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흥타임즈=대표/편집장 우동완] 지난 2017년, 시흥시는 ‘아동주거빈곤 전국 최악’이라는 오명을 안았다. 당시 정왕본동 10가구 중 7가구가 아동주거빈곤 상태에 빠져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로부터 8년이 지난 지금, 도시의 외형은 분명 달라졌다. 개발이 이어지고 주택은 늘어났지만, 그 안에서 살아가는 시민들의 삶은 얼마나 나아졌을까. 시흥시가 지난해 12월 공개한 ‘2024년 주거실태조사’는 이에 대해 무거운 현실을 보여준다. 결론부터 말하면, 집은 늘었지만 삶은 나아지지 않았다.
시흥타임즈가 주거실태조사 통계를 분석한 결과, 시흥시 전체 21만3014가구 가운데 37.6%(8만136가구)가 주거취약 상태에 놓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는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 과도한 주거비 부담 가구, 비주택 거주 가구, 고령·장애인 가구, 외국인·다문화 가구 등이 포함된다. 특정 계층 일부의 문제가 아니라 도시 구조 전반에 걸친 취약성이 수치로 드러난 셈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주택 유형만 놓고 보면 큰 차이는 없어 보인다. 주거취약가구의 거주 유형은 아파트 65.8%, 단독·다가구 18.3%, 연립·다세대 11.1%로 전체 가구 분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실제 격차는 주거의 질과 비용 구조에서 나타났다.
문제의 핵심은 월세 중심의 주거 구조다. 시흥시 전체 가구의 자가 점유율은 55.1%로 절반을 넘지만, 주거취약가구로 범위를 좁히면 월세 비중이 47.1%에 달한다. 이는 전체 평균인 28.7%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주거취약가구에게 집은 자산을 축적하는 기반이 아니라, 매달 소득을 잠식하는 고정비용으로 작동하고 있었다.
이들의 소득 기반도 취약하다. 주거취약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253.3만 원으로 전체 평균 374.4만 원의 67.7% 수준에 그쳤다. 내국인 취약가구는 236.9만 원으로 더 낮았고, 외국인·다문화 가구는 314.5만 원으로 상대적으로 높았지만 실제 주거 환경은 오히려 더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한 소득 규모보다도, 그 소득으로 접근 가능한 주거 수준 자체가 낮다는 점이 더 큰 문제로 드러난다.

주거 면적 역시 넉넉하지 않았다. 주거취약가구의 44.0%는 전용면적 40㎡ 이하, 즉 12평도 채 되지 않는 공간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60㎡ 이하까지 포함하면 그 비율은 59.2%에 달했다. 좁은 공간에 머무는 구조가 광범위하게 고착화돼 있는 셈이다.
주거 이동의 사다리도 좁아졌다. 임차에서 자가로 옮겨간 상향 이동은 25.1%에 불과했다. 반면 오히려 주거 수준이 낮아진 하향 이동 사례도 6.1%나 됐다. 일부만 간신히 위로 올라갈 뿐, 상당수는 제자리에 머무르거나 뒤로 밀려나는 구조가 나타난 것이다.
이 같은 구조는 시민들의 생활 방식에도 직접적인 압박으로 이어진다. 주거취약가구의 15.9%는 겨울철 난방을 충분히 하지 못했고, 16.9%는 여름철 냉방을 포기했다고 응답했다. 이유는 냉·난방비 부담이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식비까지 줄이는 현실이다. 집세를 감당하기 위해 식료품비를 줄인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59.1%에 달했다. 먹는 것과 온기를 줄여가며 방세를 감당하는 삶이 일상화되고 있는 것이다.

주거 환경도 결코 안전하지 않았다. 주거취약가구의 24.3%는 쥐나 바퀴벌레 등 해충 문제를 겪고 있었고, 22.9%는 소음, 14.7%는 습기와 곰팡이 문제에 시달리고 있었다. 주거 문제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건강과 생존의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9일 신천동에서 만난 자영업자 A씨(48)는 “투잡, 쓰리잡을 해도 월세와 생활비를 감당하기 빠듯하다”며 “냉난방은 물론 먹는 것까지 줄이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이 방학이면 더위와 추위를 피해 도서관으로 가는 것이 일상”이라고 덧붙였다.
외국인·다문화 가구의 상황은 더욱 열악했다. 이들 가구의 56.3%는 40㎡ 이하 주택에 거주하고 있었다. 상대적으로 낮은 보증금으로 진입 가능한 주택에 몰리면서 채광과 환기, 소음 등 기본적인 주거 환경이 취약한 지역으로 밀려나는 구조가 나타났다.

실제로 정왕본동에서 만난 중국 국적의 B씨는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와 일에만 매달리다 보니 집 상태나 생활 여건은 많이 어려운 편”이라며 “주변 직장 동료들 대부분도 외국인인데, 한국 정부가 이들에 대한 지원에도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거환경 개선에 대한 요구도 분명했다. 내국인 가구는 공용주차장 및 소방도로 확보(43.7%), 방범·치안 강화(23.1%)를 주요 과제로 꼽았다. 외국인·다문화 가구는 공용주차장 및 소방도로 확보 요구가 56.9%로 더 높았고, 깨끗한 환경 유지(37.6%)에 대한 요구도 크게 나타났다. 단순히 집 한 칸의 문제가 아니라 주거지를 둘러싼 생활 기반 전반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수요는 높았다. 주거취약가구의 73.7%가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고, 40.5%는 실제 입주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현재 공급은 이러한 절박한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현재 주거취약가구의 60.4%가 사회복지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는 점도, 주거 문제가 복지 의존 심화와 맞물려 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현행 정책의 한계를 지적한다. 주거비 지원 중심 정책은 단기적 완화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월세 중심 구조 자체를 바꾸지 못하는 한 근본적인 해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차선화 시흥시주거복지센터장은 “정책은 확대됐지만 시민들이 체감하는 삶은 여전히 가혹하다”며 “공공임대주택 확대와 함께 민간 임대시장에서도 최소 주거 기준을 강제할 수 있는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행 주거기본법상 지원 대상이 대한민국 국민으로 한정돼 있어 사실상 국내에서 일하고 거주하는 외국인들은 주거복지 서비스에서 배제되고 있다”며 “주거취약 상태에 놓인 외국인에 대한 지원 역시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시흥의 주거 문제는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2015년에도, 2017년에도 경고는 있었다. 그리고 2024년 현재, 시민들은 여전히 냉난방과 식비를 줄이며 버티고 있다. 도시의 외형이 달라졌다고 해서 그 안의 삶까지 자동으로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이제 시흥의 주거 정책은 ‘집을 몇 채 더 짓느냐’는 양적 확대를 넘어, 그 집 안에서 어떤 삶이 가능한가를 묻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 집은 늘었지만, 그 안에서의 삶은 아직도 충분히 따뜻해지지 못했다.
한편 이번 시흥주거실태조사는 시흥시와 한국도시연구소가 시흥시 주거복지 기본 조례에서 규정한 주거취약계층을 기준 삼아 시흥시 전체 213,014가구 중 4,000가구의 표본을 추출, 심층면접과 현장조사를 토대로 실시·작성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에도 실립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에도 실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