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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편집실에서] 진한 여운 남긴, 창작 오페라 ‘벼꽃피다’

[시흥타임즈=대표/편집장 우동완] 내륙 깊숙이 들어 와있는 갯골 바다를 가로막아 농경지로 만든 ‘호조벌’ 300여년전 그 곳에선 무슨 일이 있었을까.

150만평 평화로워 보이는 평야는 당시 백성들의 피로 만들어진 희생의 결과였다.

백성을 구휼하기 위해 간척한다는 대의명분과 반대로 백성들의 삶은 피폐하고 처절했을 것이다. 

잉여식량이 넉넉해야 국가가 운영되고 왕이 자리를 굳건히 보존할 수 있었던 당시 상황에서 간척사업에 동원돼 거센 물살을 몸으로 막아야 했던 백성들은 논경지가 만들어진들 행복했겠냔 말이다.

국가의 결정이 곧 하늘의 결정이었던 그 시절 호조벌을 만들기 위해 동원된 젊은이들의 가슴 아픈 이야기가 오페라로 만들어졌다. 

혼례를 올리는 처녀 총각에게 떨어진 어명 ‘혼례금지’, 그리고 호조벌 둑을 막기 위해 동원된 그들의 사랑, 그리움, 죽음. 
이 가슴 아픈 역사적 작품은 지난 24일 시흥시청 늠내홀에서 ‘벼꽃피다’ 라는 제목으로 초연됐다.

변변한 공연장 하나 없는 시흥에서 오케스트라와 성악가들이 펼치는 완성된 오페라를 볼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그리고 시흥을 소재로 한 창작 작품을 볼 기회는 더욱 없다.

이런 환경에서 작품 창작에 나선 이들은 지역 음악인들이었다. 시의 지원을 받아 시흥시음악협회가 만든 ‘벼꽃피다’의 제작 과정은 악 조건의 연속이었다. 

적은 예산과 변변치 않은 무대, 연습할 장소가 없어 서울에 있는 연습실로 오가길 수 개월. 

따져보면 여러모로 손해였던 이 작품 초연을 위해 시흥시음악협회 회원들은 그야말로 자기 희생에 가까운 헌신을 해야 했다.

우여곡절 끝에 공연이 펼쳐진 날, 공연을 관람한 시민들은 감동을 느껴며 힘찬 박수로 화답했다.

이날 공연장을 찾은 한 시민은 “시흥을 소재로 한 훌륭한 공연을 시흥에서 볼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다”고 했다. 또 다른 시민은 “호조벌의 역사에 대해 다른 시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작품” 이었다고 평했다.
작품이 지역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시민들의 이해도가 높았던 것도 있지만 이 오페라의 핵심은 창작된 음악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야기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것은 작곡가 정보형씨다. 그는 “음악이 가진 힘과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작곡가로서 오페라에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유일하고도 확실한 방법”이라고 역설했다.

그의 말대로 창작된 음악은 힘과 아름다움이 있었다. 그리고 곡을 연주한 크리아츠앙상블과 구모영 지휘자의 호흡도 손색없었다. 

더욱이 시흥과 서울을 오가며 연습에 연습을 거듭한 젊은 성악가들의 노력은 빛이 났다. 그들의 아름답고 슬픈 목소리는 가슴을 파고들었다.

호조벌의 아픈 이야기를 만들고, 그에 걸 맞는 음악을 만들고, 안무를 처음 만든다는 창작은 고난의 연속이었으라 짐작한다. 또 첫 공연은 대중성이라는 위험을 돌파해야 하기 때문에 그 압박은 더욱 컸을 것이다.
그럼에도 예산과 장소, 창작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초연된 ‘벼꽃피다’는 관람한 시민들에게 진한 여운을 남겼다. 그래서 더욱 성공적이었다는 평을 듣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시민들은 “어렵게 창작된 오페라가 한번 공연을 끝으로 묻히기건 너무 아쉽다” 고 한목소리를 낸다. 

물론, 초연의 부족한 점은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시흥시에 펼쳐지는 여러 공연을 봐왔던 필자의 입장에선 부족한 환경을 극복하고 만들어진 대단히 훌륭한, 시흥에서 볼 수 없는 수준의 오페라였다.  

많은 시민들의 바람처럼 다시 못 볼 ‘벼꽃피다’ 보단, 더욱 발전하고 계승되어 시의 자랑에 되는 ‘벼꽃피다’가 되길 역시 바란다. 

ps. 이 작품의 대본은 시흥 출신 극단기린 대표 이상범이, 음악은 작곡가 정보형이 맡았다. 연출은 장서문이, 오케스트라 지휘는 천안시립교향악단 구모영이 했다.

오케스트라는 젊은 음악가들로 꾸며진 크리아츠앙상블이, 기획은 시흥시음악협회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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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동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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