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시흥여성의전화’(회장 정순옥)는 모든 폭력으로부터 여성의 인권을 보호하고, 가정과 사회 속에서 여성이 겪는 다양한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풀어가는 성 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1997년 창립해 활동하는 여성인권운동단체이다. 폭력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대중의식 개선운동과 함께 가정폭력상담 및 피해자 인권보호를 위한 지원활동을 위해 부설로 가정폭력상담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가정폭력피해여성의 긴급피난처로서 정신적, 육체적 안정과 상담 등 다양한 지원을 통해 자립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여성쉼터’를 위탁 운영하고 있다.
시흥타임즈에서는 창간호 특집 인터뷰로 여성의 인권 회복과 관련 제도의 개선을 위해 적극적인 활동을 도모하고 있는 ‘시흥여성의전화 정순옥 회장을 만났다.
<편집자 주>
호기심 많고 사람의 이야기를 듣기를 좋아하던 한 여성이 있었다. 누구나 흔히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삶을 살던 그에게는 항상 자신의 삶에 물음표가 던져졌다.
“왜. 우리나라 여성들은 이렇게 살아야 할까?”
결혼 후에 집안 어르신과 여성들의 밥상에서부터 차별이 보이는 상황은 그에게는 납득이 가질 않았다. 결혼제도와 규범에 숨이 막혀 몸살을 앓던 그는 여성학자 오숙희 선생님의 대중강좌에 참석했고, 그 자리에서 바로 그의 팬이 됐다. 그리고, 바로 여성운동가가 되겠다고 결심했다.
현재 ‘시흥여성의전화’ 회장을 역임하고 있는 정순옥씨의 이야기다.
그는 여성의전화 활동가로 시작해 사무국장, 가정폭력 소장, 쉼터 소장으로 활동하면서 여성들의 인권 운동에 열정을 가지고 여성주의를 실천하는 활동가로써의 삶을 살고 있다. 지난 2월에 회장으로 취임하기는 했지만 사실상 ‘시흥여성의전화’의 산증인이기도 하다.
부임한지 한 달도 채 안됐지만 그동안 이 단체와 함께 한 이력으로 인해 주변의 기대치가 높다.
“회장으로 선출된 후 자신감과 부담이 같이 밀려왔다. 지역사회의 기대가 적지 않았고, 그동안 이 곳에서 활동하면서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점 등을 고민했기에 한편으로는 자신감도 같이 생겼다. 앞으로 다양한 사회적 이슈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단체, 여성에 국한되지 않은 사회평등을 위한 활동에 대해 고민할 것이다.”
시흥여성의전화는 18년의 역사를 가진다. 하지만, 이 곳은 타 지부보다 인적·물적 자원이 취약한 편이다. 특히, 재정자립도 역시 많이 낮은 편이고, 과거에는 활동가도 많지 않아 사무국의 활동이 미약한 편이었다. 정 회장 역시 이 부분에 주목했다.
이런 형태로는 ‘시흥여성의전화’의 비전이나 가치에 대한 담론을 형성해 나가거나 논의를 할 수 있는 구조가 되지 않고, 당장 눈앞에 있는 일을 하기에도 바쁜 상황이 전개되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지역여성들을 만나기 위해서는 여성들이 있는 공간으로 이동해야 하는데 행정업무에 하루를 소비하다보니 제대로 된 사업을 추진할 수가 없었다.
정 회장은 취임하자마자 활동가 수를 늘리고 프로그램의 다양화를 도모하고 있다. 또한,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도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올해의 목표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본연의 기능인 가정 또는 사회에서 위기에 직면한 여성들이 이 곳을 보다 쉽게 찾을 수 있는 방법도 모색하고 있다.
현재 여성의전화에는 타로카페 공간을 만들었다. 지역주민이면 누구나 와서 상담도 하고 커피도 마시고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내는 ‘쉼터’로서의 공간으로 만들어가려고 한다. 즉, 지역여성들의 소통과 만남이 이뤄지는 거점이 되게 하는 것이다.
여성의전화 사무실에 ‘타로카페’ 만들어 소통 도모
여성들의 목소리는 그동안 사회적 통념에 밀려 철저하게 침묵을 강요당해 왔다. 권력에 오랫동안 배제돼 온 것이 사실이다. 이런 부분을 해소하기 위해 ‘시흥여성의전화’는 여성의 일상의 삶에 주목하며 ‘여성들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여성들의 고통은 어디에서 기인하고 있는 것인지’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고민하며, 여성이 살고 있는 현장에서 현실적으로 감지되는 문제를 바탕으로 일상의 여성운동이 될 수 있도록 견인차 역할을 하는 단체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시흥여성의전화는 그동안 대중교육보다는 전문상담원 교육이나 성교육 강사 양성과정 교육을 실시했다. 일반 여성들이 감지되는 문턱이 높다는 것도 아마 교육참여에 대한 한계성도 있다고 보여진다. 교육 참여자는 기본 전문대이상의 학력을 요구한다. 여성의전화가 모든 차별에 반대하는 가치를 가지고 있는데 학력차별도 그 중에 하나일 수 있다. 초창기에는 학력에 상관없이 여성의전화 활동가로 가능했는데 제도화로 인해 상담소 운영에 따른 국가에서 요구하는 자격기준에 맞추다보니 학력으로 인해 지역 여성들이 소외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회원들이나 일반 여성들의 욕구를 파악해 다양한 교육이나 세미나를 모색해야 한다.”
