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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인터뷰] ‘서로를 위로하다’…시흥시 이동노동자쉼터 남현웅 센터장

[시흥타임즈=대표/편집장 우동완] 4살 때 시흥시 매화동으로 이사와 이곳에서 초중고를 나왔다. 어느덧 청년이 된 그는 ROTC 장교로 군을 마쳤고 2천만원을 들고 신림동 고시촌에 들어가 공인노무사 시험에 합격했다. 그리고 지금, 자신이 자란 시흥에서 노동자들을 위해 일하고 있다. 

올해 36살, 시흥시 이동노동자쉼터 센터장을 맡고 있는 그의 이름은 남현웅이다. 

28일 오후 뜨겁다 못해 따가운 폭염이 내리쬐는 신천변 길을 걸어 배달라이더들이나 대리 운전기사 등을 위해 시에서 마련한 ‘시흥시 이동노동자쉼터’를 찾았다.

쾌적한 쉼터엔 안마의자와 편히 쉴 수 있는 여러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법마루라고 이름지어진 공간에선 남현웅 센터장이 어느 노동자와 상담에 열중하는 모습이었다.

쉼터안에 마련된 법마루는 노동자들의 법률 및 노무 상담을 주로 하는 곳으로 월요일과 목요일엔 변호사가 상주하여 법률 상담을 해주고, 센터장 겸 공인노무사인 남현웅씨는 이곳을 매일 지키며 노무 관련 상담을 해주고 있다.

보통 공인노무사를 취득하면 법인에 취업하거나 개인 사무실을 여는게 보편적이다. 그런데 남 센터장은 좀 다른 길을 택했다. 

“노무사를 따고 첫 직장은 어느 기업의 콜센터 인사과였어요. 감정노동이 심한 근로자들이 있는 곳이었죠. 그러다가 2019년 2월에 시흥시청 행정과에 임기제 공무원으로 취직했는데 공무원들의 노조 관련 교섭등을 담당하는 업무였어요”

남 센터장은 시흥시청에서 일하면서 인근에 ‘퇴근길 노동심리상담소’라는 것을 차렸다. 퇴근하고 가볍게 들려 노무 상담을 하자는 취지로 밤 7시부터 12시까지 문을 열었다. 

그냥 노동상담소가 아니라 ‘심리’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는 서로 이야기하며 고통을 나누고 안되면 욕이라도 같이하자는 뜻이었다고 한다. 

상담소엔 의외로 젊은 청년들이 많이 찾았다.

“초기에는 한달에 열두어명 정도가 찾아오더라고. 그런데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했거나 대학교에 다니는 청년이 대부분이었어요. 아르바이트나 생계와 관련된 문의가 많았던 기억이 나는데, 어느 요식업장에선 알바비로 식자재를 대신 가져가라고 했다는 웃픈 이야기도 생각납니다.”

그에게 물었다. 본인 일만 하기도 힘든데 왜 이런일을 하는지? “회사에서 내부적인 도구로만 쓰이는 지식을 스스로 결정하고 밖에 쏟고 싶었어요. 그리고 저 역시 직장을 다니며 매우 괴롭고 힘들었는데 상담을 통해 스스로 치유 받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요”

그렇게 시청일과 상담에 열중하던 그에게 또 다른 기회가 찾아왔다. 

2021년 3월 시흥시 이동자노동쉼터의 센터장을 맡게 된 것이다. “힘없고 빽없는 사람들을 위해 계속해서 노무 상담을 해달라”는 요청이었다. 

노동자들과 관련된 상담소들은 거의 안산이나 시화 공단쪽에 몰려 있다. 그리고 공인노무사 사무실들도 공단 가까운 곳에 많이 위치해있다. 

북부권역인 신천동 근방엔 공인노무사 사무실도 없을뿐더러, 노동자들의 복지를 위한 공간이 전무한 상태였다.

공단지역과 달리 북부권역엔 소규모 영세사업장이 대부분을 이루고 있고 노동과 관련된 문제가 발생해도 문제 제기 자체가 어려운 취약지역에 속한다. 

이런곳에 이동노동자 쉼터를 겸한 법률과 노무상담소가 생긴 것은 여러 측면에 의미가 깊다. 쇠락해가는 구도심 사람들을 위한 쉼터이자 시민들을 위한 도시재생의 공간이기도 하다.

“이곳이 이동노동자 쉼터라는 이름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명칭에 관계없이 모든 시민들에게 열려있는 공간이예요.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나 시장의 상인 등도 잠시 쉬었다 갈 수 있는 유일한 쉼터이자 노동복지 측면의 행정공간인 셈이죠”

나이로는 아직 청년에 속하는 남현웅 센터장은 지역 청년들에 대한 걱정도 꽤 컸다. 

“시흥에서 자라 다시 시흥에서 일 한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요. 익숙한 곳에 가족과 친구들이 있고 이곳을 위해 일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시흥 청년들 중 지역에 남는 청년이 별로 없다는 것이 안타깝죠. 장기적으로 기업이 많이 들어와서 여기서 일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 그게 어려운 문제죠”

청년들이 겪는 고충을 잘 아는 젊은이, 그리고 노동자들의 어려움을 이해하는 노무사로써 남현웅 센터장은 많은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상담하며 자신도 치유되는 과정을 걷고 있다.

우리 사회의 취약계층은 엄연히 존재한다. 아직도 많은 이들이 부당한 일들에 어떠한 대응이나 저항도 하지 못하고 속앓이를 하는 경우가 상당하다. 이런 이들에게 속 터놓고 이야기 하며 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는 것과 그곳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센터장이 있다는 것에 그나마 위로를 얻는다. 

▶시흥시 이동노동자쉼터는 ‘온마루’란 이름으로 시흥시 신천천동 7 두성빌딩 2층에 있다. 아침 9시부터 다음날 새벽 5시까지 문을 연다. 이곳엔 사무실, 휴게실, 여성전용 휴게실, 회의실, 교육실, 민생경제법률상담센터, 공유 주방등이 갖춰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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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동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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