성'을 크게 훼손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사회대 김상연 전 학생회장은 "이 사업은 추진 목적부터 사실 대학을 어떻게든 좀 팔아보려고 하는, 기업화하는 그런 방향의 사업이었기 때문에 저는 원론적으로 반대 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반발에 기름을 부은 것은 본관 점거 과정에서 발견된 '시흥캠퍼스 재정 전략 수립' 보고서였다.
2014년 9월 서울대 기획처가 작성한 보고서에는 시흥캠퍼스에 호텔과 오피스텔, 키즈카페, 고소득 노인을 위한 실버타운 등도 조성해 대학 운영비용을 조달한다는 계획이 담겨 있다.
그러나 학교 측은 학생들의 주장들에 대해 해당 문건이 다수의 정책제안 보고서 중 하나일 뿐이며, 담긴 내용들은 확정된 사항도 아니라고 해명한다.
학교 측은 시흥캠퍼스는 수익을 위해 급조된 사업이 아닐뿐더러, 현재 관악캠퍼스가 포화 상태여서 신규 캠퍼스 설립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한규섭 서울대학교 기획처 대회협력부처장은 “대학 경쟁력이 중국 대학들이 굉장히 치고 올라오면서 상당히 위협을 받고 있는 상태고 시흥캠퍼스의 성공적인 추진과 조성이 결국은 우리 대학의 경쟁력과 상당히 직결되어 있다”고 말했다.
특히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과 통일 시대에 적극 대응할 수 있는 시설을 중심으로 조성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 는 장기적 목표를 강조하고 있다.
이근관 서울대학교 기획처 기획처장은 “자율 주행 자동차를 위한 시험장이라든지 드론에 관계된 그런 R&D시설이 들어설 것이고, 민족의 숙원이라고 할 수 있는 통일과 관계되는 그런 연구와 교육을 실현할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흥캠퍼스를 둘러싸고 학생과 학교의 입장차가 워낙 큰 상태에서 학내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이 번져나갔고, 학생들의 본관 점거와 학교 측의 강제 진압, 그리고 이 과정에서 수차례의 폭력 사태까지 반복되면서 골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문제는 서울대 학내 갈등으로 인해, 애궂은 시흥시와 배곧신도시 입주민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대 캠퍼스가 들어선 교육 신도시를 기대했지만, 시흥캠퍼스 건설은 계속 지연되고 있다.
당초 내년 3월로 예정됐던 시흥캠퍼스 1차 개교일도, 언제가 될지 기약이 없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개교 예정 시기에 맞춰 주변 아파트 단지가 하나 둘 완공되고 입주도 시작됐지만 캠퍼스 조성 사업은 아직 첫 삽도 뜨지 못했고, 부지는 허허벌판으로 남아 있는 상태다.
이에 대해 김윤식 시흥시장은 “2018년 1단계 개교라는 약속을 믿고 투자도 하고 이사 온 시민들, 특히 배곧신도시에 새로 입주해 온 많은 이해관계인들께서 매우 불안해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더불어 주민들은 서울대 총학생회의 지도부가 바뀌면 협상을 다시 시작해야 되는 점도 답답하다고 하소연한다.
이전 총학생회가 시흥캠퍼스 기숙사 설립에 동의하는 서명까지 했는데, 이제 와서 실시협약 자체를 철회하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것이다.
배곧신도시 입주자 류호경씨는 "본인들 스스로가 원해서 합의서에 서명했으면 학생회 회장단이 바뀐다 해도 지속적으로 지켜야 된다고 생각한다." 며 "기숙사로 추진하기로 진행을 했다고 그렇게 들었다. (실시협약이) 철회가 된다면 모든 법적 투쟁을 할 준비가 되어 있다." 고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대학 운영을 위한 수익 추구와 대학의 공공성 유지, 신도시의 성패가 걸린 캠퍼스 유치 등의 문제들이 실타래처럼 얽힌 서울대 시흥캠퍼스 건설 계획, 깊어진 갈등이 풀리고 무너진 신뢰가 회복되도록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조언도 이어진다.
교육문화체육 관광위원회 간사 송기석 국회의원은 “지금부터라도 다시 조성 계획을 공개하고 허심탄회 하게 대화 나누고 소통해서 일단 신뢰부터 쌓아가서 해결했으면 좋겠다.” 며 소통과 신뢰를 강조했다.
또 민교협·서울대학교 지리교육과 박배균 교수는 “대학이 할 수 있는 좋은 것들이 많다. 이런 내용적인 부분에서도 서로 같이 만들어 나가는 그런 대화의 틀을 만들어보자는 것이다”고 제안했다.
이날 2580은 서울대가 처한 외부적 상황들에 대해 학교와 학생 측 모두 “‘서로 힘을 모아도 부족하다’는 인식에 동의하고 있었다.” 며 “‘일방적인 강행과 협상 없는 투쟁이 갈등을 키웠다’, ‘더 늦기 전에 집단지성이 발휘돼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들도 들을 수 있었다고 마무리 했다.
[본 기사는 서울대 시흥캠퍼스와 관련해 지난 4일 방영된 MBC 2580의 내용을 갈무리 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