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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인터뷰] 조은주, “끝은 새로운 시작”

조은주, 나눔자리문화공동체 이사

[시흥타임즈=대표/편집장 우동완] “공무원들 중 청년들과 호흡을 같이 했던 일부의 사람들은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도 그다지 긍정적이지는 않다. 청년정책을 일종의 트렌드로 보는 것 같고, 일자리 사업의 일환으로만 생각하는 듯하다.”

미세먼지로 숨 쉬기 조차 답답하던 지난 14일 시흥시청 청년팀에서 근무하다 최근 사직한 조은주씨(34)를 만났다. 

그를 만나 청년정책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몇 년간 시청에서 추진했던 일들의 경과 그리고 스스로 다시 시청을 나오게 된 이유를 들어봤다.

조은주란 이름은 단지 시청에서 청년과 관련된 업무를 추진하던 사람의 이름만은 아니다. 적어도 시흥에서 조은주는 가히 청년들의 리더라 불릴 만 한 존재였다. 

전국의 청년활동가들은 조은주씨를 통해 시흥을 알게 되었다는 소리를 곧 잘 했다. 그리고 시흥에서 쪼개져 분포하던 청년들을 하나로 모아 집단화 시킨 것도 조은주씨가 한 일이다. 

기존에 없었던 청년 공간을 만들었고, 청년을 위한 조례도 함께 제정했다. 청년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데 크게 일조했던 그는 더 이상 관청에 머무를 수 없다며 스스로 자리를 나왔다.

그녀가 처음 시흥시청에서 청년과 관련된 일을 맡게 된 것은 2014년부터다. 당시 시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청년정책을 같이 해보자고 제안했다. 

그 이전에는 부모님과 함께 지역 봉사단체를 통해 청소년 자치활동에 푹 빠져있었고, 행정학 전공을 살려 국회의원실에서 보좌관으로 잠시 일하기도 했다. 

어쨌든 그렇게 시청에 입성한 그녀는 기획평가담당관실에 있는 정책기획단에서 행정의 일을 익혔다.

“처음 들어갔을 땐 계획서를 세우는 권한도 주지 않더라고요, 계속 요구해서 이것을 받아냈는데 그땐 직함도 정말 마음대로 부르더라고요” 그녀는 그렇게 관과 때로는 협상도 하고 부딪혀 가면서 청년정책을 위한 마중물을 준비했다. 

2014년 11월엔 시흥청년아티스트를 만들었다. 이들은 주민발의로 만든 최초의 조례인 시흥청년기본조례를 제정했다. 조은주씨는 이런 일들을 위해 입사하자마 시흥의 청년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시흥의 청년들을 하나로 묶었다. 

“당시 행정은 청년을 시민으로 생각하지 않았어요. 존재를 부정했죠. 정책의 의사결정에 청년이 들어와 본적도 없고요” 

청년기본조례는 이런 이유에서 사회가 청년을 인정하고 그들이 정책의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토대가 돼야 했다. 국가나 사회가 그저 때마다 구호처럼 청년을 위한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청년을 인정하는가에 대한 문제였다.

결국 2016년 1월 7일 청년기본조례를 제정시켰다. 청년을 하나로 묶고 결집시킨 결과였다.

“하지만 지역사회와 행정은 청년의 존재를 얕잡아 보거나 부정하는 분위기는 그대로였어요. 그래서 청년들이 주도하는 수없이 많은 세미나와 프로그램을 실행했고, 그중 ‘벚꽃 볼 새라’ 라는 프로그램은 잘 알려지지 않았던 가로수 길에 테마를 입혀 지역민이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획, 청년들의 능력을 인정받는 계기가 됐죠.”

또 시청에서 근무하는 대학생 아르바이트생들이 단순 사무보조 업무를 벗어나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지역사회에 공헌하고 기여할 수 있는 ‘5일간의 아르바이트 프로젝트’도 추진했다. 여기서 청년들은 지역에 대해 함께 고민했고 톡톡 튀는 아이디어도 제법 발굴했다.

조은주씨는 시청을 나오기 전까지 매달 한가지씩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청년들이 지역을 위해 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런 그녀가 왜 자기발로 시청을 나왔는지 궁금했다. 

그녀는 이런 이유를 들었다. “우선 청년 생태계의 변화예요. 언제까지 관청의 지원을 받아서 청년단체나 프로그램을 운영 할 수는 없다고 봐요. 지원이 없다고 하더라도 운영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이것을 뛰어 넘을 수 있는 무엇이 필요하다고 저와 청년들이 함께 느끼고 있었죠.”

그렇다고 하더라도 관이 깔아준 판을 그냥 넘어서겠다는 순진한 의지로 몇 년간 몸담은 이곳을 나왔을 리는 만무하다. 실제로 그녀가 시청에 들어와서 만들어 낸 청년들을 위한 정책과 추진력은 청년뿐 아니라 시흥시를 빛나게 만들었다. 

작금의 청년들의 삶을 되돌아 볼 때 국가나 사회가 청년들에게 어떤 길을 열어주고 함께 해야 하는지 더 말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청년계층의 문제는 심각한 수준에 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쓰러질 정도로 밤낮없이 청년을 위해 일했던 조은주씨는 청년 사회의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다. 또 누가 이만큼 청년정책을 전향적으로 이끌 수 있을지 지역사회 곳곳에서 의문을 던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녀가 공식적으로 밝힌 이유만으로 시청을 뛰쳐나왔다고만은 생각하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숨 막히는 구조가 있었을 것이라고 넘겨짚을 뿐이다.

더불어 청년문제를 빌미 삼아 정치권이 그들을 이용하려고만 했지, 청년들이 원하는 실질적인 해결방안과 정책은 도입하지 않은 것도 문제다.

누구든 현재의 어려움은 참을 수 있지만, 미래가 암울하다면 함께하기 어려운 것이다.

스스로 시청을 나와 민간영역의 체질을 개선하고 자립성을 키우는 것이 부정적이라고 보진 않는다. 길게 보면 그길로 가는 것이 맞다. 그러나 조은주라는 청년전사를 시흥이 잃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가 지역에서 늘 고민해왔던 문제는 인재가 이런저런 이유로 시흥을 떠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조은주씨는 “아쉽다”고 했다. “청년들에게 능력을 키울 수 있는 시간이 좀 더 주어졌더라면 더 건강하게 자라 지역을 위해 뛸 수 있었을지도 모르죠...”

인큐베이팅이 끝나지 않은 아이를 어떠한 변화로 바로 세상에 내보내야 하는 상황이 미세먼지 만큼이나 답답한 현실이다. 

하지만 끝날 때 까지 아직 끝난 것은 아니다. 끝은 새로운 시작이다. 청년전사 조은주와 앞으로 지역을 이끌어 갈 시흥의 인재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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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동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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