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타임즈=홍성인 기자) 최근 장애인 스포츠로 널리 알려진 론볼은 잔디 경기장에서 볼을 굴려가며 행해지는 스포츠이다.
일반적으로 장애인 전용 종목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는 일반인, 장애인 모두 할 수 있는 스포츠이기도 하다.
론볼(Lawn Bowling)이라는 명칭은 잔디에서 볼을 굴린다는 의미에서 지어진 이름으로 표적이 되는 공인 '잭'을 먼저 굴려놓고 공을 근접시켜 겨루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공이 완전한 구형이 아니라서 휜 경로로 굴러가게 된다. 그런 관계로 상당한 집중력이 요구되기도 하고, 다양한 전략 등이 필요로 하는 스포츠이다.
1299년 영국의 클럽에서 편심이 없는 석구(돌을 깎아 만든 공)를 사용한 최초의 론볼 경기가 열린 것으로 기록에 남아 있는데 이것이 그 기원으로 여겨지고 있다. 장애인경기로서 처음 시작된 것은 1960년 영국의 스토크맨드빌 병원에서 휠체어를 탄 선수들이 경기하면서 부터이다. 휠체어 론볼링 선수가 장애인올림픽에 처음 참가한 것은 1968년 텔아비브 장애인올림픽부터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87년 제7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서 처음으로 시범경기를 실시하였고 이어 1988년 서울장애인올림픽경기를 계기로 전국장애인체육대회 및 전국 상이군경체육대회 등에 본격적으로 실시되었다.
경기 방식은 잭을 굴려놓고 차례로 각자의 공을 잭에 근접시켜야 한다. 승부는 어느 팀이 많은 수의 공을 표적구에 근접시키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매회 점수를 합산하여 주어진 시간이나 정해진 횟수에 최다 득점자가 승리한다. 경기 방식에서는 참가인원에 따라 개인전, 2인조, 3인조 및 4인조로 나누어져 있으며 성별에 의해 남녀 그리고 혼성 경기로 분류하여 무척 다양하게 경기를 치를 수 있다. <편집자 주>
경기도 시흥이 '론볼'로 유명한 곳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국제경기를 펼칠 수 있을 정도의 경기장을 갖추고 있으며, 장애인 국가대표가 훈련을 하기 위해 수시로 찾는 곳이 바로 시흥시이다.
지난 23일 시흥시 론볼경기장에서 만난 박희국(42) 시흥시장애인론볼협회장 역시 이러한 시흥시의 시설적 장점이 앞으로 관련 스포츠가 활성화되는데 큰 기여를 할 것이라는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처음에 장애인론볼협회장 자리에 대한 추천이 왔을 때 부담이 적지 않았다. 일반인으로써 얼마나 장애인들과 어우러져 관련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겠느냐라는 우려도 있었고, 관련 스포츠에 대한 이해도도 크지 않았기에 솔직히 걱정이 앞섰다."
박 회장이 처음 론볼협회와 연관을 짓게 된 것은 그가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봉사활동을 해왔던 것이 인연이 됐다.
그런 활동을 하던 중 지인이 장애인들을 위해 체계적인 활동을 할 생각은 없냐는 제안이 들어왔고, 고민 끝에 그 제안을 수락했다.
솔직히 걱정이 많이 앞섰으나 막상 일을 시작했을 때는 그 걱정이 기우였음을 알게 됐다. 오히려 장애인 선수들이 자신을 배려하고, 일에 대한 다양한 노하우를 이야기를 전해주면서 정작 일에 대한 적응은 생각보다 빨리 진행됐다.
"처음 회장에 취임하고 이런 저런 일로 바쁜 일이 많았는데 선수들이 그 상황을 이해해주고 이것 저것 챙겨줬다. 오히려 잠시 활동했던 생활체육 관련 단체보다 더 정감이 갔다. 그런 부분 때문인지는 몰라도 장애인론볼협회와 관련된 사업에 대해 더 능동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협회장으로 취임한 후 론볼 예찬론자가 되어 있다. 다른 스포츠에 비해 정적인 부분이 많다보니 처음 배울 때는 남녀노소, 장애인까지 누구나 할 수 있는 스포츠가 '론볼'이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장애인들이 현재 주도적으로 이 스포츠를 하고 싶지만, 시민들의 참여를 독려해 어르신들도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싶어 한다. 이와 함께 어린이들이 참여하는 프로그램도 만들고 싶다고...
