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경민] <커피학>은 인문학, 더 근본적으로 언어학이란 학문을 토대로 문화, 예술, 과학, 기술 등을 융합한 신학문이다. 커피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는 우주론적 시도라고 이해할 수도 있겠다. 학문이 학문으로 존립할 수 있는 이유는 시대를 관통하는 보편적가치를 추구하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필자에게 있어 <커피학>이란 학문을 대학원에서 수학했다는 것, 그리고 시대의 사상가 노암 촘스키의 ‘미니멀리즘 이론’을 바탕으로 <미니멀리즘 커피연구>라는 논문을 쓸 수 있었다는 것은 큰 영광이었다.
당시 수학했던 대학원에는 커피학계 최고의 학자들이 있었고, 그분들을 통해 커피를 학문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커피시장은 <커피학>이 창시되기 전과 후로 나뉘어 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당시 매주 대학원 수업에 가는 시간은 나에게만 주어진 지적여행 같았다.
대학원을 다니던 시기에는 몸도 마음도 많이 지친 상태였다. 어쩜 커피학 석사과정에 입학한 것은 학문이란 방법을 통해 본질에 다가가고자 하는 그런 몸부림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극복하고 싶었고, 돌파하고 싶었고, 이해하고 싶는 강한 욕구의 표출이었던 거 같다.
대학원 과정을 돌아볼 때 첫 학기에 들었던 ‘커피스크린명작연구’가 생각난다. 16주 과정동안 수많은 명작을 통해 커피를 이해했다. 명작연구를 통해 커피를 이해하는 이런 시도를 할 수 있구나, 하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커피장인이라 불리는 기술자들을 찾아 다니며 배웠던 기술영역과는 전혀 다른 고차원적인 세계였다. 학문으로 소통한다는 것은 시공을 초월한 격이 있는 지적 만남이었다.
‘커피스크린명작연구’ 수업에서 다루었던 명작 중 ‘일 포스티노’ 라는 영화가 기억속에 머물러 있다. ‘일 포스티노’는 문학서인 ‘네루다의 우편배달부’가 원작이다. 망명 온 시인 파블로 네루다에게 온 우편을 전달해주는 우편 배달부 마리오가 네루다를 만나면서 시인이 되는 과정을 다룬다.
영화 대사 중 마리오가 네루다에게 시의 함축된 언어에 대해 설명해 달라는 질문에 네루다가 대답한다. “마리오 내가 쓴 시 구절은 다른 말로는 표현할 수가 없다네. 시란 설명하면 진부해지고 말아. 시를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감정을 직접 경험해 보는 것뿐이야” 라고 답한다.
시를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그 감정을 직접 경험해 보는 것인 듯, 좋은 커피를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좋은 커피를 많이 마셔보고, 느끼고, 사유하고, 표현하는 방법 외에는 없다. 그게 정도다.
많은 커피업자들이 좋은 커피를 선보이고 싶어하지만, 정작 좋은 커피를 마셔보지 못한 경우가 많다. 좋은 커피가 커피사업의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두 달 공부해서 자격증을 따고 카페를 오픈한다는 것은 장사에 대한 기본적인 자세가 안된 것은 아닐까?
영화 중 마리오가 본인도 네루다처럼 감정을 시적언어로 표현하지 못해 하는 대사가 있다. “저도 그런 느낌이 있었는데 표현을 못했어요.” 커피를 잘한다는 것이 무엇일까? 여러 잣대가 있을 수 있지만 보편적이 견해는 내가 내리는 커피를, 내가 마시는 커피를 약속된 커피언어로 얼마나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느냐, 이다.
내가 선보이는 커피에 대해 설명도 못하면서 커피를 추출한다는 게 상식적으로 성립이 안된다. 마치 알파벳을 모르고 소설을 쓰겠다는 것과 동일하다.
글쓴이 :김경민은 현 아마츄어작업실 대표로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단국대 문화예술대학원에서 커피학석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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