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경민] 필자는 커피를 <커피학>의 기반에서 '총체적 예술'로 접근하는 스탠스를 취한다. 현상이 아닌 본질이며, 기술이 아닌 철학을 중시한다.
지난 9월 30일 은계호수공원에서 열린 '시흥시립전통예술단' 공연은 어쩜 <커피학>이 추구하는 총체적 예술과 결을 같이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설레고 조심스러운 논리를 펼쳐보게 된다.
공연이 시작되자 은계호수공원을 찾은 여러 시민들과 상권에 계신 상인분들이 오늘 공연에 대한 찬사를 보내왔다. "이 공연은 누가 기획한 것이냐, 이런 공연을 자주 해달라, 너무 멋지다, 삼바와 국악의 퓨전 너무 좋다, 국악이 현대음악 같다" 등등.
이런 말들을 들으니 위대한 예술이라는 건 단순음악의 세계에서 느끼는 게 아니라 보편적(universal) 인간 감성으로 공유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시대에는 그 시대의 예술을, 예술에는 자유를" 빈 분리파의 슬로건처럼 '시흥시립전통예술단'의 공연은 필자처럼 음악전문가가 아닌 보통 시민에게도 보편적 가치의 '큰 울림'이 전달되었다.
인트로에 보여준 브라질 삼바와 우리나라 국악의 퓨전부터 마지막 피날레를 은계호수공원 중앙무대를 벗어나 상권 전체를 돌며 보여준 공연은 '예술' 그 자체를 입증하는 위대한 기록이었다.
이게 아니면 안 된다는 '편견'을 '화끈하게' 파괴하고 단순히 새로운 작품을 만드는 것을 넘어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 보이겠다는 '거인의 발걸음' 같았다.
고립된 중앙무대를 벗어나 상권전체를 돌며 보여준 공연은 무대공간은 만들어가는 것이지 만들어진 곳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는 듯했다. 이건 우리 국악이라 가능한 것인가 라는 의문도 같게 된다.
필자는 '커피로스팅은 리듬'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열과 시간의 함수 안에서 로스터는 리듬의 미학을 선보여야 한다. 이를 통해 커피라는 작품은 탄생하고, 작품으로써의 커피는 커피로스터의 리듬의 결과다. 커피는 향미와 여백으로 이루어진다.
유사하게 오늘 보여준 음악은 음과 여백으로 이루어져 보인다. 채움과 비움의 비율이 작품을 구성한다는 것이다. 모든 것은 하나로 통한다.
모든 예술은 이야기인 것이다. 커피도 음악도 기획자가 선보이는 이야기의 예술이다. 그 이야기는 인트로부터 클라이맥스를 찍고 잔잔한 결말까지 수많은 리듬을 타고 진행된다. 그 사이사이 어떤 긴장을 소비자와 청중에게 전달하는지가 작품의 질이다. 명작이란 작품을 감상한 이후 뇌리에 남는다.
필자는 오늘 공연을 본 것이 아니라 예술작품을 감상했다. 그리고 위대한 예술은 대중을 움직인다는 것도 확인했다. 무엇보다 지금 내가 사는 하나의 편견이란 세상을 파괴해야 더 큰 세상으로 진입할 수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됐다. 위대한 작품을 만드는 것보다 더 위대한 건 새로운 장르, 형식을 만드는 것이라는 생각도 했다.
오늘의 공연이 준 영향으로 새로운 커피의 장르를 구축하는 그림을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 명작 같은 작품을 선보인 시흥시립전통예술단에 감사를 드린다.
문화예술거리를 표방하는 은계호수공원에 오늘 같은 공연들이 채워지면 좋겠다.
글쓴이 :김경민은 현 아마츄어작업실 대표로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단국대 문화예술대학원에서 커피학석사를 받았다.
[자유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시흥타임즈는 독자들의 자유 기고를 열어두고 있습니다. 많은 참여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