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타임즈=우동완 편집장) 자치분권이 시대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항이기도 한 자치분권개헌 성공을 위해 정치권과 시민 사회가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그런데 자치분권은 대체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딱히 설명하기에 막연하긴 마찬가지다. 자치분권·지방분권이 이뤄지면 시민들의 삶이 도대체 어떻게 바뀐다는 것인지 시원하게 설명해주는 이도 별로 없다.
시흥타임즈는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 하고자 더불어민주당 시흥시(갑)지역위원회 우정욱 지방자치위원장을 만나 이런 궁금증과 자치분권이 나가야 할 방향에 대한 물어봤다.
경북대학교에서 지역개발학 석사를 전공하고 노무현 정부 시절 행정자치부 장관정책보좌관을 지낸 우정욱 위원장은 문재인 대선 캠프 부대변인 겸 자치분권균형발전위원회 정책홍보팀장을 역임한 인사다. 얼마 전까진 시흥시청 시민소통담당관을 지내기도 했고 현재는 지방분권개헌국민행동 실행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Q: 자치분권, 지방분권 막연하다. 무엇이 핵심이고 가야할 방향은 무엇인가.
우정욱: 쉬우면서도 어려운 얘기다. 사실 지금 사람들이 얘기하는 세입·세출의 몇 분의 몇을 늘려야 한다는 재정구조의 문제는 핵심이 아니다. 핵심은 다중정부를 만드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이 땅에 대한민국 정부 하나밖에 없었다. 그래서 시흥도 대한민국이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끌려 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기초정부, 광역정부, 중앙정부, 이렇게 3개의 정부로 세분해 역할을 나누면 시민들에게 높은 수준의 공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역할과 기능성에 따른 사무를 주고 재정을 주자는 것이 분권의 핵심이다.
즉 중앙정부의 기능은 재정, 치안, 국방, 외교와 같은 안정성과 전체적인 밸런스를 잡아주는 균형성에 관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서울은 잘사는데 비해 강원도는 못산다면 서울의 세금을 강원도로 보내 국토의 균형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하고 특정 계층에 쏠리는 부의 재분배 같은 문제도 국가가 개입해 해결하도록 하는 것이다. 보편적 복지 등이 이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분권이 되면 우리 시흥과 같은 기초지방정부의 역할은 새로운 사무를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옛날에는 기초지방정부가 국가 법령 집행의 말단 기구였으나 우리가 자치를 하는 근본적인 목적은 기초지방정부의 역할에 있다.
"그렇다면 기초지방정부가 가야할 방향은 이렇다."
첫 번째로 기초지방정부는 주민자치권을 지켜줘야 한다. 보충성의 원리에 따라 우리 동네에서 결정할 수 있는 일은 동네에서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지켜주는 기관이 돼야한다. 주민이 주인이 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동네에 도로를 만들어야 하면 현재는 의원이나 공무원에게 사정해야 하지만 앞으론 주민들이 그것을 선택하고 결정하게 만들어 정말 필요한 사업에 예산이 투입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 그 권한을 주인인 주민에게 주자는 말이다.
두 번째는 우리 시민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것이다. 시흥시민들이 타 시에 비해 압도적으로 잘 살게끔 만들어 줘야한다.
지금까지 시화공단의 노동자들은 시의 관심 대상이 아니었다. 그러나 복지 등 다방면에서 열악한 소규모 기업들이 근로자에게 지원해주지 못하는 부분을 공공이 대신 해줄 수 있다. 지방정부가 프랜차이즈 본사와 같이 지원해줄 수 있다. 공단 복지청 정도의 역할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세 번째는 로컬브랜드 육성이다. 대한민국 정부가 삼성, 엘지를 키워왔다. 대한민국 어디를 가나 대기업 브랜드만 보인다. 앞으로 시흥시 정부는 지역에서 새로운 가치를 갖고 육성될 수 있는 기업들과 지역 브랜드를 키우고 우리 아이들이 직업과 일자리를 갖고 내 고향에서 살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지방정부는 로컬 브랜드를 만들어 주도록 지원해야 한다.
지방분권 개헌이 되고난 다음, 자치분권이 되었을 때 이 세가지 책무가 이뤄지는 정부를 만들어 내야 한다고 본다.
