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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국민에게 '응원'받는 집회되려면…"

[글: 시흥경찰서 경비과 경비작전계 허준영 경장] 최근 시흥시에 있는 여러 공장이나 건설현장 또는 공사가 완료된 건물 앞에서는 자신이 속한 단체의 ‘고용 요구’, ‘체불금 지급 촉구’를 위한 집회가 연일 진행되고 있고, 관공서나 관광지에서는 국가 정책의 반대,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한 집회가 매주 수 회 진행되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 21조는 모든 국민의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집회를 하기 위해 허가를 요하지 않으며, 신고만 함으로써 집회를 시작할 수 있다. 집회참가자들은 개인이나 집단의 의견을 공개적으로 타인에게 알리기 위해서 다 같이 구호를 제창하고, 노래를 부르거나, 행진을 하기도 한다. 이 모든 것들은 법에서 그러하듯 충분히 보장되어야 마땅하다.

문제는 확성기 등의 무분별한 사용이다. 어느 집회 현장에서나 볼 수 있는 승합차 위에 달린 대형 확성기로 노래를 크게 틀거나, 볼륨을 올려 발언을 하면 상당한 정도의 소음이 발생 된다. 이로 인해 집회 현장 주변에 거주하는 주민들이나, 인근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게 된다.

환경부에서 고시한 소음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20)에 따르면 60dB(백화점내 소음)은 수면장애가 시작되고, 70dB(시끄러운 사무실, 거리)은 정신집중력 저하와 말초혈관 수축을 야기하며, 80dB(지하철 소음)은 청력장애가 시작된다고 한다.
  
이런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14조(확성기 등의 사용)에서는 확성기 등을 사용할 때 소음이 일정 수준을 넘지 않도록 장소와 시간에 따라 55dB부터 95dB까지 각각 다른 기준을 정해 놓았고, 집시법에 근거하여 경찰은 집회 주최자에게 소음 기준을 준수하도록 ‘기준 이하 소음유지’를 명하거나, 확성기의 사용을 중지하거나, 확성기를 일시 보관할 수 있다.

위 명령을 위반할 시 6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50만원 이하의 벌금·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고 하나, 그동안의 많은 집회 현장들을 보았을 때 경찰의 명령을 보란 듯이 무시하고 소음을 줄이지 않는 경우가 빈번했다.

소음을 측정하는 방법, 시간, 요령 등 기술적인 문제들도 있겠지만 첫 번째로 가장 큰 이유는 법은 있으나 처벌은 잘 하지 않는다는 것을 집회 주최자가 잘 알고 있고 그러한 기조가 오랫동안 유지되어 왔기 때문이다. 

경찰은 확성기·꽹가리 등의 소음이 기준을 넘으면 소음을 줄이도록 대화, 협조요청, 경고 등 을 시도해본다. 그럼에도 조치가 되지 않으면 ‘기준소음이하유지명령’을 하고, ‘확인 측정’을 한 후, ‘확인측정’ 시에도 기준을 넘으면 그제서야 위법이 된다. 스스로 법의 기준을 지키도록 한 번의 기회가 주어지는 셈이다.
 
그렇게 경고나 명령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집회 주최자나 앰프볼륨을 담당하는 참가자들은 “조용히 하려면 집에서 하라고 하지 왜 여기서 하겠냐.”, “소리가 너무 작다.”고 하면서 협조가 잘 되지 않는다.

소음의 크고 작음은 주관적이다. 집회참가자들은 소리가 작다고 할 것이고, 인근 주민들은 소리가 크다고 할 것이니 법에서 정해놓은 객관적인 ‘기준’이 있는 것이다. 법에서 정한 가이드라인을 준수하지 않는다면 엄정한 법 집행으로 일관해야 한다. 한 번의 명령위반에도 처벌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자리를 잡으면 건전하고 평화적인 집회·시위 문화가 형성될 것이다.

두 번째 이유로는 집회참가자들의 잘못된 목적의식이다. 현장에서 만난 어느 집회 참가자는 “어디서 집회를 해야 민원이 많이 들어올까요?”, “집회를 왜 하겠냐, 민원이 들어오라고 하는 거다.”라고 말한다. 그럴 때마다 집회의 목적이 온전히 의견 피력에 있는지 의문이다.

집회참가자들과 그 상대방과의 갈등을 해결하는 데에 있어서 왜 주변 시민들이 피해를 보아야 하는가, 국가가 보장하는 집회의 자유는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선까지이다. 민원을 발생시킬 목적의 집회는 절대 주민들의 공감을 얻을 수 없다.

시끄럽다고 손가락질 받는 집회가 아닌, 국민들에게 응원받는 집회가 되는 것이 그들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올바른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찰의 집회 관리에 협조를 잘하고, 주최자나 참가자들이 가지고 있는 잘못된 인식들을 바꾸어야 할 것이다.

[자유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시흥타임즈는 독자들의 자유 기고를 열어두고 있습니다. 많은 참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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