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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편집실에서]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서울대 시흥캠퍼스'

[시흥타임즈=우동완 편집장] 서울대에서 시흥캠퍼스로 가는 배가 출항했습니다. 뜨기도 전부터 가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 무엇을 실어야 하느냐, 말이 많았고 이것은 정치판에서 유용한 전략적 도구로 활용되어 온 것이 사실입니다.

누군가는 자신이 선장이 되기 위해 꿈같은 이상을 외쳤는지 모르지만 어쨌든 그 약속을 믿고 몸을 실은 배는 출항했습니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이 항해가 꼭 성공해야 한다는 종교와도 같은 믿음과 두려움도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비판하는 사람은 적으로 몰리는 삭막한 분위기도 연출됐습니다. 

바다에 뜬 배는 좀 더 구체화된 경로로 항해에 나섰지만 상황이란 것은 그때그때 달라집니다. 예상할 수 없었던 파도와 암초를 만나고 태풍에 휩쓸리면서 계획했던 항로를 벗어나기도 합니다.

많은 사람의 삶이 실타래처럼 엮인 이 배가 예정된 포구로 무사히 도착하는 것은 모두의 바람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서울대 시흥캠퍼스와 관련한 이야기로 지역 정가가 다시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30일 시흥시의회에서 열린 서울대 관계자와의 간담회 때문입니다.

이날 서울대에선 기획부총장과 기획처장 등 관계자들이 시의회를 찾았습니다. 우리 시의원 7명도 함께 참석했습니다. 

서울대 관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가진 시의원들은 질문을 쏟아냈습니다. 

지난 2016년 8월 실시협약을 맺으면서 본궤도에 오른 시흥캠퍼스 구축 사업이 본래 알려진 RC(기숙형대학) 와 서울대병원 유치 등에서 계획이 변경된 사실에 의원들은 분노했습니다.

서울대 관계자는 이날 “RC는 서울대 시흥캠퍼스의 중장기발전계획을 하면서 나온 연구결과물의 일부일 뿐, 공식적으로 그것을 하겠다고 밝힌 것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 서울대병원 유치와 관련해서는 “서울대학교가 서울대병원을 할 의지는 분명히 있지만 500병상을 하겠다, 800병상을 하겠다, 이렇게 말 한 사실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현재 서울대학교가 병원을 지을 여력이 없어 지자체, 서울대, 정부가 관여하는 TF를 구성해서 병원 설립을 구체화시켜 나가야 한다.” 고 덧붙였습니다. 

관계자들은 시흥캠퍼스에 올해 선도사업으로 교직원 아파트, 교육협력지원센터, 연수원 및 컨벤션센터, 스포츠클러스터를 건립하고, 내년 초엔 미래모빌리티센터, 무인 이동체 연구단지, 내년 하반기 데이터 사이언스 전문대학원, 통일ㆍ평화전문대학원, 생명자원관리원 등을 차례로 건립한다는 새로운 계획도 밝혔습니다. 

하지만 분명 탑승 전 티켓을 끊을 당시 얘기와는 사뭇 다른 항로로 항해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일부분의 계획변경이 이해가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서울대 시흥캠퍼스의 얘기가 나온 지 벌써 10년, 그 사이 많은 사회 환경의 변화가 있었고 우여곡절을 겪은 것도 사실이기에 지금에 와서 그때 계획과 왜 다르냐고 묻는 것이 합리적인가 하는 의문도 듭니다. 

따져보면, 시흥시는 서울대라는 이름을 팔아 이미 많은 이득을 봤습니다. 그 간판으로 토지분양에 성공했고, 신도시 아파트들도 성공적으로 입주하면서 이미지 쇄신에도 일조했습니다. 

지금 다시 서울대 시흥캠퍼스의 계획이 바뀐다 한들, 시흥시 입장에선 손해 볼 것이 없는 장사였지만 이것을 믿고 부푼 꿈에 배곧신도시로 이사 온 수많은 사람들의 입장에선 얘기가 다릅니다. 

문제는 이런 일들에 대한 소통이 사실상 봉쇄된 채 시민들은 잘 알지 못했다는 것에 있습니다. 

시민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믿음이 없었다면 이 사업은 지금에 이르기 힘들었을 겁니다. 그래서 정치적인 책임도 막중한 것입니다. 

시의원들이 서울대 관계자와 이제야 첫 간담회를 치루고 사실을 확인하면서 분노를 토해냈던 심정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갑니다. 

미래 환경 변화에 발맞추어 더 나은 캠퍼스 조성을 그리고 있다면 시민이 동의 할 수 있는 수준의 설명과 서울대, 시흥시 양자가 상호 대등한 관계에서 논의하고 실행할 수 있는 분위기가 지금이라도 조성되길 기대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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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동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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