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영상(시흥TV유튜브)
[시흥타임즈=대표/편집장 우동완] ‘매일 아침 일곱시 삼십분까지 /우릴 조그만 교실로 몰아넣고...(중략)....모두 똑같은 것만 집어넣고 있어...’
1994년 ‘서태지와 아이들’은 ‘교실 이데아’를 불러 암울한 교육 현실을 비판했다. 당시 모두는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27년이 지난 지금도 입시와 서열 위주의 똑같은 교육 현실은 변한 게 없다.
하지만 틀속에 가두어 놓고 달달 외워 점수만 높이려는 교육 제도가 다양성과 창의성을 추구해야 하는 미래세대에 적합한지는 회의적이다.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선 많은 배움이 필요하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학교는 획일화된 교과 이외에 다양한 삶의 방법을 가르치진 않았다. 그리고 학생들이 과연 행복한가?에 대한 물음은 논외로 취급하고 있다.
또 영어, 수학, 과학 등 여러 과목이 따로 놀지 않고 결합 되어 있다는 것과 교육이 학교안에서만 이뤄지는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기도 한다.
결국 교육의 혁신이라는 것은 아이들의 행복이 우선적으로 보장되고 배움이 다양한 교과와 지역을 통해 통합적으로 일어나며 이것이 학업 성취에 영향을 미쳐 능력이 향상되는 효과를 이루는 방향일 것이다.
시흥의 교육은 선도적이고도 특별하다. 지난 10여년의 세월동안 교육의 혁신을 추진하면서 차곡차곡 쌓인 노하우들이 전국적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고 있고, 교육 때문에 지역을 떠나는 곳에서 교육 때문에 찾아오는 곳으로 변했다.
시흥교육이 가진 큰 두 갈래는 ‘혁신교육’과 ‘서울대 교육협력 사업’이다.
우선 혁신교육은 학생들에게 다양한 활동을 보장하고, 적성에 맞는 교육을 지향한다. 또 공동체적인 통합 교육을 통해 실질적 배움이 일어나는 것에 방점을 찍는다.
그리고 한발짝 더 나아가 마을의 자원이 함께 교육에 참여 함으로써 지역적 특성에 맞는 교육자치를 이루는 것을 꿈꾸고 있다.
시흥은 지난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진행된 시즌1과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진행된 시즌2를 통해 혁신교육이 더 확장되고 보완되었다. 올해부터 시작된 시즌3는 관 주도의 혁신교육을 학교와 지역사회가 연계하여 진행하는 것으로 주체와 범위를 확대했다.
지난 24일 시흥행복교육지원센터에서 만난 교육자치과 고미경 과장은 “혁신교육지구 시즌3는 지역과 학교가 완전히 하나가 되는 것”이라며 “교육이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자체와 마을이 함께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흥시의 도시 특성은 도시간 연담화가 되어 있지 않고 분절된 형태를 띄고 있다. 따라서 신도심과 구도심, 그리고 도시간 이격 거리에 따라 교육 환경이 각기 다르다.
또 최근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온라인 학습에 대한 대처 능력 차이가 벌어지는 상황에서 아주 세밀한 마을 단위의 관찰과 협력이 더 필요한 실정이다.
이를 위해 시는 지난 2018년부터 거버넌스 단위의 마을교육자치회를 만들어 교육청과 지자체가 할 수 없는 교육의 현업을 논의 하고 실행하고 있다.
더불어 올 하반기 발의를 목표로 하는 시흥교육자치지원조례는 그간 규정이 없어 애를 먹던 마을교육에 대한 지원 등을 명문화하고 구성과 운영, 역할 등이 상세히 규정되도록 만들어가고 있다.
