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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특별기고] 마을숲이 필요한 마을. 학교와 손잡다.

이용성, 환경보전교육센터

[글쓴이: 이용성, 환경보전교육센터] 마을에 숲이 있다면 매일 매일 숲에 갈 수 있을텐데, 왜 우리가 살고 있는 마을 주변에는 숲이 없을까? 시흥시 구도심에 위치한 마을은 더욱 더 그렇다. 다세대, 다가구, 빌라만 가득한 구도심에서 나무가 심어져 있는 녹지를 찾는 것은 여간 쉬운 게 아니다.

마을숲은 도시 내 생물서식공간(비오톱)을 만들어주고, 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 자연을 경험하는 시간과 공간을 늘려주어, 아이들에게는 생태적 감수성을, 어른들에게는 여가를 즐기고 가족과 함께 쉴 수 있는 공간, 주민간의 소통의 공간을 제공해 준다. 

생태적인 가치를 둘째치고라도, 최근 들어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마을교육을 이야기하는 매개체로서도 마을숲이 필요한 이유다. 신도시의 경우에는, 공원 및 녹지의 비중이 높아 도심 내 생물서식공간 및 여가를 위한 공간이 많은 반면, 소규모 주택이 밀집되어 있는 구도심의 경우에는, 공원/녹지의 비중이 높지 않아, 마을숲을 별도로 조성해야 하거나, 기존의 자투리 공간을 활용해서 소규모 마을숲을 조성하는 방법을 취해야 한다. 시흥시의 대표적 구도심인 소래권역(대야,은행,신천)은 시흥시에서도 녹지 비중이 매우 낮은 지역이다.

지난해 소래초등학교 학부모회는 마을숲에 대한 희망을 담아, 2017년도 주민참여예산사업에 문을 두드렸다. 물론 소래초등학교 신문혁 교장 선생님의 배려가 없었더라면, 참여예산에 문을 두드리는 것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주민참여예산사업을 통해 학교숲이 마을숲으로 문을 열었고, 이제 학교숲은 마을숲이 되어, 도심 내 생물이 살아갈 수 있는 ‘삶터’, 아이들이 자연을 배우는 ‘배움터’, 어른들의 소통과 여가를 위함 ‘쉼터’의 기능을 조금씩 갖추어 가고 있다. 구도심인 신천동 내에서도 녹지비율이 매우 낮은 소래초등학교 인근에 거주하는 마을주민은 마을숲을 찾는 과정에서 소래초등학교 학교숲을 만났고, 이제 마을숲은 마을 주민을 만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지역 내 생태교육 전문 강사진이 사업 담당부서인 시흥시 공원관리과가 함께 운영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에게 그 프로그램을 소개하고자 한다.

프로그램 하나. [어르신] 추억을 만나는 마을숲
 - 마을에 오래 살았지만, 학교는 처음이네요.

지난 10월 24일 화요일을 시작으로, 소래초등학교 인근에 사시는 어르신들의 모임인 큰언니큰오빠회 분들과 매주 화요일, 목요일 오후에 마을숲을 탐방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어렸을 적 자연에서 뛰어 놀며 즐겼던 추억 속 놀이도 다시금 해보고, 마을숲에서 먹을 수 있는 열매도 오감체험 해 보면서 즐겁게 마을숲을 만나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한 어르신은 마을에서 20년을 넘게 살았는데 이렇게 학교에 들어와 본 것은 처음이다고 하시며, 학교에 와서 이렇게 자연을 만나며 지난날을 추억하니 너무 행복하고 즐겁다고 하셨다. 

겨울의 문턱으로 다가서며, 날씨가 조금씩 추워져서 살짝 걱정되는데, 소래초등학교 앞 동네관리소에서 기꺼이 실내 공간도, 내어주고, 따듯한 마실 거리도 내어 주시며 활동에 도움을 주고 있어서 모두가 즐겁게 활동하고 있다. 마을숲과 동네관리소가 마을 어르신이 동심으로 돌아가는 데 있어, 추억의 장소가 되고 있다.

프로그램 둘. [유아] 마을숲에서 만나는 자연친구
 - 언니 오빠 다니는 학교에 소풍 왔어요.

지난 10월 30일 월요일을 시작으로, 소래초등학교 인근의, 그리고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기꺼이 찾아오겠다는 어린이집, 유치원들의 소래초등학교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마을숲에서 만나는 자연친구’라는 프로그램명으로 진행되는 유아 대상 마을숲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이 활동에서는 깊어가는 가을, 그리고 겨울의 문턱에서 만날 수 있는 단풍, 낙엽, 열매, 씨앗, 겨울눈, 로제트 등 다양한 자연물이 놀잇감이 되고 생태유아교육의 대상이 되고 있다. 소래초등학교가 위치한 신천동과 대야동의 어린이집, 유치원이 대부분이지만, 멀리 능곡동에서도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서 소래초등학교 마을숲을 찾고 있다. 

