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간의 공백기 후 의회 관망
예산안 처리 놓고 깊은 고심
“할 말은 해야 겠다”로 방향선회
"미꾸라지 한마리가 물을 흐린다"는 말은 먹이를 찾기 위해 유속이 적은 물속의 바닥을 파헤쳐 흙탕물이 일기 때문에 생긴 말이다. 하지만 사실 미꾸라지는 물을 맑게 하는 이로운 생물로서, 이 말은 어폐가 있다. - 위키 백과
작년 12월 시의회 예산파동의 중심인물
지난 12월 시의회가 시끄러웠다. 2015년 예산안을 두고 격론이 벌어지고 있었고 새정치연합과 새누리당은 좀체 합의를 보지 못했다. 정해진 회기 내에 예산안이 통과되지 못하자 언론들은 ‘준예산’체제에 들어갈지 모른다고 보도했다. 의회에서 예산이 통과되지 못하면 전년도 예산을 기준으로 해서 임시로 집행되는 예산을 준예산이라고 한다.
양 당은 책임을 상대 당에 떠넘기는 기자회견을 했고 시장도 예산안 통과를 시의회에 축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의회는 한 해가 마감되기 직전에 임시회를 열어서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논란이 되었던 삭감 예산 중 일부는 차후 추경예산에서 다루기로 했다.
지난해 말, 시의회를 격론에 빠뜨렸던 그 중심에 홍원상 시의원이 있었다.
홍 의원의 지적은 틀리지 않았다
홍 의원은 시흥의제21이 예산을 쓰면서 서류를 제대로 갖추지 않았다고 따졌다. 근거로 제시한 자료에는 의제21이 예산으로 지출할 때 갖추어야 할 증빙서류가 없거나 불성실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그리고 행복교육지원센터 운영비에 대해서는 새로운 센터를 설립하는 절차가 잘못되었다며 제동을 걸었다. 새로 설치되는 센터에 대한 조례도 통과되지 않았는데 사무실을 마련하고 예산을 편성한 것은 순서가 잘못되었다고 지적했다.
사람들은 홍 의원이 의제 21을 싫어한다고 말했다. 교육지원센터 설립을 반대한다고 말했다. 절차의 문제나 서류 미비 등의 지적에 대해서는 예산을 삭감하려고 내세우는 구실일 뿐이라고 여기는 듯 했다. 그러나 시흥N타임즈는 사람들보다 보는 눈이 깊지 못해서인지 홍 의원이 내세우는 이유에 주목했다. 맞는 지적이었다. 잘못에 대한 지적이 분명했다. 이 글을 읽는 시흥시의 평론가(?)들은 또 이렇게 말할 것이다. ‘N타임즈는 홍 의원 쪽인가 봐, 새누리당 성향인가 봐.’
조용한 의회는 위험하다
그동안 시흥시의회는 조용했다. 작년 6월 선거로 새 임기가 시작되고도 시의회는 여전히 조용했다. 홍 의원 스스로도 말한다. ‘8년 만에 다시 시의회로 돌아와서 오랫동안 고민했다. 이번 임기를 어떻게 보낼 것인지 많이 생각했다. 시의원 경험이 있긴 하지만 8년간의 공백이 있으니 초선 같은 재선이었다. 활동의 수위를 어느 정도로 잡을지 생각하면서 조용히 몇 달을 보냈다. 그러나 예산안 심의를 하면서 마음을 정했다. 할 말은 하기로 했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 없이 말한다. ‘홍원상 때문에 의회가 시끄럽다며?’
이 말이 생각 없는 소리라고 단정 짓는 이유는 ‘파수꾼이 침묵하면 모두가 위험해지기’ 때문이다. 파수꾼의 임무는 이상징후에 대하여 늘 주인에게 알려야한다. 시의회는 시민들이 고용한 파수꾼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여러 명의 파수꾼을 고용했는데 한 명의 파수꾼만 상황을 열심히 보고한다고 하자. 게다가 침묵하는 동료 파수꾼들이 떠드는 파수꾼에게 자기들처럼 조용히 해야 한다고 윽박지르면 그들을 고용한 사람은 어떤 조처를 취해야 할까.
