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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기다림... 우리 아이를 올바르게 성장하게 하는 방법"

시흥 장곡고등학교 이춘원 교장 인터뷰

“꽃은 저 마다 1월부터 12월까지 자기가 필 시기에 핀다. 1월에 필 꽃을 3월에 피라고 닦달하면 과연 그것이 피겠느냐. 학생들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다. 기다림이 있어야 제대로 된 꽃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5월 시흥 장곡고등학교 이춘원 교장은 적지않은 유명세를 치뤘다. 20년 전 제자들에게 “세월이 지나 너희들을 위해 광고를 하겠다”는 약속이 공중파 방송을 통해 방영됐기 때문이다.

비디오 카메라가 흔치 않던 시절에 이춘원 교장은 제자들의 영상을 담아 보관했다. 당시 제자들에게 “20년 후에 내가 너희들을 찾겠다”는 약속을 했을 때만해도 아이들은 그 이야기를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교장은 당시 약속을 지켰고, 제자들과의 특별한 만남까지 가질 수 있었다.

세월이 흘러 당시 평교사였던 이춘원 교장은 현재 시흥 장곡고등학교 교장으로 부임해 있다.

당시 제자들과의 추억을 특별하게 간직하려고 했던 교사의 마음은 현재 학교장이 되어서도 이어지고 있다.

“학창시절 같이 있던 친구들이 어디를 놀러가자고 했을 때 난 공부를 했다. 하지만, 공부를 하면서도 난 놀러간 친구들 생각에 마음을 못잡고 공부도 못하고 결국 친구들과 놀지도 못했다. 왜 그런 바보같은 생각을 했을까라는 후회를 했지만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이 교장은 모든 것에는 항상 때가 있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놀고 싶으면 망설이지 말고 바로 놀라고 학생들에게 이야기한다. 하지만, 마음 속에는 놀고 난 후에는 공부를 해야지라는 다짐만 있으면 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는 학생들 사이에 공감과 소통을 하는 교장으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자장면 내기’는 그가 학생들과 친밀해지는 중요한 방법 중 하나다.

학생이 어떠한 목표치에 대해 약속을 하고 그 것을 지키면 그는 어김없이 학생들에게 자장면을 사준다. 사소한 내기일지는 모르지만 이 교장은 학생들이 그런 활동을 통해 자신의 목표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는 학생들을 보면 즐겁다고 전한다. 이와 함께 자신과 학생들간의 거리도 좁혀지는 것은 덤이라고….

교장실에서 진행된 인터뷰. 인터뷰 도중에 학생들이 노크를 하고 들어왔다. 세월호 추모 리본을 교장선생님에게 달아주기 위해 찾은 것이다. 학생들은 교장실 방문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또 다른 학생이 교장실에 찾아와 취미활동 시간에 만든 결과물을 자랑하기도 했다.

“우리학교 학생들에게 교장실 문턱은 상당히 낮다. 교장실이라기 보다는 쉼터다. 주변에서 ‘저런 교장이 다 있냐!’라는 말을 들을 때도 있다. 하지만 난 교장이라는 말보단 리더의 역할에 충실하고 싶다.”

이 교장의 리더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그는 ‘늑대’와 같은 리더를 추구한다고 말한다. 이 교장은 학생들에게 늑대의 생활을 담은 동영상을 꼭 보여준다. 무리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늑대의 리더의 동영상을 보여주며 진정한 리더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리더가 바뀌면 그 무리의 모습 전체가 바뀌기에 리더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 리더의 역할 그리고 기다림

 

인터뷰 초반에 했던 ‘기다림’이라는 이야기는 대화 도중 반복해서 나왔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듯이 학생들을 대할 때 절대로 급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진실된 마음으로 기다리면 언젠가 학생들은 제 자리로 찾아온다. 그것을 기다려주지 못해 모두가 힘든 상황으로 놓이는 것이 아닌가 한다. 한 아이를 기르는 부모님의 심정으로 자식이 잘 성장하도록 기다리는 마음이 바른 학생을 양성하는 길이 아닌가 한다.”

그는 학교에서 신뢰를 쌓는 교육실현을 위해 노력한다. 교육공동체가 상호를 존중하며 앞으로 나가는 긍정적인 풍토를 조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특히, 교사들도 학생들을 대할 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갖출 것을 이야기한다. 교사가 학생들에게 최선을 다하는데 학생들이 교사를 신뢰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부분도 마음이 통해야 가능하기 때문에 진심어린 행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진정한 제자를 만들기 위해선 먼저 그 아이를 알아야 한다. 학생들과 어떠한 사안에 대해 부딪치는 것은 이미 진거다. 문제에 대해 합리적인 결과물을 도출하기 위해 어떻게 접근할 것이냐를 교사들은 늘 고민해야 한다. 만약 과정 중 생각과 다른 방향으로 갔다면 그 게임은 다시 시작하는 것이 맞다.”

이춘원 교장은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진다면 운영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이 돌아간다고 전한다. 한 학교의 수장으로써 리더는 바로 그 시스템을 갖춰나가는 것이 중요한 역할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는 그동안 항상 약속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렇기에 20년 전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던 제자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을까. 결국 약속은 신뢰로 이어지게 된다. 이춘원 교장이 이야기하는 신뢰는 결국 하나 하나의 약속을 지킴으로써 굳어진 결과물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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