조례엔 학교와 마을이 만나 마을교육자치회를 구성하고, 마을교육자치회가 다시 시흥교육회의의 주요 구성원이 된다는 내용을 포함, 상향식 민주주의의 전형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고 과장은 “혁신교육의 범위가 학령기에 있는 아이들의 교육뿐만 돌봄부터 평생교육까지 이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학교와 마을 잇는 일들도 추진되고 있다. 학교에 학생수가 감소하면서 남는 공간이 생긴 곳에 목공 수업이나 미디어 제작과 같은 ‘학교안 체험교실’을 열고 이곳을 시민들에게 개방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특히 공간이 부족한 구도심에선 시민들과 학교의 유대적 관계가 형성되고 시설을 효율을 극대화 시킬 수 있다는 것과 마을안에서 특기를 가진 시민이 마을 교사가 되어 교육에 함께 참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시흥은 전지역을 혁신교육지구로 설정했다. 혁신교육지구 안에서 돌아가는 교육 프로그램은 총 71가지에 이른다.
이들 프로그램은 시흥행복교육지원센터의 원클릭시스템을 통해 학교별로 원하는 프로그램을 선택하여 적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였다. 원클릭시스템은 여기저기 쪼개져 있는 프로그램을 하나의 플랫폼에 모아 수요자 중심의 편의성을 높인 것으로 행정의 혁신 사례로도 꼽힌다.
사교육으로 빨려 들어가는 다양한 체험과 교육들이 공적자금이 투여된 혁신교육을 통해 교과과정 안에서 혹은 방과후 교육 등을 통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시흥의 학부모들이 교과과정에서 당연히 여기는 각종 교육 프로그램들이 사실은 민·관·학·정의 부단한 노력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 타지역에선 이미 이런 프로그램들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혁신교육이 기존의 공교육 방식에 자주성과 다양성을 추가하여 신뢰도를 높인 것이라면, 시흥시와 서울대가 손잡고 추진하고 있는 서울대교육협력사업은 국내 최고 대학이 이끄는 특화된 교육을 접목함으로써 미흡한 부분을 보충하고 이를 더 발전시켜 시너지를 이루는 형태로 발전한 것이다.
서울대교육협력사업은 서울대 시흥캠퍼스 조성에 발맞춰 지난 2010년 시흥영재교육원을 시작으로 처음 출발했다.
현재는 서울대 음대생 멘토가 시흥시 방문해 악기별 멘토링 및 오케스트라 합주를 여는 음악멘토링, 중도입국 및 외국인 가정의 자녀가 대상인 디딤돌학교, 초중학생 및 학부모에게 천문, 뮤지컬, 코딩 등 24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스누콤 등 총 10개의 사업이 관내에서 펼쳐지고 있다.
처음엔 서울대가 디자인한 교육프로그램들이 주를 이루는 형태에선 현재는 시흥시가 지역 현황에 맞는 프로그램을 제시하고 함께 디자인해나가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예를 들어 시흥스마트허브가 있는 시흥에서 4차 산업과 관련된 교육을 서울대교육협력사업에 녹여내는 것인데 드론이나 자율주행과 같은 미래형 첨단 교육 프로그램을 추가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서울대 시흥캠퍼스 교육협력센터가 배곧에 위치함에 따라 발생한 접근성과 불균형 문제는 올 4월 은계지구에 북부교육장이 신설됨으로써 어느 정도 해소되었다.
시흥교육은 마을과 지자체, 학교가 함께하는 혁신교육을 바탕에 두고 서울대와 협력한 특화된 교육을 접목, 다양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면서 이른바 교육 자치를 이뤄내고 있다는 것이 다른 지역과 특이한 점이다.
여기에 시청과 교육청 등으로 분산되어 있는 교육 관련 행정을 하나로 통합하는 구상도 가지고 있다.
교육자치과 고미경 과장은 “기관별로 따로 움직이는 교육 관련 행정이 같은 공간에서 함께 근무하게 되면 기획부터 예산 편성까지 한번에 함께 논의할 수 있어 교육정책에 대한 능률이 올라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 [百年之大計]라고 한다. 한 일생과 국가의 미래에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크다고 할 수 있다.
모두가 잠든 교실, 성적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이 일어나길 바라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0여년의 세월 동안 방관 하지 않고 교육의 혁신을 위해 학교와 지자체 그리고 마을이 함께해온 시흥교육의 발전상은 눈여겨 볼만하다.
도전과 성장이 여기서 멈춰서는 안 될 것이기에 흔들리지 않는 정책의 지속성과 그에 따른 책임도 담보 돼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