정 회장은 세미나, 상담, 공개토론 등 대화의 장을 여는 것을 좋아한다. 대화를 통해 생산적인 아이디어가 창출될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그러한 공간이 지속적이고, 다양하게 창출될수록 여성들이 생각을 밖으로 표출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우리 단체에 대해 상당수의 사람들이 여성문제만 다루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단체명에서 오는 이미지일수도 있지만 이 단체는 남녀가 같이 조화롭게 상생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곳이다. 포괄적으로 본다면 인권에 대해 다각도적으로 접근하는 단체로 보면 된다. 비주류(약자)를 위한 운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하는 단체인데 아직 제대로 홍보되지 못한 것 같다. 그렇기에 올해가 특히 더 중요하다. 이제 여성의전화가 더 나아가야 하고, 더 극단적인 상황을 막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여성의전화…여성문제만 다루는 단체 아냐
보통 이 곳에 오는 사람들은 여성들이다. 하지만, 가끔 부부가 같이 오거나 남성이 오는 경우도 있다. 부부가 같이 오는 경우는 보통 아내가 남편을 설득해서 오는 경우가 많은데 남성들은 보통 이 곳에서 자기 보호적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정 회장은 전한다. 이러한 방문자나 전화 상담시 중요한 부분이 있다면 ‘판단’이라고 이야기한다. 판단을 확실하게 하지 못하면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상담자들과 이런 부분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사례를 공유하고, 공부한다.
“상담사의 한 마디에 어떠한 결과가 나타나는가는 우리가 늘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그렇기에 1주일에 한 번 이상 학습하는 시간과 서로 호흡하는 시간을 가진다. 또, 이 시간을 통해 활동가들과 단합의 시간을 갖는다.”
최근에는 전화상담에 비해 대면상담 비율이 점차 늘어가고 있는 추세다. 이 곳에 찾는 여성들은 자신의 문제를 가시화시키고 직접 상담소를 찾아온 능동적인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에게는 일회성 상담으로 만남을 종결하기 보다는 지속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동기가 필요하다는 것이 정 회장의 생각이다. 한 번의 상담으로 모든 문제를 인식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가정폭력을 경험한 여성들에 대한 오래된 언설이 있다. 심각하게 신체가 손상된 이미지를 상상하고, 수동적이고, 무기력한 피해자로 재현되는 정형화된 피해자상을 갖고 있다. 결국 가정폭력을 경험한 여성들을 동일한 무기력한 피해자로 상정하면서 피해여성들은 불쌍한 사람으로서 도움을 받아야 하는 여성들로 재현된다. 실제 쉼터에서 여성들을 만나본 결과 폭력의 경험은 광범위하다. 쉼터 이용 여성들 속에는 생활력도 강하고, 적극적으로 자녀를 양육하고, 스스로가 가진 자원도 풍부하다. 또한 경제적으로 무능력한 남편을 대신해 생계를 책임지기도 하고, 직장생활에서 리더의 위치로서의 경험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삶을 살아온 여성들이다. 쉼터 이용 여성들은 가부장체제의 성별위계적인 가족제도에서 일상에서 발생되는 억압과 폭력의 상황에서도 저항의 주체자로서 생존했고, 적극적인 저항의 방법으로 쉼터로 이동해 여성주의 프로그램 참여를 통해 삶의 새로운 주체가 되어가고 있다.”
정 회장은 쉼터 여성들의 새로운 삶을 개척하는데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으로 자조모임을 들었다.
최근 대면상담 비율 높아져
정 회장을 비롯해 이곳의 활동가들은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타인의 고충을 들어주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스트레스 또한 만만치 않다. 정 회장은 이러한 부분을 해소하기 위해 자신과 비슷한 활동을 하는 사람들과 대화를 하거나 독서를 하면서 풀어간다고 한다. 또한, 활동가들과의 지속적인 스킨십을 통해 다양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자 노력한다.
“나의 꿈틀거림이 견고한 가부장체제에 균열을 내고 인권사각지대에서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작은 힘을 보탤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나의 페미니스트로서의 삶은 지속적으로 강화될 것이다. 물고기가 물을 떠나 존재를 유지할 수 없듯이 나 또한 여성의전화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다.”
올해 시흥 내에서 ‘여성의전화’ 뿌리내리기 사업은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하고 적극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의 활동이 결국 사회평등의 기초가 된다는 점에서 보다 큰 관심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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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지면으로 발간되는 시흥타임즈에 공동으로 게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