"어르신들이 자신의 손자들과 와서 이 스포츠를 같이 즐긴다고 생각해보라. 건전한 가족관계 형성에도 상당한 도움을 줄 것이다. 최근 초등학교 학생들의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홍보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시흥시에는 차량지원만 협조해주면 프로그램은 알아서 잘 운영해보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솔직히 초등학생들이 참여를 한다면 단순히 아이들만 이 스포츠에 대해 이해를 하는 것은 아니다. 같이 참석하는 학부모, 교사 등에게도 파급될 수 있는 여건이 제공된다. 그 과정이 반복되다보면 가족 모두 이 스포츠를 접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는 추후에는 가족이 팀을 이뤄 '가족체육대회' 형태로 진행할 계획을 갖고 있다. 부모와 아이가 한 팀을 이뤄 토너먼트 형태로 진행될 이 행사는 론볼이라는 스포츠에 대한 저변확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 회장이 론볼을 일반인에게 보급하려고 하는 의도는 다른 한 가지가 있다. 현재 장애인 중심의 스포츠로 자리잡은 부분이 크다는 것을 활용해 일반인이 장애인을 이해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있기 때문이다.
"아들이 다니는 학원에 한 선생이 다리를 저는 선생이 한 명 있었다. 신체적 장애를 가진 그 선생을 아들 또래의 아이들이 이상하다며 놀려댔는데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들이 그 아이들에게 '그래서는 안 된다'고 놀리는 것을 막았다. 얼마 후 그 선생은 개인적 일로 그만뒀지만, 가끔 학원에 찾아올 때는 내 아들만 찾는다고 한다. 내 아들이 몇 번 론볼경기장에 와 선수들과 같이 어울린 적이 있다. 아마도 내 아들이 선수들과 어울리면서 장애인들에 대한 이해도 역시 생기지 않았나 싶다."
박 회장은 시흥에서 론볼이 어느 정도 활성화되는데는 김윤식 현 시흥시장의 역할도 컸다고 전한다. 스포츠 분야에 관심이 론볼 경기장 지원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도민체전 당시 비가 왔었다. 아무래도 행사 진행에 어려움이 많았는데 김윤식 시장에게 비가와도 경기를 원활히 진행할 수 있도록 지붕을 설치해 달라고 요청했다. 약간은 투정을 부리는 것처럼 느껴졌을 수도 있는데 '견적을 한 번 뽑아보라'고 했다. 사업이 진행될지는 미지수지만 그래도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주고 있는 부분에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
그는 시흥시에서 메이저급 대회를 지속적으로 개최했으면 하는 바람을 나타냈다. 장애인전국체육대회가 경기도권 지자체 내에서 열릴 경우 론볼 경기만큼은 시흥시에서 열릴 정도로 좋은 인프라를 갖춘 상황에서 이를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대회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예산이 필요한데 그런 예산확보 부분은 녹록치 않다는 것이 현실이라고 전한다.
"보통 대회를 추진하려고 하면 적지 않은 비용이 들게 된다. 그렇다고 지역 기업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곳도 없어 어려움이 많다. 하지만, 대회 자체에 대한 비용을 생각할 것이 아니라 그 대회를 치룰 경우 발생하는 경제적 효과 등도 고려하는 것이 어떤가라는 부분이 있다. 보통 대회 예산은 대회기간 중 숙박, 식대 등으로 지출되어 실질적으로 예산으로 대회를 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실 대회 전부터 참가하는 선수들은 이 곳으로 와 훈련을 한다. 대회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그들이 이 지역에 있는 동안은 결국 지역상권에 기여하는 것이 아닌가."
그는 마지막으로 장애인들이 조금은 더 사회활동 속으로 나오길 기대한다는 바람도 전했다.
"장애인들 중에는 선천적인 장애를 가진 분들도 있지만, 후천적 장애를 가진 분들도 많은 것이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이들은 장애를 인식하고부터 사회와는 단절된 모습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그들이 사회로 나올 때 생각 이상의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것은 있다. 아직 사회적으로 장애인들을 배려하는 시설적 부분이 미흡한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 안에만 있을 때 정신적인 건강에는 그다지 좋지 않다고 보인다. 사회로 나와 같은 장애인들과 어울리고 대화하면서 사회적응력을 키워가는 것이 오히려 더 낫지 않나 생각한다."
그는 스포츠 활동이 장애인들이 사회성을 키우는데 큰 도움일 될 것이라고 전한다. 또, 일반인과 장애인들 모두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사회로 발전하는데 '론볼'만큼 좋은 스포츠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포츠를 통한 어울림의 세상을 하나 하나 만들어가는 그의 활동에 더 기대를 하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본 기사는 시흥의 소리와 공동으로 게재하는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