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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12.3 사태 특별기고] 결국, 국민이 이긴다

한국 민주주의의 갈림길에서, 내란 수괴 탄핵 실패의 아쉬움과 미얀마 민주주의 회복투쟁의 교훈

[글: 정범래] 한국에서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탄핵부결 소식은 가슴 아픈 좌절로 다가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면한 내란 혐의에 대한 탄핵안이 여당 의원들의 의도적인 불참으로 부결되면서,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시민들과 야당 국회의원들의 노력은 또 한 번 장애물에 부딪혔다. 

미얀마에서 한국으로 민주주의 연대의 교훈 

나는 2021년 2월1일 미얀마에서 벌어진 민아웅흘라잉을 비롯한 일단의 정치군인들이 주도한 군사 쿠데타 이후, 한국의 시민사회 운동 단체들과 재한미얀마인들을 묶어내 <미얀마 민주주의 네트워크>를 결성하여 미얀마인들과 함께 미얀마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투쟁을 벌여왔다. 

그로부터 지금까지 장장 5년동안 미얀마 시민들은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투쟁의 역사를 교과서 삼아 자유와 민주주의 회복를 위해 목숨을 걸고 거리에서 정글에서 싸우고 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렸다. 그들의 절실한 외침은 나에게 독재와 싸우는 것이 단지 한 나라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적인 연대가 필요한 과제임을 일깨워 주었다. 

하지만 오늘, 내가 서 있는 한국에서도 비슷한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무려 미얀마 사람들의 민주주의 쟁취 투쟁의 교과서이며 그들이 민주주의를 완성했다고 부러워하는 내 조국 대한민국에서... 비록 쿠데타라는 이름을 쓰지 않고 계엄령이라는 허울을 뒤집어 썻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행보는 국회를 점거하고 국회의원의 체포를 기도하는 등 법치와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권력을 사유화하려는 반헌법적인 친위쿠데타임이 분명하다. 이를 막기 위해 국민과 야당 의원들이 합심하여 계엄령 선포 시도를 저지하는 데 성공했지만, 탄핵이라는 최후의 수단은 실패로 돌아갔다. 

탄핵 부결의 의미와 민주주의의 위기 

이번 탄핵 부결은 단순히 윤석열 정권에 대한 면죄부가 아니다. 이는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국민의 의지가 국민으로 부여받은 권력을 사유화하려는 세력을 부정하고 강력한 정치적 저항에 부딪힌 현실을 드러낸다.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의 투표 불참은 사실상 내란수괴인 대통령을 비호하려는 행위로서 내란방조로 해석될 수 있다. 이는 권력 남용과 법치 훼손을 용인하는 것으로, 민주주의의 근간을 위협하는 중대한 사안이며 정당해산의 사유가 될 수 있는 범죄이다. 

탄핵 실패의 소식은 마치 80년 광주에서 그리고 지금의 미얀마에서 민주화를 갈망하는 시민들이 군부의 철권통치 앞에서 무력감을 느끼는 순간을 떠올리게 했다. 하지만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민주주의를 위한 싸움은 단기적인 승리나 실패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얀마의 친구들처럼, 그리고 그 지난했던 이승만, 박정희 그리고 전두환 독재정권하에서 목숨을 걸고 투쟁해서 기어이 민주주의를 쟁취하였던 자랑스런 우리가 아닌가? 우리는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찾아야 한다. 

다시 일어서야 할 때 

이 순간, 대한민국은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탄핵 부결은 민주주의 투쟁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반란수괴 윤석열을 반드시 탄핵하고 그에게 부역하고 동조하였던 이들을 법의 준엄한 심판을 받게 해야 한다. 정권에 대한 비판과 견제는 더욱 강력해져야 하며, 시민사회는 한 목소리로 부정한 정치집단의 권력 남용을 감시하고 규탄해야 한다. 동시에, 우리와 같은 처지(같은 처지라고 쓰기에는 참담하다)의 미얀마의 현재 상황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며 응원해야 한다. 

미얀마의 독재에 맞선 시민들이 보여준 용기와 끈기는 그들이 광주에서 배웠듯이 우리 모두에게 귀중한 귀감이 된다. 그들의 투쟁이 그러했듯, 한국에서도 민주주의를 위한 길은 험난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그러했듯이 역사는 결국 자유와 정의를 외치는 이들의 손을 들어줄 것이다. 

지금은 좌절의 순간일지 모르지만, 이 또한 민주주의의 길을 더욱 단단히 다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글쓴이 정범래는 제1회 경기도민 인권대상 수상자로 미얀마 민주주의 네트워크 공동대표와 미얀마 민족통합정부 NUG 한국대표부 대외협력국장을 맡고 있다.

[자유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시흥타임즈는 독자들의 자유 기고를 열어두고 있습니다. 많은 참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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