다시, 자치분권이 되면 무엇이 달라지냐고 물으면 행정서비스가 다양해지고 지방정부의 역할이 달라진다고 말하고 싶다. 즉 지방정부는 내 삶을 돕는 기구로 바뀌고 인허가만 해주는 정부가 아니라 시민들에게 든든한 빽이 돼주고 그늘이 돼 줄 수 있다.
Q: 자치분권만 되면 이런 이상적인 것들이 실현된다고 보는가?
우정욱: 아니다. 법과 제도를 바꾼다고 바로 모든 것이 실현되리라곤 보진 않는다. 제도의 개선과 함께 인적자원도 바꿔야한다. 즉 사람을 키워야 한다.
꼭 서울대나 연세대를 나와야 일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 지역에서 교육을 통해 인재를 육성하고 그 인재가 다시 지역에서 일하는 구조를 만드는 플랫폼을 시정부가 구축해야 한다.
예로 시흥아카데미에 약초학교라는 것이 있다. 이곳의 약 160여명의 수료생들은 약초연구회를 만들어 활동 중인데 여기가 끝 이어선 안 된다. 지방정부가 이곳에서 교육 받은 수료생들을 위한 약초정원 같은 곳을 만들어 줘야한다.
그래서 이곳에서 키운 약초가 상품으로써 가치를 인정받아 팔 수 있게 만들고 대학의 연구도 함께 진행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면 약초에 관심이 있는 지역 청년들이 약초학교를 통해 배우고 약초정원에서 상품을 만들어 교육과 일자리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지방정부는 이런 일을 지속적으로 지원해야한다.
이렇게 되면 인적자원도 발굴하면서 지역 브랜드도 개발하게 된다. 지금과 같이 파편적으로 배우고 개별적으로 알아서 뭘 해보라는 것이 아니라 지방정부가 시민을 돕는 프랜차이즈 본사와 같은 개념으로 지원해야 한다.
지금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기다. 자치분권이 되지 않고 시흥의 브랜드를 키운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얘기다.
정리하면 제도와 재정, 인적자원, 주민주도의 결정권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Q: 일각에선 자치분권이 되면 그 수장에 따라 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우정욱: 자주 듣는 소리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그 이야기가 통하는 시대는 아마 70년대 쯤 인거 같다. 지금은 다양성과 창의성의 시대다. 자치분권의 핵심적인 것은 시흥시장에게 힘을 주자는 것이 아니다.
이 이야기에서 중요한 것은 동네의 의사결정을 주민이 한다는 것이다. 대의민주주의에서 직접민주주의에 가깝게 가겠다는 것이다.
주민이 주도적으로 예산을 편성하고 결정하게 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주민이 주인인데 시청에 가서 사정할 일도 없고 하루에 몇 사람 지나가지도 않는 쓸데없는 도로나 육교와 같은 게 생길리 없지 않은가. 동네에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주민들은 안다.
시장은 지금과 같이 뭘 해주는 사람이 아니라 주민이 하는 것을 지원해주는 플랫폼의 관리자 역할로 바뀌어야 한다. 독재 같은 소리가 통하는 시대가 아니다.
Q:그래도 자치분권 실현엔 걸림돌이 많을 텐데
우정욱: 그러나 본인은 희망적으로 본다. 2010년 당시 현 김윤식 시장과 본인이 주도해 시흥에서 지자체 처음으로 참여와 분권을 핵심가치로 넣자 했을 때 다른 시는 다 비웃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7~8년을 지나면서 그 노력들이 결국 대통령 공약까지 반영됐다.
이런 상황을 지켜 볼 때 지나온 시간 보단 앞으로가 더 희망적이라고 본다. 다른 시가 우리 시흥을 벤치마킹을 올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하는 것이 자치구나하고 느끼도록 해야 한다.
이미 다른 시에서도 이런 시흥시의 노력을 인정한다. 감히 말하자면 시흥시가 자치분권을 첫 주도 했다고 볼 수 있다.
여러번 언급 했지만 자치분권의 핵심은 '주민이 주인되는 것이다' 그리고 개헌과 그에 합당한 인물을 통해 시흥이 선도적으로 그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