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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청년기고/시선] “의원님께 묻고 싶습니다”

[청년기고=글쓴이 박원규] 의원님과 만난 이후부터 안녕하지 못한 스물다섯 청년입니다.

우리는 얼마 전 시흥청년협의체 회의에서 만났습니다. 청년위원장님 주재 하에 열심히 회의에 참여하던 저는 시흥에 이사 온지 반년도 되지 않은 신입위원이었습니다. 시흥에 어떤 의제가 있는지 어떤 ‘빅 마우스’가 있는지 알지 못합니다.

회의 도중에 자유발언 신청하셔서 마이크를 잡으신 모 의원님, 저는 의원님의 존재를 그때 처음 마주했습니다. 의원님의 말씀을 경청하기 위해 하나부터 다섯까지 꼼꼼히 필기했고, 발언 후 자리로 들어가시려는 의원님을 붙잡고 이런 질문을 드렸습니다. 

“그린벨트 지역에 행복주택을 짓기 위해선 먼저 그린벨트를 해지해야하는데 어떻게 해지하는지 알고 계시는지”
“산업기술대부터 군자고까지 구간에 ‘원룸’이 많다고 부연설명 해주셨는데, 만약 그곳에 공사를 착공한다면 지금 살고 있는 청년들은 어디로 이주해야하는지”
“LH는 대한민국의 자산인데, 대한민국에 이익이 되는 사업이면 시흥시에도 결국 이득이 되는 것인데, 왜 대한민국과 시흥시를 분리해서 생각해야하는지”
“상인연합회와 청년의제는 무관한 것 같은데, 왜 청년협의체 회의에 오셔서 청년들이 이 문제에 발벗고 나서달라고 호소하시는 것인지”


이에 대해서 의원님은 이렇게 답변하셨습니다.

“그린벨트는 시흥시청 공원과에 말하면 해지해준다”
“원룸촌의 건물주 분들을 만나보았는데 그분들은 의지가 있다”
“LH는 장사하는 곳이다”
“정왕동 상인연합회 분들을 만나보니 공실률이 높아서 고통을 호소하신다”


그런데 저의 질문이 재차 이어지던 순간, 의원님은 저의 마이크를 뺐어버렸습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답변을 듣지 못해서 재차 답변을 요구 드렸는데, 답변 대신 사실과 다른 변명을 늘어놓으셨던 의원님. 왜 제 마이크를 빼앗아 가셨습니까? 

그 이후 제가 생목으로 계속 질문을 이어가자 당신께서는 제 다리를 두 손으로 들어 살포시 내려놓으셨습니다. 그리고 난 후 당신께서는 청중들을 바라보시며 울먹이셨습니다.

“저는 정치인이 아닙니다.” “저는 여러분께 단지 사실을 팩트를 전해드리러 온 것입니다.”

어떻게 정치인이 아니신가요. 6.13.지방선거에서 선출되신 엄연한 정치인이신데 말입니다. 어떻게 사실과 팩트인가요. 왜 제 질의에 명확히 답변해주지 못하셨습니까.

그리고 왜 제 마이크를 빼앗아 가고, 책상 아래에 꼬아져 있던 다리를 손으로 만지셨습니까.

당신께서 50대 남성 의원이었고, 제가 20대 여성 청년시민이었다면, 당신이 제 다리를 손으로 번쩍 들어 내려놓는 “다리 꼬지마!”를 실천하고도, 질문 중이던 저의 마이크를 제 손에서 직접 빼앗아 간 후에도, 아무렇지 않게 넘어갈 수 있었을까요.

당신께서 정왕동 청년스테이션 개소식이라는 기쁜 축제의 날도, 제게 아무렇지 않게 다가와 저를 껴안듯 팔을 잡으며 웃고 미안하다 말씀하실 때 저는 심장이 내려앉았습니다.

당신은 진심으로 “미안”하신가요. 어떤 것이 미안하신가요. 제 다리를 잡았던 것이 미안하신가요? 제 마이크를 빼앗았던 것이 미안하신가요.

저는 유치원 때부터 배우기를 잘못한 사람은 당연히 사과해야하고, 용서는 당사자의 몫이라고 배웠습니다. 피해자가 남성이든 여성이든 정치인이든 시민이든, 용서는 누구도 강요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에게 웃으며 용서를 강요하지 말아주세요.

오늘 저는 용기 내어 ‘의원’이라는 기득권에 맞서는 작은 글을 한편 기고합니다. 두렵고 힘이 듭니다. 앞으로 어떤 폭풍이 몰아닥칠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 글은 우리 시흥의 지방자치를 위해서, 그리고 당신의 위선을 밝히기 위해서, 청년시민으로서 제 가치관을 지키기 위해서, 지금 반드시 필요한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날도, 지금도, 단지 제가 원했던 것은 질의에 대한 답변이었고, 그것은 20대 청년에 대한 작은 존중이었습니다.

의원님께 여쭙고 싶습니다. 당신께서는 ‘정치 이미지’를 ‘시민의 상처’보다 존중하고 중요하게 여기시는 건가요. 당신께서는 ‘정치 생명’을 ‘시흥 20대 청년시민’보다 존중하고 소중히 여기시는 건가요.

스물다섯 청년  박원규.

[외부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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