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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인터뷰] 부끄럽지 않은 청년, 박원규 시흥청년정책협의체 위원장

[시흥타임즈=대표/편집장 우동완] 여기 청년정책에 대한 고민으로 가득한 한 시흥 청년이 있다. 남들과 다르게 부당한 것에 부딪히기를 망설이지 않는다. 그래서 때로는 싸가지 없다는 소리도 듣다.

지난 23일 올해 27살 대학생으로 시흥시 청년정책협의체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원규 군을 만나 그의 인생 얘기와 청년정책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박군은 어려서 인천 미추홀외고를 전교 9등의 성적으로 입학한 머리 좋은 학생이었다. 건강상 문제가 생겨서 전교 꼴등 수준까지 성적이 추락하기도 했었지만 다행히 3학년때 좋은 선생님을 만나 각고의 노력 끝에 경희대 사학과에 들어갔다.

“본래 꿈은 교수나 학자였어요. 유난히 한국사가 좋았고, 한국사 성적은 전교 3등이었죠. 그래서 사학과로 진학했어요” 

우여곡절 끝에 입학한 대학교. 14학번인 그가 마주한 당시는 세월호 사건이 터지던 바로 그해였고 집회에도 참여하게됐다. 그리고 그를 눈여겨 본 선배들의 이끌림으로 학생회 생활을 시작했다. 

“그때쯤 학교 정문을 지나는 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부끄럽지 않게 살아야겠다. 그리고 정의롭게 살아야겠다.”

이후 그는 문과대 학생회 회장을 맡으며 학생자치를 위해 노력했다. 대학본부와 벌인 등록금 협상 대표로 참여해 큰 성과를 내기도 했다. 

그러던중 2016년 신입생 OT를 준비하던 어느날이었다. 

“버스회사 실장이 전화가 와서는 본인들과 계약하면 리베이트를 주겠다는 제안을 했어요”

박군은 이런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에 깜짝 놀랐다. 묵과해선 안되겠다고 생각했고, 학생회에서 이뤄지던 불법적인 관행들을 대자보에 써서 붙였다. 불거진 사건은 학교를 발칵 뒤집으며 중앙 언론에서도 인터뷰가 쇄도했다.

“현직 학생회에서 이런 사실을 폭로한건 처음이었어요. 그런데 학보사 기자가 전화가와서는 미안하지만 학보에는 싣지 못하게 되었으니 메이저 언론으로 가야겠다며 안타까워했죠”

알면 알수록, 깊이 들어가면 갈수록, 이해하지 못할 일들이 참 많았다고 한다. 무거운 일들의 중심에서 온갖 일들을 겪은 그는 공항장애까지 얻었지만 그래도 부끄럽지 않게, 정의롭게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지켰다.

이후에 총학생회장에도 출마하며 우여곡절속에 남다른 학교 생활을 이어갔다.

시흥으로 이사 온건 지난 2019년 2월 이었다. “이사 와서 친구도 없고 황량한 벌판 같았던 배곧을 지나는데 ‘리빙랩 운영위원을 모집합니다.’ 라는 현수막이 눈이 띄었어요. 그걸 보고 바로 신청을 해서 참여한게 지금 청년정책협의체까지 오게된 계기가 되었어요.”

정왕동 리빙랩 운영위원을 시작으로 시흥청년들과 인연을 맺은 박군은 그때부터 본격적인 시흥청년 살이를 시작한다.

그리고 당시 위원장이던 다른 청년이 본인에게 협의체 위원장을 맡아 달라고 제안했다. 기존 위원장이 물러나고 권한대행을 맡아 활동하던 박군은 2020년 정책협의체 위원장에 선임됐다. 

“권한대행을 맡고 나서 가장 먼저 한 일은 모든 협의체 위원을 일일이 만나는 일이었어요. 그리고 권한대행이 되던 날 제가 만들고 제정 시킨 회칙을 제대로 굴려서 조직이 정상적으로 탄탄히 운영될 수 있게 하는 것이 우선 과제였죠.”

박 위원장은 회원들을 맨투맨으로 만나 의견을 듣고 모으는 걸 마다하지 않았다.

“회원들의 리즈가 참 다양하더라고요. 저는 위원장으로써 이들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정리해서 하나하나 행정에 전달하는 게 큰 임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말을 제가 전하다 보니깐 와전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누굴 욕하고 다닌다는 오해가 생기기도 한 것 같아요.”

“청년협의체가 조례상 기구다 보니 우리의 논의를 공개해야한다는 것이 저의 생각이고, 그래서 회의록을 속기록 수준으로 작성해서 카페에 올리는데 이걸 올리자 말들이 많아졌어요. 많든 적든 세금으로 회의를 하는건데 당연한 거잖아요”

위원장을 하면서 행정과 부딪히는 일이 부쩍 많아졌다. 청년들 입장에서 이해 가지 않는 일들도 많았다. 

“청년협의체가 있지만 예산 편성에 대한 협의가 없다 보니 어떤 예산이 수립되는지 잘 모르잖아요. 어느날은 의원들이 이게 어떤 예산이냐고 묻는데 솔직히 잘 모르겠다고 했더니 나중에 청년들에게 편성된 예산이 다 짤리기도 하는 이상한 일들이 생기더라고요.” 

“그리고 행정은 청년들에게 주도권을 주지 않아요. 무슨 얘기를 하면 집행권을 침해하려고 한다고 반박하고, 어떤 일에 제대로 된 의견 수렴이나 협의가 없어요. 시민참여기구가 이런 대접을 받아선 안된다고 생각해요.” 

“또 청년들이 지속해왔던 아이디어를 행정이 자신들의 것인냥 써먹기도 하고요. 예전 어쩌다 어른이란 프로그램을 행정에서 슬쩍 가져가선 슬기로운 청년 생활로 바꾼 것 처럼요.”

인터뷰를 하면서 청년정책이 실제 수혜자인 청년들 중심이 아니라 행정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유는 분명해 보였다. 청년정책의 수립과 집행에서 정작 당사자인 청년은 소외되고 있기 때문이다. 

청년정책이 빛을 발하려면 정책의 의사결정에 청년이 직접 들어와야 하고 그들의 의견이 존중돼야 한다. 정책의 당사자를 패싱한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할 것이다. 

청년정책에 있어서 나름 쓴 소리를 하는 박원규 위원장 같은 존재도 반드시 필요하다. 행정에선 이들을 불편해 해선 안된다. 가장 위험한 순간은 모두가 침묵할 때라는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범상치 않은 학교 생활을 보내며, 부끄럽지 않게, 정의롭게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박 위원장. 그와 같은 생각을 가진 청년들의 노력들과 외침들이 훗날 세상을 더 좋은 방향으로 바꿀 것이라 확신하기에 이들의 외로운 외침이 묻히지 않길 바라고 또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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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동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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