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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인터뷰] 악화일로의 시흥천 변화시킨, '환경지킴이들'

방치된 시흥천 주민 힘으로 ‘재탄생’

▲ 인터뷰 동영상

[시흥타임즈=글:우동완 편집장, 촬영:박소영 기자] “집 근처 10분도 채 안걸리는 거리에 하천이 있었다. 그런데 나가서 산책을 할 엄두도 나지 않았다. 악취를 풍기는 더러운 물이 흐르고, 길가엔 누가 갖다 버린지도 모르는 폐기물과 온갖 쓰레기 천지였다. 생각해보니 이대로 내버려 두었다간 소중한 자원이 쓰레기장으로 변하는 건 시간 문제 같아 보였다.”

지난 2월, 정왕본동 주민 4명이 시흥천을 손수 정비해보자고 결심했다. 처음엔 본인들이 뭘 해낼 수 있을까, 주민들이 찾는 공간으로 바꿀 수 있을까, 반신반의 했다. 그러나 쓰레기들을 하나씩 걷어내고 청소를 시작하자 조금씩 달라지는 하천의 모습이 보였다.

적은 인원으로 시작한 고된 작업이었다. 포대자루로 쓰레기를 담아내길 수십개째 끝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일손이 늘어나고 후원과 동참이 이어지면서 관청도 해결할 수 없었던 일이 기적같이 벌어지고 있었다.

[우리 동네, 우리가 바꿔보자]
본인들을 일명 ‘환경지킴이’로 명명한 이들은 시흥천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주민들이다. 현재는 평일 기준으로 약 7~8명이 활동한다.

아무도 관심 갖지 않고 방치됐던 시흥천은 이들의 노력으로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누가 시킨것도 아니고 어떤 대가를 바라지도 않는 순수한 주민들이다.

이 단체의 대표 김성미씨는 “잘 가꾸면 이용하기 좋은 하천이 있음에도 서로의 무관심속에 방치된 환경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면서 “관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우리 동네를 우리 스스로 개선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 하게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가 시간을 활용해 정비에 나서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많은 사람이 팔을 걷어 제치고 나서는 일도 아닌 탓에 환경지킴이들의 아들, 딸과 온 가족이 동원되어 하천을 가꾸는 일에 뛰어들어야 했다.

“저희 아들은 리어커에 물을 싣고 매일 여기까지 와서 나무와 화단에 물을 줘요” “또 부대표인 임경미씨의 딸은 거리에 꾸민 바람개비에 후원한 사람들의 이름을 손수 썼고요” 

현재 시흥천은 종전과는 너무도 비교는 되는 모습으로 변해있다. 물론 아직 손댈 구석이 많고 시설도 추가적으로 설치해야겠지만 이정도의 변화만으로도 인근 주민들은 놀랍다는 반응이다.

시흥천에서 산책을 하던 한 주민은 “전에는 하천을 걷고 싶어도 방치된 쓰레기들로 들어가지도 못했는데 지금은 훨씬 좋아졌다” 며 “이렇게 치워 놓으니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도 오히려 적어지고 동네가 변하는 것 같아 흐뭇하다”고 말했다. 

악화되는 것을 방치하면 가속이 붙어 폐허로 변하고 만다는 ‘깨진 유리창의 법칙’이 이곳에서도 여지없이 적용된 것이다.


[시흥천 끝내 변화 시킨다]
시흥천은 정왕동 택지개발 당시 건설된 4개의 인공하천 중 하나로 택지 외곽을 둘러 나가는 물길이다. 정왕역과 군서초등학교 사이에서 시작해 동쪽으로 흐르다 신길천과 합류하여 남쪽으로 흘러 시화호로 유입된다.

하지만 정왕동 안쪽에 있는 3개(정왕, 군자, 옥구천)의 인공하천과는 달리 안산과 경계인 외곽에 위치한 관계로 관심도가 떨어졌고, 인근에 있는 수 십개의 고물상과도 마주하고 있어 모두에게서 방치된, 버려진 하천에 불과했다. 

하지만 하천과 물길의 중요성은 추가적으로 설명하지 않아도 시민들 삶에 큰 영향을 끼친다. 

시흥시도 이와 관련하여 올 6월부터 하천의 근본적인 물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하수종말처리장 재처리 수를 정왕동 안쪽 3개 하천에 흘려보내는 사업을 2022년 목표로 착수한다. 그러나 시흥천의 경우 여러 가지 이유로 이 사업에서 포함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환경지킴이들은 서두르지 않고 차분히 하천 살리기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최근 인근 고물상들과 환경 정비에 대한 협의를 시작했고, 안산시 시의원과도 면담을 가져 체계적으로 시흥천을 살리는데 머리를 모으고 있다. 

김성미 대표는 “주민들이 나서자 행정과 정치권도 여러 지원을 해주고 있다” 면서 “최근엔 임병택 시흥시장과 오인열 시흥시의회 부의장도 이곳을 방문해 주민들에게 감사를 표시하며 관심을 더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환경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다른곳으로 떠나버리는데 누군가는 남아서 개선시키고 살기 좋게 만들어야 하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일인은 만인을 위하여, 만인은 일인을 위하여]
13일 주말을 이용해 찾아가본 시흥천은 다른 하천들과 달리 그늘이 많아 좋았다. 뜨거운 여름 아름드리 나무에서 제공하는 그늘은 모두에게 좋은 휴식의 공간이다. 

환경지킴이들이 깨끗이 치워 놓은 트랙과 정비된 거리에 꾸며 놓은 바람개비들을 보며 이들의 노력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곳에 어둠을 밝히는 조명과 사람들이 편히 왕복할 수 있는 트랙, 안전을 위한 CCTV등이 추가로 설치된다면 더할 나위 없는 힐링 공간이 될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많은 이들의 노력이 들어갔지만 하천을 정비하는 것은 이제 첫 단추를 끼운 것이나 다름이 없다. 수질 개선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함께 이뤄져야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하천의 효과를 극대화 시킬 수 있을 것이다. 

관련하여 임경미 부대표는 “하천을 개선하는 여러 시설의 설치도 뒤따라야 하지만 아직도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일부 주민들이 있어, 이들의 시민의식도 함께 개선되야 할 것 같다” 며 “행정과 주민이 모두 관심을 갖고 서로 돕는다면 빛나는 하천이 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분명 행정과 정치가 하지 못하는 일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주민들이 나서면 해결되는 일도 있다. 어느 동네든 이곳의 환경지킴이들처럼 남아서 지키는 히어로들이 있고 이런 사람들이 동네와 지역, 나아가 국가를 변화 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모두가 쉽게 잊고 살지만 누군가의 희생과 노력 없이 저절로 좋아지는 일은 없다. 어려운 환경에서 나보다 남을 위해 그리고 ‘우리 동네’를 위해 나선 시흥천 히어로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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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동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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