민주주의의 원칙에 대한 이런 얘기들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는 공허하다. 원칙은 멀다. 그러나 언론 역시 우리 사회의 파수꾼이기에 지치지 않고 얘기해야 한다.
규율부장에서 노조위원장, 그리고 시의원
1958년생 원주출생. 실제 나이와 호적나이가 다르지만 중요한 일은 아니다. 첫 인상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모범생은 아니었을 것이다. 뭔가에 열정은 가득한데 공부 쪽은 아니다. 누군가에게 고분고분했을 것 같지도 않다. 규율부장은 그의 단골 직책이었다.
고향을 떠나 시흥에 살면서 직장생활을 했다. 전직 규율부장이 맡은 역할은 노조위원장. 10년 넘게 위원장을 맡아서 초기에는 파업도 주도하고 했지만 노사 상생을 강조하는 위원장이었다.
동네에서 맡았던 통장 일이 시의원에 출마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입바른 소리 덕분에 통장에서 ‘잘렸고’, 재위촉도 봉쇄되었다. 그는 시청이 ‘원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냥 물러날 성격이 아니었다. ‘좋다, 그러면 시의회로 가겠다.’ 그리고 시의원이 되었다.
정당공천이 없던 2002년 선거에서 당시 한나라당 시흥시 조직책이었던 장경우 위원장의 도움을 받았다. 직장 시절 노동운동 할 때부터 도움을 주고받아온 사이였다. 당시 지역구였던 정왕2동을 아침마다 한 바퀴씩 돌며 후회 없이 열심히 했다고 4대 시의원 시절을 돌아본다. 그는 시의원은 정치인이 아니라고 단언한다. 주민의 대표이거나 머슴이지 흔히 말하는 ‘정치인’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본인이 어떻게 생각하든 그는 정치에서 벗어날 수 없다. 지난 15일 시의회에서 5분 발언을 통해 시흥시청 권력구조의 가장 민감한 부분을 직설적으로 따졌다. 가장 ‘정치적’인 주제를 거론한 것이다.
우정욱 담당관의 ‘전횡’ 묵과할 수 없어
우정욱 시청 소통담당관에 대한 얘기는 김윤식 시장체제에서 항상 ‘뜨거운 이슈’다. 홍 의원은 시청의 조직체계도에 시장으로부터 바로 연결된 우 담당관의 위치부터 따졌다. 부시장도 알지 못한 채 시장과 우 담당관 사이에서 처리되는 일들이 많은데 그래서는 안 된다는 것이 홍 의원의 주장이다. 시의 상징 로고에 대한 혼동도 지적했다. 공식 상징 로고가 있는데 ‘시흥 백년’이라고 쓴 비공식 로고를 쓴 곳이 많다는 지적이었다. 이런 일들이 우 담당관의 ‘전횡’에서 비롯되었다며 공개적으로 성토한 것이다. 우정욱씨는 공보정책담당관이었는데 작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사직을 했다. 그리고 선거가 끝나고 김윤식 시장이 재당선되면서 소통담당관으로 이름을 바꾸어서 다시 시청에 들어왔다. 공무원 노조에서 반대가 거셌지만 시장은 다시 그를 끌어들였다. 홍 의원은 시장이 공무원들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시장, 고집 세고 솔직하지 못해
김 시장에 대해서는 ‘고집이 너무 센 것’도 고쳐야 하지만 좀 솔직했으면 좋겠다고 평가했다. 서울대 유치 문제에 대해서도 막연하게 2018년 개교라고만 말할 뿐 상황에 대한 설명이 아무것도 없는 점도 불만이다. 명색이 시의원인데 돌아가는 것을 알 수가 없으니 답답하다는 것.