개교 100주년을 몇 해 앞두고 있는 소래초등학교는 시흥시에 소재한 학교 중 가장 학교부지가 넓다. 언니 오빠가 다니는 우리 마을 학교에 놀러 온 아이들은, 1~2년 후에 본인이 다닐 학교를 미리 와 본다는 것만으로도 마냥 즐겁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 아이는 ‘언니, 오빠가 다니는 학교에 소풍 나왔다’며 정말 소풍이라도 온 것처럼 온 학교를 뛰어 다니며 무척이나 즐거워하였다. 그 옛날 마을의 중심에 공터가 있었고, 마을과 마을 사이에 학교가 있어, 우리 아이들은 즐겁게 놀이하고, 즐겁게 유년기를 보냈었다. 학교는 그렇게 누구에게나 열려 있던 마을의 공간이었다. 이 아이들이 미리 가본 학교는 따듯하고 포근했다. 

프로그램 셋. [어린이] 마을숲 생태체험단
 - 우리 학교, 친구 학교. 이제는 우리 마을의 숲이에요~

지난 11월 5일 일요일을 시작으로, 소래초등학교와 인근 학교 친구들을 대상으로 한 마을숲 생태체험단도 운영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아이들이 마을숲에서 즐겁게 자연과 놀 수 있는 프로그램을 준비해서 운영 중이다. 총 4개 기수를 모집해서 12월 중순까지 기수별 3~4차시 생태체험단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마을숲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생물을 모니터링하고, 관찰하며 생태도감을 만드는 활동도 병행한다. 

아이들은, 매일 가는 학교이고, 매일 만나는 나무들이지만 이 시간만큼은 마을숲의 친구들이 특별하게 여겨진다고 한다. 우리는 무언가가 특별하게 여겨질 때, 비로서 그 대상의 가치를 인식하게 되는데, 이 아이들이 만나는 마을숲이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특별하게 여겨지는 대상이 되길 바란다.

프로그램 넷. [가족] 우리가족 마을숲 에코힐링
 - 엄마랑 마을숲에 힐링 하러 왔어요~~

마지막으로, 가족단위 프로그램인 ‘우리가족 마을숲 에코힐링’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우리는 특별히 시간을 내서, 자연환경이 수려한 곳으로, 힐링 차원에서 여행을 떠나곤 하는데,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마을 주민들은, 그렇게 특별히 시간을 내지 않고도, 이제는 걸어서 에코힐링 할 수 있는 마을숲을 방문하고, 마을숲에서 가족애도 높이고 자연과 더불어 힐링할 수 있는 시간을 마을숲에서 만나게 된 것이다.

이 프로그램도 학생 단위 프로그램과 같이, 총 4개 기수를 모집해서 12월 중순까지 기수별 3~4차시 에코힐링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마을숲의 자연을 통해 가족관계 증진을 돕는 활동을 주된 내용으로 진행한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리고 몇 해 전부터 마을교육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며, 또는 마을교육공동체를 이야기하며 학교 밖의 마을교육을 많은 곳에서 풀어가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과연 학교와 교육, 마을교육을 얼마나 고민하고 있을까? 물론 마을을 이해하는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고, 어쩌면 학교의 정규교육만큼 중요하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각각의 영역과 각각의 역할, 그리고 교차되는 영역에 대한 역할을 학교와 마을은 고민해야 한다. 

그 옛날 마을과 마을의 중심에 학교가 위치하며, 마을의 이야기가 풀어지고 엮어졌던 그 시절학교의 모습을 떠 올려 보면, 비로서 우리는 마을의 공간으로서 지금의 학교를 제대로 바라볼 수 있다. 예전 마을의 공간으로서 학교를 바라볼 때, 그 안에는 엄마도 있고, 동생도 있고, 어르신도 있고, 선생님도 있고, 마을숲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마을교육에는 학교 교사와 외부 강사, 그리고 학생만 있다. 

이번 마을숲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마을교육에는 마을의 다양한 주민과 학교, 그리고 외부 조력자가 함께 소통하며 만들어 가야함을 확인하고 싶다. 그리고 그 안에 마을숲이 반드시 필요했음을 이야기 하고 싶다. 

생태적 공간으로서의, 소통의 공간으로서의, 마을교육의 공간으로서, 마을숲을 바라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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