서울대 문제는 지금 진행되는 양상을 보면 불안한 구석이 많다. 시장이 모든 정보를 독점하고 독단적 판단으로 일을 끌고 가는데 일이 잘못되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저러는지 위태로워 보인다고 했다. 머리를 맞대거나 역할을 나누면 사업의 성사가능성도 높아지는 것은 상식이다. 자신도 고집이 세지만 김 시장의 독단은 못 당하겠다고 혀를 찬다.
공직에는 임기라는 것이 있는데 자신의 임기에 불가능한 새 사업들을 주민들에게 섣불리 약속하고 다니는 시장의 태도가 못마땅하다. 시의회에서 홍 의원의 목소리가 줄어들 것 같지 않다.
다음 임기는 없다고 생각하고
공백이 길기도 해서 스스로 초선 시의원이라는 마음가짐을 가지려고 노력한다. 초선 동료의원들에게도 “나도 초선이다. 한번만 한다고 생각하자. 내일을 생각하지 않고 오늘 열심히 하면 내일도 보인다.”고 말한다. ‘다음 임기 생각하면 제대로 일 못한다, 공무원에게 좋은 소리 들으려고 하면 시민들에게는 좋은 의원이 되지 못한다.’ 그의 다짐이다.
고인 물에 미꾸라지 한 마리가 흙탕물을 일으킨다. 고인 물은 썩는다. 흙탕물을 일으켜 물을 살리는 미꾸라지가 한국 속담에서는 부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말썽꾸러기로 치부한다. 원만함과 조화 등을 강조해 온 동양의 유교문화 탓이다. 그러나 우리는 서구의 정치제도를 받아들였다. 주민들을 대리하는 의원이 과묵하고 게다가 ‘통이 커서’ 웬만한 일은 다 덮고 넘어가는 경우를 상상해보면 미꾸라지의 중요성을 알게 된다.
정왕동, 새정치연합 텃밭 아니다
정왕동에는 할 일이 많다. 환경문제는 늘 민감하게 살펴야 한다. 오이도의 가치를 더 높이기 위해 세세하게 새로 설계해야 할 일도 많다. 정왕동은 할 일이 많아서 시의원이 바빠야 한다. 사람들은 정왕동을 새정치연합 텃밭이라고 한다. 홍 의원은 동의하지 않는다. 후보만 잘 내면 새누리당에 불리한 곳이 아니라고 믿는다. 내년 국회의원 선거에 거는 기대가 있다. 국회의원과 시의원이 손발이 잘 맞으면 정왕동을 새롭게 개조하는 역사를 만들어 볼 수도 있다.
따로 하는 운동은 없고 산에 자주 간다. 고향 원주의 치악산은 몇 번을 올랐는지 셀 수 없다. 높이 1288m. 산이 험해서 오르기가 쉽지 않은 곳이지만 그에게는 안방이면서 인생의 길을 다잡게 하는 스승 같은 산이다. 평소 주말에는 수리산이나 근교의 산에도 자주 간다. 산길을 걸으면 복잡한 생각이 정리되고 아이디어들이 떠오른다. 골프는 유한계층의 운동이라 생각하고 하지 않겠다고 젊은 시절부터 결심했다.
두 번의 낙선은 그에게 보약
홍 의원은 자타가 공인하는 부지런한 사람이다. 주민자치위원장을 맡을 때 정왕2동이 주민자치활동에서 전국 대상을 타기도 했다. 물불 가리지 않고 맡은 일에 전념한다. 그런 부지런한 사람이 2006년, 2010년 지방선거에서 연거푸 낙선을 했다. 후보자들을 ‘갖고 노는’ 한국의 기초의원 선거제도 탓도 있다. 기초의원 선거제도는 말도 많고 탈도 많다. 같은 당에서 2명이 등록하면 이름의 가나다 순서에 따라 기호 가, 나 번을 부여하던 때도 있었다. 홍 씨는 가나다 순서로 따지면 가장 불리하다. 시의원에 두 번 낙선하면서 공백이 길었다. 그 공백을 그는 보약으로 생각한다. 사람들의 어려움에 대한 생각들이 더 깊어졌다. 2015년에는 더 크고 자주 울리는 스피커가 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